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가 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책 표지사진입니다
고심 끝에 제가 쓴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머리말을 공개합니다. 이 머리말에는 많은 분들이 알아야 할 여러가지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필요하다면 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이 머리말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독자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읽고 제 책을 성원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머리말-거품 붕괴의 시대가 온다
잔치는 끝났다. 거품의 시대는 가고 붕괴의 시대가 온다. 나라 전체가 아파트 거품에 취해 살던 시대는 저물어간다. 이제 빚잔치를 해야 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한국 경제에 엄동설한이 다가온다.
탈고를 앞두고 책의 머리말을 쓰는 이 순간 매우 착잡하다. 나라 장래가 걱정돼서다. 앞으로 다가올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암담하기까지 하다. 필자는 3년 전 공저한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책에서 이미 경고했다. 집값 거품에 취해 사는 나라는 장래가 없으며, 집값 거품을 빼고 정상적인 경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비슷한 취지로 상당수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별 변화가 없었다. 거품은 그때로부터 다시 30~40%이상 부풀어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뀌었다. 한국경제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 위주의 산업구조로 탈바꿈했다. 전세계는 지식정보화의 시대, 창조경제의 시대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한 국내외 경제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기 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경기 규칙을 마련하기보다는 승자만이 더욱 많은 것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사회’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건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 재벌 그룹만이 대접받는 ‘엽기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재벌에게 온갖 R&D 자금을 몰아주고, 시장 경쟁을 헤치는 독과점 상황을 방조하고,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묵인하고 사면했다. 공공에서는 매년 50~60조원 이상의 돈을 풀어 개발사업을 벌이고, 민간에서는 집값 거품을 띄워 재벌 건설사들을 배 불렸다. 이렇게 외환위기 10년은 가진자들만이 더욱 많은 것을 향유하는 10년이었다.
지난 10년은 정부와 가계의 빚으로 거품을 만들어 성장한 시대였다. 외환위기 직후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상위 재벌 기업들을 살리고, 방만한 공공기관들을 먹여 살렸다.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약삭빠른 이들이 권력자들과 결탁해 ‘공돈’을 노략질하는, 엄청난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미국의 인터넷 붐과 신경제 구호에 편승해 IT버블을 띄웠다. 대부분이 사기였다. 99년 온갖 그럴싸한 명목으로 포장하며 신화를 만들어냈던 그 많던 벤처기업들 가운데 남아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가?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내일은 나도 부자’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객장으로 달려갔지만, 많은 수가 깡통을 찼다. 당시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주식투자 붐을 주도했던 현대증권 이익치 전 사장은 이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IT주가 버블로 99년 9%대의 성장률을 기록하자 ‘외환위기를 1년만에 극복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2000년 성장률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IT버블’은 그나마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도 배출했고, 하드웨어측면에서나마 한국을 ‘IT강국’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더욱 우울하다.
IT버블이 싸늘하게 식자, 정부는 다른 두 개의 거품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나는 카드채 거품이요, 다른 하나는 집값 거품이었다. 먼저 카드채 거품부터 이야기해보자. 2001~2002년 마구잡이 신용카드 남발로 만들어낸 반짝 소비 거품으로 한국 경제는 2002년 다시 7%대의 고성장을 달성했다. 신용카드로 몇 천만원씩 빌려 쓸 때는 좋았다. 하지만 카드채를 다른 카드채로 돌려막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가 다하자 2003년부터 카드채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한국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졌다. 많은 가계가 빚 청산에 시달렸다. 빚 청산 여력이 없는 가계와 개인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주로 저소득계층의 빚으로 만들어진 카드채 버블은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숱한 자살자도 생겨났다. 카드채 버블이 생기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금융당국은 단기적 성과에 목맨 정부의 압력 때문인지 제때 제동을 걸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자들 가운데 처벌받은 사람은 전무했다. 부실 카드채로 부도 위기에 처한 재벌 카드사들도 모두 나랏돈을 들여 살려냈다. 자신들의 경영 부실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국민의 돈으로 살려내 엄청난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 하지만 정부는 신용불량자들은 못 본 체 했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는 감추고 ‘재무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이라며 뻔뻔스럽게 신용불량자들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정부 관료들과 정치권, 재벌 카드사들은 모두 살아남았고, 저소득층 가계만 나락으로 떨어졌다. 어찌됐든 카드채 사태는 2~3년 만에 한국경제에 큰 상처를 남긴 채 아물어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신용불량자들을 양산한 채.
