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9년 상반기에는 아파트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반등세를 보인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라는 이름 아래 정부의 각종 부동산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급락한 주택을 매수하는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3구와 경기도 주요 도시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에 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해 2008년 말에는 고점 대비 -20%~-40%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투기가 극심한 중대형 평형의 폭락세는 더욱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가격지수나 부동산 정보업체의 가격지수 상으로는 거의 변동이 없거나 -5% 안팎의 완만한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딴판으로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이다. 올 봄부터 수도권 거래가 부진한 속에서도 거래량이 다소 늘어난 것은 서울 지역에서는 과거 고점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투기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점과 인천과 경기지역에서는 신규분양 입주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기존아파트 거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여기서 아래 <도표1>에서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아파트 면적별 거래량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전체적으로 중소형인 85m2형(25.7평형) 이하가 전체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최근 가격반등과 더불어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중소형 위주로 증가하고 있으며 투기를 선도하는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처럼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실거래가 면에서 상당 폭의 가격조정이 일어나고 있으며, 또한 과거의 고점 수준으로 회복하거나 추가적인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중대형 평형을 소유한 상당수 사람들은 지난 2005년 이후의 고점 가격으로는 거래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표1> 수도권 아파트 면적별 거래량 추이
(주) 국토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서울의 경우, 분양권 전매 완화로 인해 재개발지역의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일부 분양권 전매 등 투기적 거래가 증가하고 있으나 2006년의 투기적 거래 급증 때와는 거리가 먼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최근의 거래량 증가 정도로 또다시 투기적 가격급등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언론들이 부동산가격 급등을 보도하여 투기를 선동하고 있는 양상을 볼 때 언론이 투기꾼 그 자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올 5월 현재 서초구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149가구 남아 있는 것을 비롯하여 강남구에서 19가구, 송파구 12가구, 그리고 양천구에서는 191가구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적 가격급등을 운운한다는 사실 자체가 서울지역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과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 역시 서울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에 비하면 거래량 증가도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증가세마저도 이미 크게 둔화되거나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과 경기도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의 상당부분은 신규입주에 의한 것이다. 예컨대 인천의 경우 송도 더샵퍼스트월드 1,596가구가 올 봄에 신규입주를 시작했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국토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거래량 통계를 보면 신규분양은 거래량으로 잡히지 않지만 분양권 전매는 거래량으로 잡히며, 또 준공후 신규입주 시 소유권 이전등기와 동시에 거래량으로 잡힌다. 이처럼 인천과 경기도의 거래량 증가의 상당부분은 분양권 전매와 신규입주 증가에 기인한 것이며, 기존 아파트 매매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이미 다 아는 바와 같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인천이 5월 현재 2,016가구에 달하고 있으며, 경기지역은 무려 2만3,200가구에 이르고 있다.
2000년대 국내 부동산 투기는 소수의 다주택 투기자들이 거액의 은행 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투기적 가격 상승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다주택 투기자들의 투기수요조차도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로 보인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국지적 반등 속에서도 거래량이 여전히 미진한 것이 이를 잘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2009년 상반기에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도 2006년 폭등기 당시에 버금가는 거액의 주택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탓에 주택 가격이 추가로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도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09년 들어 일어난 수도권 집값 반등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으로 단기 급등한 상태에서 이를 받쳐주는 강력한 거래량 증가가 없을 경우에는 급등한 가격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도표1>에서 본 바와 같이 수도권 지역의 거래량은 투기가 극성이었던 2006년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이미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집값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2006년 집값이 폭등한 뒤 추격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거래가 급감하면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 남부축 및 1기 신도시 지역의 집값은 실제로 상당폭 하락했다. 아래 <도표2>에 나타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추가 투기수요마저 이미 거의 소진된 상황에서는 단기 급등 후 거래가 끊어지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언제든지 다시 재현될 수 있다.
<도표2> 수도권의 대표적 국토부 실거래가 추이 사례
(주) “최근의 국내 부동산시장 동향 분석”, 경제보고서(2009, KSERI)
이런 가운데 적자국채 남발 등으로 인한 화폐적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확대했던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사를 축소하는 한편 조만간 은행에 대한 총액대출한도도 축소할 것이라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보아가며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뒤 다시 투기를 잡겠다는 식의 정부 태도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이처럼 대출규제가 다시 강화될 경우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은 어려워 보인다.
사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아니더라도 투기수요의 고갈이나 2010년대 만성적인 주택공급 과잉,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 향후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수요 위축 등으로 현재의 집값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주택거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막대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를 그대로 두고서는 결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없는 만큼 부동산 거품을 빼 가계들이 부채를 청산하고 건전한 가계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조치를 지금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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