글
본문에 앞서 이 땅의 민주화와 대북 평화 정착을 위해 헌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탐욕과 공포의 게임>(지식노마드)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S증권 리서치센터가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를 내릴 때는 가상의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목표주가를 올릴 때는 주식을 파는 ‘청개구리 투자’를 합니다. 그 결과 2년 동안 S증권이 권하는대로 투자하면 본전치기 수준이었지만, 청개구리 투자는 23%의 수익을 본 것으로 나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군요. “전문가들의 예상 방식은 주가를 예로 들자면, 최근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예상하고 내렸으면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세추종 또는 모멘텀 올라타기”라고 말입니다.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나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전망은 이해관계가 강하게 작용하는 탓도 있지만, 사실 눈앞의 현상만 보고 추세 추종을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동산 시장의 근저에 놓인 구조를 봅니다. 그 구조를 보면 한국의 주택시장은 이제 끝물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상당 부분 지금까지 글로 남기기도 했지만, 그것을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왜 끝물인지 대충 감 잡을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2001~2003년의 1차 폭등, 2005~2006년의 2차 폭등을 거친 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대부분 지역들은 사실상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더 이상 재미를 보기 힘들어진 투기 세력들은 2007년부터 서울 강북지역과 인천, 경기 외곽 지역으로 투기 대상을 옮겨갑니다. 그조차도 시들해지다가 2008년초 도노강과 뉴타운을 중심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웁니다. 그러다 2008년 하반기 이후 급락세를 탔다가 올해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사력을 다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반등기의 집값은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입니다. 물론 재건축 집값 상승에 영향 받아 점차 호가 위주의 상승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늘어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폭과 거래량, 매도-매수세 동향, 거래동향, 실거래가 추이 등을 종합해보면 2006년 이후에는 집값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때마다 집값 상승 에너지가 갈수록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선동보도와 왜곡 과장 보도로 엄청난 집값 상승세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국민은행 가격지수 자료를 가지고 서울 강남지역 11개구의 아파트 가격 그래프를 그려보면 이미 2006년 고점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여전히 2006년 고점 대비 10~30% 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괴리는 훨씬 더 커집니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호가 거품을 억지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실제 거래가 기준으로는 계속 버블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최근 들어 수도권에서 실거래가도 일정하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들 호가를 집계한 국민은행 가격지수나 사설 정보업체의 가격지수와는 크게 다릅니다. 심지어 지방의 경우에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오르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거래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현재와 같은 호가 거품은 절대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왜 집값이 오른다는데, 미분양물량은 쌓여 있고, 인천 청라 외에 전국에서 분양 성공하는데가 한 군데도 없는지를. 언론에서는 매일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왜 2009년 하반기에 수도권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20만호가 한꺼번에 대규모 분양에 나서는지를 말입니다. 지금도 미분양이 넘치는데, 2009년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되는 20만호가 제대로 소화될 수 있겠는지를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대규모 미분양으로 남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부실 건설업체 증가와 금융권 부실 채권 증가로 이어져 향후 한국경제에 만성적인 위기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무리 언론사와 정부, 건설업체들이 합작해 서민들을 속이고 선동해봐야 이미 한국의 부동산 버블은 지탱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또는 우리 연구소 차원에서 분석하는 내용들을 여러분들에게 모두 공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저희 연구소 사정 때문에 그럴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그런 연구 결과물들을 농축해 최대한 대중적 언어로 풀어서 전달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 많은 분들이 그냥 여러 주장 중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우리 연구소처럼 올바른 방법론에 입각해 사심 없이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하는 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사 분석한 결과 부동산 버블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고, 오래지 않아 다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분들이 너무 확신에 차서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제가 단순히 ‘강한 믿음’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단한 사실들(hard facts)을 매일 매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부동산 투기 선동에 휘둘리지 마시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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