하지만 카드채 거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품이 자랐다. 부동산 거품이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은 99년부터 급반등했다. 소위 V자 반등이었다. 2000년까지 집값은 원래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이르렀을 정상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1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집값은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주택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에 더해 수급 불균형도 초기 집값을 뛰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한 집값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집 사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돌자, 사람들은 있는 빚, 없는 빚 다 끌어와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설마 더 안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투자(또는 투기) 행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집값 거품은 계속 커져갔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제는 소매금융이다’라는 구호아래 펌프질을 해댔다. 가계의 신용 평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손쉬운 주택 담보 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했다. 계속 펌프질을 해대다 대출 자금이 부족해지자 은행채와 CD를 남발하고, 엔 캐리 자금 등 단기 외화까지 끌어와 펌프질을 해댔다.
하지만 많은 부분 집값을 키운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진 중앙과 지방의 정치권과 단기 경제 성적표에 치중한 정부 관료들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집착해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개발주의 시대 때 형성된 공급자 위주의 주택시장을 소비자 위주로 전환하는 과제를 방기했다.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만 배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분양가만 자율화하고 함께 패키지로 추진키로 했던 후분양제 약속은 이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건설업체들이 공급자 위주의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려 막대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었다.
집값 안정과 서민 경제 활성화라는 염원을 안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부였다. 말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면서도 건설과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관료들에게 놀아났다. 인수위 때 채택해놓고도, 결국 후분양제를 제대로 시행도 못했고, 조작된 통계에 속아 불과 2,3년 전까지 ‘집값 거품이 없다’고 떠들어댔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며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했다. 판교를 중산층까지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질 높은 장기 임대 주택 단지로 만들라는 혜안 있는 전문가의 제안도 걷어찼다. 오히려 판교를 거대한 로또판으로 만들어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의 집값을 치솟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행정복합도시다, 기업도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골프장 건설이다, 경제특구다 하며 온갖 개발 사업을 만들어냈다. S프로젝트, J프로젝트 같은 국적불명의 거대한 개발 사업 구상도 쏟아졌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그 명분을 채울 정책 구상과 공간 기획, 소프트웨어는 없었다. 한 마디로 개혁정부가 아닌 개발정부였다. 전국이 투기장으로 변했고, 엄청나게 풀린 보상금 중 일부가 역류해 다시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마치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낸 ‘일본 열도개조론’의 한국판을 연상케 하는 조치였다. 한 쪽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을 올리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신도시와 각종 개발사업으로 투기판을 확대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을 몰리게 했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10.29’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투기를 한 풀 꺾어놓고도 대책이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이러다 경착륙한다’는 관료들과 일부 언론의 엄포에 속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거품이 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2005년 이후 2차 집값 폭등기를 불러오고 말았다. ‘집값만은 잡겠다’고 임기 내내 되풀이하면서도 집값 잡는 방법도 모르고, 집값 거품을 깨트릴 용기도 없었으니 얼마나 무능하고, 얼마나 위선적인가? 오죽하면 맹목적으로 ‘좌파 노무현’을 싫어하는 강남 아줌마들조차 “노무현이 집값 올려준 것 하나는 정말 고맙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자신을 뽑아준 서민들의 기대를 깡그리 저버린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안 받을 줄 알았는가?
