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이른바 '녹색 뉴딜' 구상을 발표, 오는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을 투입해 새 일자리 96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정부에서 발표한 사업들과 4대강 하천 정비 등 개발시대의 건설토목사업 위주의 사업들을 ‘녹색 뉴딜’이라고 포장한 것은 저질 소시지를 스테이크로 포장한 격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전체적인 토목사업을 녹색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일주 자전거도로 건설사업도 사실 따지고 보면 또 하나의 콘크리트 사업일 뿐입니다.

 

도심의 자전거 도로를 확충해 자전거 출퇴근을 늘리고 기존 교통수단 이용률을 낮춤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한편 교통혼잡을 줄여야 친환경 사업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교통 혁명을 이뤄냈다고 하는 프랑스의 벨리브가 모두 도심 내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자전거도로는 어떻습니까? 네덜란드는 도로 예산의 10%를 자전거 시설을 지원하는데 지출하는데, 2007년 자전거 시설에 대한 국비 투자액은 102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자동차도로 사업에는 올해의 경우 약 10조원을 배정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 경우에도 최근 몇 년간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충한다고 했지만,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도로는 거의 없습니다. 자전거도로를 보도에 만들어 놓았지만 각종 주행방해 시설물이 즐비하고 폭도 극히 좁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조금 달리다 보면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심지어 인도에 페인트로 줄만 그어놓고 자전거도로로 우기는 것도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러니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네덜란드는 27%, 일본 14%, 독일 1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한 것도 당연하지요.

 

그런데 도심 내에 자전거도로를 만들지 않고 전국 해안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전국일주 자전거도로가 생긴다고 도심 내 통행량이 줄어들까요? 전국일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사람들은 결국 큰맘먹고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저도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고 그런 도로가 생기면 이용을 하고는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요가 얼마나 될까요? 또 전국일주 자전거도로 수요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도심의 교통량이 절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에너지 절감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도 되지 않습니다. 자전거 장거리 여행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위해 거액의 예산을 들일 뿐입니다. 비용 대비 편익이 1이 넘을지 정말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러면 결국 그 자전거도로를 닦기 위한 도로사업은 결국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드는 토목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불요불급한 토목사업에 예산을 들이고 건설업체들 좋은 일만 시킬 뿐입니다.

 

더구나 이 사업은 제가 볼 때 시작일뿐이고, 계속 잇따라 자전거용 도로포장사업을 확대재생산할 것입니다. 전국 일주 자전거도로가 생겼는데, 해안 일주 도로만 닦고 말겠습니까? 곧 건설족들은 각 주요 길목별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내자고 하겠지요. 그때마다 ‘친환경’이니 ‘그린’이니 하는 포장을 달아가면서요.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자전거도로 사업은 계속 확대되고, 계속 해마다 예산도 늘어나겠지요. 실제로 이번 정부 발표자료를 보면 ‘자치단체가 개설한 자전거도로와 연결사업 추진’이라고 해서 그런 가능성을 이미 명시해뒀더군요. 토건족들이 가장 수익을 많이 남기는 사업이 도로 예산인데, 자동차도로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니 이제는 새로운 도로수요를 만들어낼 명분을 만들어내는군요.

 

해안일주도로 건설사업에 들어갈 예산만 2008년 불변가격으로 1조 2456억원이네요. 그런데 자전거 도심 급행도로 시범사업에는 300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사실 10km 3개 구간, 총연장 30km를 닦는데 3000억원을 퍼붓는 것은 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나게 퍼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자전거도로 1km당 100억원이라니요. 그래도 이왕 퍼줄 돈이라면 그나마 전국일주 자전거도로 만드는데 쓰는 것보다는 도심 내 자전거도로 확충에 쓰는 것이 100배 낫지요.

 

그런데 이 사업의 숨겨진 정치적 의도는 더욱 불쾌하군요. 정부 자료를 보면 이 사업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중인 자전거 길 만들기 사업과 연계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을 ‘녹색 뉴딜’로 포장한 것부터가 가당찮은 이야기이지만, 전혀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는 사업조차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숙원사업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삼다니요. 어떤 명목을 만들어서라도 자신들의 하려는 일은 기필코 해내고 마는 이들의 똥고집에는 질릴 뿐입니다. 현 정권이 이처럼 기를 쓰고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려고 애쓰는 한편에서는 단돈 몇 만원의 지원이 아쉬운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즐비합니다. 그런데도 경제성과 시급성이 거의 없는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예산 탕진은 매년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도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핑계로 불요불급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또 다시 일으키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경기부양을 하더라도 과거에 꼴아박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경기부양을 할 수는 없을까요? 미국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계획처럼 제대로 된 신재생 에너지 투자, 매우 지체돼 있는 노후 교량 및 도로의 유지 보수 투자, 의료시스템의 전산화, 광역인터넷망 확충, 21세기형 도서관, 실험실, 교실 증개축 같은 사업들은 미국 사회의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투자입니다. 이 같은 방안은 현재 미국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현재의 경기를 부양할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경기부양책으로서 당장의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겠지만, 그 큰 틀의 방향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까지 시대착오적 토건형 개발사업에 투자하려는 것일까요? 그것도 마치 미래지향적인 투자인 것처럼 국민들을 우롱까지 해가면서 말입니다. 그런 이면에 우리 아이들의 도서관, 실험실, 교실은 여전히 열악한 상태이고, 소외된 이웃들은 단돈 몇 만원이 없어서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홑이불로 추운 겨울을 지새고 있다는 점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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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8.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