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 글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부동산문제>란에 Lost님께서 띄워주신 글입니다. 미국의 사례이지만, 최근 한국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시사점을 주는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여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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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특수한 곳이라 별개로 생각해야 된다는 생각이 꽤 널리 퍼져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과거 한국에 살 때, 강남권에 살았었습니다.
강남이 각광받는 이유는 두가지라고 보입니다.
하나는, 학군입니다. 좋은 사설학원과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로케이션(Locaton)입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문화시설등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가지 조건은 미쿡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도 학군좋고 로케이션 좋은 곳을 선호합니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구요.
제가 살고 있는 시애틀메트로(몇개의 시가 하나의 거대한 도시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메트로라는 말을 썼습니다.)에도
로케이션 좋고 학군 좋은 곳이 있습니다.
벨뷰(Bellevue) 라는 곳입니다.
벨뷰에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빌게이츠도 삽니다.
(물론 빌게이트는 벨뷰와 바로 붙어있는 머다이나에 삽니다.)
또한, 벨뷰 바로 옆 섬지역인 머서아일랜드에는
MS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이 사는 동네입니다.
벨뷰는 시애틀이 커지면서 새로 개발된 도시입니다.
마치 강남개발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곳이지요.
벨뷰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새로 개발된 곳이
제가 살고 있는 이사콰입니다.
마치 한국의 분당같은 곳이지요.
벨뷰와 이사콰 둘다 공립학교 학군이 상당히 좋은 곳입니다.
특히, 벨뷰의 뉴포트 하이스쿨과 벨뷰하이스쿨은
미 전국에서도 몇번째 안에 들어가는 공립 고등학교 입니다.
로케이션도 아주 좋고 환경친화적인 도시입니다.
자...
학군좋고 로케이션 좋은 이곳을 한국인들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요?
많은 한국인들이 이 지역에 삽니다.
저도 벨뷰 근처에 살다보니 이 곳에 사시는 많은 한국분들을 압니다.
2004년 부터 벨뷰의 부동산은 폭등하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벨뷰지역에 기반이 있습니다.
2005-6년 MS는 엄청나게 많은 직원들을 고용했고
벨뷰 다운타운에는 수많은 빌딩들을 짓기 사작했습니다.
벨뷰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강남처럼..
벨뷰도 개발된지 오래되어
낡은 집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 낡은 집을 사들여
비싸고 좋은 새집으로 개건축을 하였습니다.
2005년 1년 사이에 거의 100% 이상 가격이 폭등합니다.
제가 아는 분들 중에도 2005,6,7년도에 벨뷰로 이사하거나
투자하신 분들이 꽤나 됩니다.
모두다 대박의 푸른 꿈을 안고 말이지요.
2009년 6월 현재.
시애틀 근교 대부분의 지역의 집값은 2007년 대비 약 30% 하락했습니다.
그러면, 벨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벨뷰는 타 지역에 비해 더 떨어졌습니다.
시애틀 인근에서는 가장 큰 하락율을 보였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벨뷰지역은 이번 주택붐 기간동안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떨어진 것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말씀하실겁니다.
많이 올랐다가 많이 떨어졌으니 손해 볼 것 없지 않은가?
그래도 역시 로케이션 좋고 학군좋은 벨뷰가 투자에는 적격 아닌가?
그렇습니다.
급등하기 전인 2003년 이전에 사신분들은 당연히 지금도 느긋합니다.
문제는 강남불패를 외치면서,
2005년 이후 벨뷰에 입성한 용감한 분들이 문제였습니다.
LA와 달리 시애틀은 1970년대 이래 부동산이 폭락지경이 된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LA는 다릅니다. LA는 80년대말 주택붐이후 97년까지 약 8년간 하락장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남불패론 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인들을 포함해서) 너도 나도 벨뷰에 투자했습니다.
셀러(Seller)가 부르는 값보다 10%-20%는 더 주어야 살수 있는
강력한 셀러마켓(Seller's Market) 하에서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습니다.
사자마자 6개월만에 10만불 이상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벨뷰 신규 투자자들은 만족했습니다.
어떤 이는 몇개 더 사두는, 아주 겁없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모두다 강남불패론을 신봉하는 용기있는 분들이었습니다.
2006년 LA 부동산이 꺾여도,
(마치 세계 부동산이 다 급락을 해도 강남 집값은 독야청청 뛰는 것처럼)
비웃듯이 벨뷰의 집값은 지속적인 급등을 했고,
2007년 봄까지도 그 기세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시애틀 지방 언론과 방송에서는
"시애틀은 왜 특별한가?"라는 타이틀을 앞세우며
너도나도 미국 다른 전지역의 부동산이 다 떨어져도
시애틀만은 특수하여 경제도 좋고 고용도 좋고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은 지속 상승한다고 바람을 잡았습니다.
당시 벨뷰에 집을 한두채 산 분들은
늘어난 자산에 기뻐하며, 고급차 고급가구들을 마구 사들였습니다.
바로 미국의 경제를 버텨준 일등공신들이었습니다.
2007년 8월. 드디어 우려했던 서브프라임이 본격적으로 터졌습니다.
매물은 많아지고 바이어는 관망세에 들어갔습니다.
벨뷰에 투자한 한인 분들도 경기상황을 유심히 점검했습니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보다 싼값에 부동산을 내어 놓았고
그래도 상대적으로 구입당시 가격에 비해 상당한 이익을 챙겼습니다.
서브프라임 이후에도 강남불패론을 믿는 분들은
"기다리면 곳 봄이 올것이다 ." 라는 믿음으로
2009년까지 버틴 분들이 많습니다.
2009년 여름 현재,
부동산 급락은 실물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보잉은 그 많은 주문들이 하나 둘씩 취소되고
시애틀이 본사인 워싱턴뮤추얼은행은 체이스로 넘어갔습니다.
시애틀 다운타운의 오피스의 공실율은 20%를 넘어갔고
MS도 대규모 감원을 개시합니다.
2005년 이후 벨뷰에 새로이 투자한 그분들은
이제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이자인 모기지를 제때 못내어
드디어 은행이 차압을 합니다.
차압을 당하기 전에 숏세일로 싸게 처분하려고 해도
살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집은 은행이 가져갑니다.
제가 아는 분 중
2006년 벨뷰에 139만불을 주고 산 집이 있었습니다.
작년부터 시장에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80만불인가에 올해 봄에 겨우 팔렸습니다.
이런 집들이 지금 벨뷰에는 부지기 수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밤낮없이 주말도 쉬지 않고 일해온
우리 한인 이민자들이
단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드디어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아메리칸 드림이
한순간에 깨어져 버렸습니다.
지금의 강남.
요즘 다시 꿈틀거리니 사고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고 나면
그 동안 여러분이 피땀 흘려 모은 전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신중히 판단하여 투자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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