그런데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더욱 가관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었지만, 현 정부는 그런 의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파트를 지어대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우는 것이 경제 발전의 시작이자 끝인 줄 아는 정부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산실인 건설산업의 대표격인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니 오죽하겠는가? 한국판 건설족의 우두머리라 할 만하다. 허구한 날 어디다 삽질할 것인지 ‘삽질 경제학’에만 심취해 있는 분이니, 한국 경제의 앞날이 암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 시절부터 서울 집값 올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서울시에 있는 동안 그가 집값 상승을 얼마나 부추겼는지 여실히 확인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시절부터 물밑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강남 5개 재건축 단지의 사업 승인을 약속했다. 물론 겉으로 내세우기는 찜찜했는지 정식 공약으로는 내세우지 않았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시장 취임 불과 몇 달 후부터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강남북 균형발전’이지 실제로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한 번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한 뉴타운 열풍은 거세게 불었다. 그는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임기 내 세 차례에 걸쳐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다. 말이 33개이지,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약 7.5%로 30여년 서울시 전체 재개발 면적보다 더 넓다. 뉴타운을 계기로 사업대상지와 인근 지역들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까지 집값이 폭등을 거듭했다. 오죽하면 전직 서울시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땅값은 이명박이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이명박의 뉴타운 사업은 앞으로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지에 있던 중소형 주택은 모두 헐렸다. 그 자리에는 대부분 중대형의 새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대부분 뉴타운 사업지에는 가난한 세입자들이 70~80%를 차지한다. 중소형 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에 세 들어 있던 세입자들은 모두 쫓겨난다.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철거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서울 동북부와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까지 극심한 전월세난이 벌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기세력이 끼어든 탓도 있지만, 노원, 도봉, 강북 3구의 집값이 2008년 상반기 거세게 상승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대상지역의 대학가 하숙비가 폭등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쫓겨나는 세입자들조차 “뉴타운하면 우리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착각하고,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하숙비 상승을 초래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난 대선에서 이대통령을 찍었다. 하긴 이런 사실을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어찌 알겠는가 싶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삽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시대착오적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로 물줄기를 따라 땅값이 폭등하게 만들더니 요즘도 하는 행태가 가관이다. 더 이상 거품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는 아랑곳 않고, 거품을 키우는 부양책 일색이다. 우선, 정부가 8월 21일 내놓은 ‘주택공급 기반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하 8.21대책)’은 한 마디로 ‘건설업체 종합 부양책’이었다. 이에 더해 후분양제 무력화,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미분양 물량 해소대책, 재건축 규제 완화, 전매제한 기간 단축, 추경 편성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 부양책은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종부세 완화, 양도세 완화, 재산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세금 선물도 패키지로 준비하고 있다. 집 없는 서민이야 어찌 되든 부동산 부자들의 집값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식이니 얼마나 뻔뻔하고 파렴치한 정부인가? 하긴 ‘강부자 내각’으로 이뤄진 정부에 뭘 기대한단 말인가?
현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각종 규제책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모두 뒤집기만 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착각에 사로잡힌 듯하다. 이들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전 집값은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지만 거래량은 확 주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선행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이 정부는 거품을 계속 지탱하거나 키울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버블은 어떤 식으로든 붕괴한다. 그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을 더 큰 버블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미 카드채 사태 때 이를 여실히 경험했다. 하지만 역사의 실패에서 배울 만큼 능력 있는 정부가 아니니 어쩌겠는가?
