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1일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제목으로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 감세안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2012년까지 총 33.9조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2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2009년 13.5조원, 2010년 24.6조원 등 2012년까지만 무려 96.1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정책처에 이어 대표적인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얼마전 총 세수 감소 규모가 99조원에 이른다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만약 KDI나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대로 감세 규모가 커지면 향후 재정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KDI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감세 규모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약 33.9조원으로 추산되었다. 연도별로는 2008 6.2조원, 2009 10.2조원, 2010 13.2조원, 2011 3.9조원, 2012 0.4조원 등이다. 반면 KDI 2009 6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까지 재정부 추산보다 63.5조원 더 많은 98.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도별 추이에서도 2008 6.2조원, 2009 12.0조원, 2010 24.2조원, 2011 28.1조원, 2012 28.4조원으로 분석됐다.

 

왜 이처럼 양쪽 추산상의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까. 이는 세수감소액을 추산하는 기준을 달리 적용한 때문이다. 재정부는 세수감소를 매년마다 전년대비 세수 감소폭을 합계한 데 반해, KDI는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세수감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감세정책 시행 전 250조이던 세수가 감세정책의 효과로 이후 4년간에 걸쳐 매년 240 230 220 210조원으로 줄어든다고 가정하자. 재정부는 매년 전년 대비 감소분의 합계액인 40조원(=10조원 x 4)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이다. 반면 KDI 방식으로는 감세정책 실시 전 기준년도 세수(250조원) 대비 세수 감소액의 합계인 100조원(10조원+20조원+30조원+40조원)으로 추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옳은 지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당연히 예산정책처가 옳다. 기준년도 방식을 사용해야 감세정책의 영향이 매년 누적되는 폭을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정책이 없었다면 정책 시행 후 4년차에도 원래 250조원의 세수가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에 40조원의 감세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를 전년에 대비해서 10조원의 감세효과만 발생한다고 추산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재정부의 과소 추산이 무지의 산물인지, 아니면 대규모 ‘강부자 감세’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의도적인 속임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 재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계산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세정책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름이 끼친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등도 국회 예산정책처나 KDI 등이 추산한 방식처럼 기준연도 방식을 사용해 세수 변화 효과를 추산하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무식함으로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약 의도적인 속임수라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대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사악한 기득권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나 재정부의 세수감소 추정치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까지 낭비성 예산을 줄여 정부 재정규모를 세수감소분에 비례하여 매년 축소해가는 경우다. 그러나 이미 2009년만 해도 정부 총지출이 302조원을 넘어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무려 51.5조원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작은 정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왜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4대강 정비사업에만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퍼부으려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여당 소속인 한나라당 이한구의원이 4대강사업과 자전거도로 사업은 국가채무로 하는 사업이라고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까.

 

 어쨌거나 감세정책 만으로 2010년 이후 매년 25조원 전후의 재정적자 발생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어디에선가는 다른 세수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직접세를 깎아줬으니 추가 세원의 대부분은 모두 간접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아래 <도표1>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전체 국세 수입의 약 7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세하면 부가가치세 등 다른 세목에서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 방안이 거론되는 한편 정부가 180여개 비과세 감면제도 중 올해 일몰시기가 도래하는 86개를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앞뒤 재지 않고 추진하는 감세안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한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부자들에게는 거의 80조원(감세액 99조원* 부유층 감세혜택 귀착률 80%)을 퍼주고 상당 부분을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강탈하는 꼴이다. 현 정부가 아무리 말로만 '서민정부'를 내세우고, 이전에 하던 사업들 긁어모아 억지로 생색내기용 '친서민정책'을 발표한다 한들 호박에 줄긋기다. 기득권과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포장만 바꾼다고 하루 아침에 서민정부가 되지 않는다.

 


by 선대인 2009. 7. 2.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