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며칠 전 “강남주택 구입자는 대출이 필요 없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잇따랐습니다. 그 기사를 보며 정말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강남주택 구입자들은 여윳돈으로 구입한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에게는 이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진작 실제 상황을 알리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글을 쓸 시간을 내기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사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간략히 쓰기로 하겠습니다.
서울 강남3구의 주택대출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대출규제 때문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소개하겠지만, 대출규제 도입 시점과 해제 이후의 주택대출 흐름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지난해 부동산 급락기 때 강남3구는 대출규제 해제의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지난해말 이후 서울 강남에서는 대규모 분양이 없었는데, 분양으로 인한 주택집단대출이 없었던 탓도 큽니다. 반면 올해 상반기 분양이 많았던 인천지역의 주택대출 증가율이 큰 것도 그래서입니다. 사실 지난해말 이후 강남3구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이 인천과 경기 지역보다 주책대출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말도 성립해야 합니다. “서울주택 구입자는 대출이 필요 없다”. 과연 수긍이 되는가요.
결국 엉터리 언론과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합작해 만들어낸 스테레오타입 재생산일 뿐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자세히 쓰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예전에 제가 강남 주택시장의 특성에 관해 쓴 글에서 관련 내용을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이 글을 보면 강남주택 구입자들이 얼마나 과다한 대출을 일으키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쓴 글입니다. 참고바랍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어나는 주택 거래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담보 대출실태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한 번 살펴보자. 아래 <도표>는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등 4개 재건축 아파트단지 거래자들의 2006~2008년 3년간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필자가 작성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거래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해당 아파트 단지의 모든 가구들이 이 같은 거래를 한 가구들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주) 부동산114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우선, 강남아파트를 거래한 뒤 실제 거주하는 비율을 살펴보니 2006년 20.9%에서 2008년에는 12.5%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 주택을 산 사람들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기 또는 투자 목적으로 샀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주 비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그런데 거주를 하지 않고 산다면 대부분 전세를 끼고 샀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어 2006~2008년간 매매가 대비 주택담보대출을 얼마나 일으켰는지를 보자. 매매가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율로 30% 이상 대출을 일으킨 비율이 51.7%나 된다. 이 가운데 매매가의 50%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일으킨 비율도 16.6%에 이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 대부분이 전세를 끼고 샀고, 전세가를 집값의 30% 정도로 잡으면 집값의 80% 이상을 타인의 돈으로 충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는 전세를 끼지 않고 금융기관에서 빌린 담보대출 비중만 80%를 넘는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
금융기관별 대출금액 비중을 보면 2006년에는 제2금융기관이 19%에 불과했다가 대출규제가 실시된 2007년에는 57%로 늘어났다. 물론 2008년에는 다시 줄어들긴 하지만 말이다. 금융기관별 평균 대출 금액을 한 번 보자. 매수자들은 2006~2008년 3년 평균치로 제1금융권에서는 건당 2.9억원, 제2금융권에서는 건당 5.1억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또한 2007년 강남구 주택 거래시 대출비중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57%를 차지하고 있다.
거칠게 표현해서 이들 아파트가 강남 아파트 단지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조사에 포함된 강남 아파트 단지의 거래는 투기 범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중에는 좋게 말해 고소득자들이 여윳돈으로 투자한 경우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이들 주택 거래의 상당 부분은 투기성이 매우 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수도권 집값의 기준점인 강남 집값을 유지하려는 속셈으로 이처럼 투기성이 짙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여념이 없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이 같은 투기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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