정부만 거품을 키운 것도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이 집값 거품 키우기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사업을 추진할 때 소위 ‘뉴타운법’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입법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서민입법과 구조적 개혁에는 도통 무관심한 여야 의원들이 그렇게 초당적으로 합심해 만든 법은 입법사상 유례가 드물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이야 못 사는 지역을 중산층 위주의 아파트촌으로 바꾸면 자신들 선거에 유리하니 ‘뉴타운 맨더링’(선거구를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에 대비해 선거구는 그대로 둔 채 뉴타운을 통해 선거구민의 구성을 바꾸는 것을 일컫기 위해 필자가 만든 조어다)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뉴타운이 뜨니 자신들도 우르르 몰려가 뉴타운 입법에 다리를 걸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 발등 자기가 찍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한나라당 ‘뉴타운돌이’들을 비난하는 통합민주당의 모습은 애처롭다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집값을 올린 정치인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과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위해 경제를 파탄내고, 서민들의 주름살을 늘렸다. 사람 귀한 줄은 모르고 전 국민의 반을 비정규직으로 내몰며 내부 식민지처럼 착취한 이들이 집값 거품을 부풀리고 유지하는 데는 앞 다퉈 나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치 아파트 값이 오르면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될 것처럼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그런 환상이 모두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80년대 말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사며 기세등등했던 일본이 이후 10여년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집값 거품에 취해 온 국민을 투기장으로 몰아넣었던 정치인과 그 세력들을. 그 때가 오면 그들을 정치적으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모든 경제 현상도 일정한 자연 법칙을 따른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거품도 너무 부풀면 꺼지기 마련이다. 과거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미국도 그렇다. 몇 년 전 카드채 거품도 마찬가지다. 빚으로 쌓아올린 집값 거품이라는 모래성이 얼마나 견고하겠는가? 지금 5억, 10억 가는 집들이 50억, 100억까지 가도록 쌓아올릴 수 있을 것 같은가? 바벨탑도 하늘에 닿지 못했다. 집값 거품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포커판의 판돈도 참여자의 밑천이 바닥나면 더 키울 수 없듯이 말이다. 2008년 상반기 이후 집값 거품의 붕괴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의 기준인 서울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회복될 줄 모르고 하락의 가속도만 높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엄청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세계 각국의 집값도 미국을 필두로,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중국 등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의 압력은 점증하고 있다. 금리는 뛰고,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경기 하강세로 실질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대출여력은 고갈됐고, 거액 가계 대출자들의 만기는 속속 돌아오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 추진됐던 수도권 공급 물량들의 입주 시점이 가까워오면서 ‘물량 쇼크’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집값 하락을 초래할 요인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집값 올리기’의 사명을 띠고 탄생한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집값 버블 붕괴는 단시일 안에 끝나지 않는다. 많은 엉터리 전문가들이 ‘외환위기 학습효과’ 운운하며 집값이 떨어져도 단시일 안에 반등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과연 그럴까? 투기 부추기기 전문가인 이들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 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턱도 없는 소리다. 집값 거품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 카드채 사태로 저소득층 수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이후 2~3년 동안 한국경제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2003년 경제성장률이 3%까지 떨어진 것도 카드채 버블 붕괴 충격 때문이었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카드채 버블보다 몇 배나 더 큰 충격을 한국 경제에 가할 공산이 크다. 카드채 버블은 주로 저소득층의 문제였지만, 부동산 버블에는 중상류층까지 대거 가담했다. 버블이 꺼질 때 과다한 빚을 졌던 상당수 중산층이 몰락할 것이다. 각 가계가 빚을 청산하고 정상적인 경제 여력을 회복하기까지 족히 4~5년간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막대한 물량의 주택 공급이 2010년대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쏟아질 것이다. 2013년이면 주택 수요층의 중핵을 이루는 35~55세 연령대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시작된다. 더구나 이후 주택 수요층에 진입할 ‘88만원세대’는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매물을 받아줄 경제력이 없다.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2015년 무렵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집값 거품 붕괴는 집값 급락 이후 장기간에 걸쳐 침체를 면치 못하는 L자형 장기 대폭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간 일본형 침체 현상을 보일지도 모른다.
이 같은 전망이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을 떠나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부동산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며, 돈덩이가 아니라 빚덩이로 바뀐다. 버블 붕괴가 아닌 ‘조정기’라는 사기꾼들에게 속는 사람은 ‘피박’을 쓰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도 늦게까지 부동산을 붙들고 있었던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한동안은 일반인들이 부동산으로 돈 번다는 생각은 가능하면 잊어야 한다. 부동산을 단기 투자상품이 아닌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보는 시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른바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제 부동산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굳이 둘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면, 매월 빚에 쪼들려 사는 ‘집 가진 빈민’으로 살기보다 자기 계발에 투자하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집 없는 부자’로 사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런데도 이 같은 변화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는데도 눈을 질끈 감고 ‘이명박 천하장사’의 괴력을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현 정부가 자신들의 집값을 반드시 다시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가히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하지만 꿈 깨시라. 꿈 안 깨시면 당신의 삶이 위험해진다.
