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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막대한 부자감세와 재정적자를 통한 건설경기 부양 등으로 재정이 악화되자 세수를 올리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정식 발표 전에 연구자료를 흘리면서 여론 반응을 떠보는 식의 행태도 얼마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을 검토하더니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사 슬며시 물러서며 다시 에너지세를 도입한다, 각종 면세조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둥 별 생쑈를 다하기 시작하더니 오늘도 한 건 올라왔다. 전세금에 세금을 물리고 술과 담배에 이른바 '죄악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이들 세금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그 세목에 대한 직접적 판단 외에 현재의 전체 조세 및 재정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현 정부가 어떻게 세수 및 재정지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감세안을 통해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96.1조원,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얼마 전 총 세수 감소 규모가 99조원에 이른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이는 세수감소액을 추산하는 기준을 달리 적용한 때문이다. 재정부는 세수감소를 매년마다 전년대비 세수 감소폭을 합계한 데 반해, KDI는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세수감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감세정책 시행 전 250조이던 세수가 감세정책의 효과로 이후 4년간에 걸쳐 매년 240조 230조 220조 210조원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자. 재정부는 매년 전년 대비 감소분의 합계액인 40조원(=10조원 x 4년)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이다. 반면 KDI 방식으로는 감세정책 실시 전 기준년도 세수(250조원) 대비 세수 감소액의 합계인 100조원(10조원+20조원+30조원+40조원)으로 추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옳은 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당연히 예산정책처가 옳다. 기준년도 방식을 사용해야 감세정책의 영향이 매년 누적되는 폭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이 없었다면 정책 시행 후 4년차에도 원래 250조원의 세수가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에 40조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를 전년에 대비해서 10조원의 감세효과만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재정부의 과소 추산이 무지의 산물인지, 아니면 대규모 ‘강부자 감세’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의도적인 속임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재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계산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세정책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등도 국회 예산정책처나 KDI 등이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무식함으로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의도적인 속임수라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사악한 기득권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나 재정부의 세수감소 추정치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까지 낭비성 예산을 줄여 정부 재정규모를 세수감소분에 비례하여 매년 축소해가는 경우다. 그러나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처럼 이명박정부 감세정책의 문제점은 시행 첫 해 만에 벌써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정부는 한술 더 떠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는 핑계로 대부분 재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개발 비용의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고, 설비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2일 발표했다. 더구나 재정수지 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조치들이 재정수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추계작업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급속한 고령화나 갈수록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악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정부는 무리한 감세정책과 대규모 토건사업 남발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벌어질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세대가 써야 할 몫까지 땡겨서 자신들의 쌈짓돈인양 부유층과 재벌기업 등에 마구잡이로 퍼주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아래 <도표1>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수입에 대해 과세하고, 술과 담배 소비에 대해 기독교적인 선악관의 냄새마저 풍기는 ‘죄악세’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물론 지나치게 남발된 비과세 및 감면 조치나 전세수익에 대한 과세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와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부유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태가 계속된다면 대규모 조세저항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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