그런데 이런 미몽 상태에 빠져 계시는 분들에게 수면제를 더 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당수는 사기꾼에 가깝다. 만나서 이야기해면 경제적 지식과 이해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숲 속에서 땅바닥만 보고 다니는 사람들이 숲을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집값 대세 상승기에 편승해 투기 심리를 부추기며 고수인 양 행세했다. 굳이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면 ‘투기 고수’일 뿐이다. 하지만 경제 흐름은 바뀌었고, 집값은 거대한 변곡점에 이르렀다. 그들이 변곡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마라. 그리고 그런 사기꾼들에게 속지 마라. 사석에서는 버젓이 “우리가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를 어떻게 합니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투자자에게는 “지금은 조정기다. 지금 사놓으면 오른다”라고 얘기하면서 자신의 강남 집은 팔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에는 자신만만하게 “버블 붕괴는 없다. 있다고 해도 조금 긴 조정기만 있다”고 떠들면서, 필자에게는 “버블이 붕괴할 수도 있을까요?”라고 묻는 엉터리들이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중의 한 명을 전문가랍시고 청와대 인수위에까지 끌어들였으니 현 정부의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언론도 너무 믿지 마라. 특히 사주가 부동산을 많이 가진 신문들일수록 믿지 마라. 한국의 신문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특히 더 심하다. 일부 신문은 부동산 재벌들인 사주의 이해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매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건설업체들의 영향도 받는다. 신문사들이 직접 주택 사업에 참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신문들은 매우 강력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오죽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있는 동안 상업용지 분양을 위해 필자에까지 관계자가 로비를 하겠는가? 어째서 기자들로 하여금 기사는 안 쓰고 상업용지 분양을 따내는데 필요한 정보를 ‘취재’하게 하는가? 도대체 이들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 기자들의 전문성도 한심한 수준이다. 부동산을 몇 년 동안 담당해도 주택산업의 구조도 모르고,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는 기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하는 ‘업 앤 다운(up and down) 기사'밖에 쓸 줄 모른다. 그들이 접하는 취재원이 건설업체 관계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업계 연구원, 위에 언급한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 정도이니 그 시각이나 수준이 빤하지 않겠는가? 일부 신문의 몇몇 기자들을 빼고는 신뢰할만한 수준의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 드물다.
이 책이 이런 엉터리 정보들을 걸러내는 면역주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솔직히 그런 마음으로 썼다. 필자가 재테크 전문가가 아닌데도, 집을 살지 말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지난해 말부터 부쩍 늘었다. 아마 집값이 불안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것이다. 필자 나름대로 분석한 내용을 전해줬는데, 지금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집값 거품에 편승해 막판 투자를 감행하는 사람들도 소수지만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상투를 잡는 것으로 보였다. 대체로 끝까지 버티다 마지막에 결심한 사람들인데 아마도 거품이 꺼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일 것이다. 거품이 꺼질 때 그들이 볼 피해를 생각하니 아찔했다. 지난해 연말 점심식사 도중 대학 동기인 웰시안닷컴 심영철 대표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을 써보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심 대표는 베스트셀러 ‘은행을 떠나라’의 저자로 신뢰받는 재무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구체적인 분석과 전망을 토대로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대비를 하게 하자는 뜻이었다. 필자가 집값 버블 붕괴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을 쓰고 심대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재무 관리를 할 것인지를 쓰기로 했다. 그러한 구상이 고스란히 이 책의 구성으로 이어졌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현재의 집값 버블이 왜 붕괴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이 같은 집값 버블이 언제, 얼마나, 어떤 형태로 무너질지 버블 붕괴 메커니즘에 대해 전망했다. 3부에서는 이러한 버블 붕괴 시대에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부동산 시장에서 탈출할지에 대해 조언했다. 4부에서는 부동산을 탈출한 사람들이 향후 자신의 가계경제를 효과적으로 꾸릴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소개했다. 이 책의 1부에서 3부까지는 필자가, 4부는 심대표가 집필했다.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인 심대표와 이 책을 함께 구상하고 집필하는 과정은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이 나올 때까지 수고해준 한경BP 사장님과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늘 이 못난 아들과 사위의 든든한 배경이 돼주시는 양가 부모님께도 고마움과 죄송한 마음을 동시에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어린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해준 아내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재능이 참 많지만, 남편 뒷바라지에 많은 것을 희생했던 아내다. 몇 년간의 주부 생활을 끝내고, 다시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어가는 아내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2008년 9월 저자 선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