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9월 4일) 열렸던 MBC 100분토론을 오늘 오전에 인터넷으로 보고 정부 여당의 한심한 인식에 어이가 없어 한 마디 한다. 최근의 경제위기설 등에 대해서는 김태동 교수나 홍종학 교수 등의 반박이 어느 정도 있었고, 쓰자면 길어지니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 9월이 끝난다고 경제 위기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쓸 기회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세 정책에 대한 정부 여당 쪽 인사들의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대해서는 지금 말을 안 할 수 없다. 아래에서 딱 두 가지만 짚겠다.

 

1. 중저소득층에 20%의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짓말에 대하여

 

먼저, 감세의 혜택이 중산서민층에 상당 부분 돌아온다는 주장에 대해 알아보자. 100분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기획재정부 자료를 인용해 감세의 혜택이 중산서민층에 20%, 중소기업에 66%, 대기업에 24% 간다고 했다. 어떻게 숫자를 짜맞췄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다.

소득세율 인하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국세청의 2007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으로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47.6%는 근로소득세 면세 대상이다. 한마디로 현행 제도로도 하위 절반가량은 이미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근로소득세를 내는 52.4%를 5개 분위로 쪼갤 때 최하위 분위는 평균 4.0만원, 차하위 분위는 평균 15.8만원을 냈다. 이들 2개 분위 계층에 대해 세율을 2% 인하한다고 해도 혜택은 넉넉히 잡아도 각각 4000원, 1만6000원도 안 된다. 반면 8분위는 39.6만원, 9분위 133.0만원, 10분위 682.1만원을 냈다. 이들은 전체 감세 혜택의 97.7%를 독차지하고, 하위 7분위 계층에는 불과 2.3%의  감세 혜택이 돌아간다.  

결국 연말 정산 대상 근로자 1259만명 가운데 하위 70%가 아무런 혜택이 없거나 쥐꼬리만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들 70%가 거의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는다면, 정부나 이한구 의원이 말하는 ‘중저소득층’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서울 강남의 종부세 대상자는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말한 식으로 자산 상위 2% 안에 들어야 중저소득층이란 말인가? 실제로 재정부는 과표 8800만원 이하 계층을 중저소득층으로 잡고, 이들에게 감세 혜택의 53%가 돌아간다고 했다. 그런데 과표 8800만원이라면 상위 2%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이들의 실제 연간 급여는 약 1억2000만원선에 해당한다. 이만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상대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재경부 주장을 뒤집어보면 이번 감세 혜택의 절반가량이 연간 급여 1억2000만원 이상 계층에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번 감세안은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부유층 감세안임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가 흉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감세안의 감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의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20%가 감세혜택의 60%를 챙겼다. 또 최상위 1% 가구가 중간 소득계층보다 약 40배에 해당하는 혜택을 입었다.

 

이런 식의 현상이 한국이라고 안 나타날까? 이미 그 효과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례가 있다. 2004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5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말하는 중저소득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6분위 계층에서는 3885억원(6분위)에서 7799억원(1분위)의 후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고소득층인 7분위(788억원)부터 10분위(1조4454억원)까지는 후생이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하위층의 후생이 줄지는 않았는데, 한국의 경우는 하위층의 후생을 희생해 상류층의 후생을 증진시킨 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정부가 부유층이 주로 혜택 보는 사상 최대 감세안을 추진한 것을 수긍할 수 있을까? 소득세 외에 상속세나 양도세, 종부세 감면 혜택은 아예 중저소득층은 해당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서 중저소득층이 20%나 혜택을 받는다는 말인가?

   

2. 경기 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

 

100분 토론에서 이한구 의원과 노대래 차관보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감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감세가 이뤄지면 노동자의 근로 유인과 기업의 투자 유인이 커진다는 것은 경제학 이론에 비춰보면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면 무조건 감세를 하면 좋을까? 감세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부는 징수한 세금으로 재정지출을 할 수 있다.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해 다른 경기부양책을 쓸 수도 있고, 사회복지정책의 형태로 저소득층에 직간접적인 소득 보조를 해줄 수도 있다. 이번처럼 21조원의 감세를 한다는 것은 21조원의 재정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징세와 재정지출에 따른 행정 비용 등이 들어가니 같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비슷하다고 보자) 그러면 이와 관련된 비용 대비 편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21조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감세정책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먼저 미국 감세정책의 효과를 살펴보자. 이에 대해서는 재정부가 2005년 재경부 시절에 스스로 정리한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효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당시 재정부 문건에 따르면, Economy.com 연구소의 연구 결과 감세에 따른 세입손실 $1당 0.74$의 수요증대 효과를 유발하는데 그쳤다. 또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 Economic Policy Institute)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감세안이 통과된 이후 2004년8월까지 정부 예측치 430만개의 38%에 불과한 16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래도 어쨌거나 수요증대 효과도 있고, 일자리도 창출됐으니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21조원을 들여서 같은 목적으로 재정지출을 했을 때와 비교해 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한다. 감세정책의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과연 다른 재정지출에 비해 더 효과적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시일이 좀 지나기는 했으나, 실제로 재정부 산하 조세연구원의 2001년 연구 결과는 한국의 경우 재정지출이 감세 정책보다 약 두 배 가량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남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 직접세 비중이 매우 커서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 효과가 한국보다 더 큰데도 이렇다. 한국처럼 오히려 간접세 비율이 큰 나라에서 미국만큼의 경기 부양 효과라도 나타날까? 어림도 없다.

 

그리고 앞에서 이번 감세안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부유층에 감세 혜택이 돌아갈 경우 경기 부양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2007년 소득계층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는 220.7%, 2분위는 112.7%인 반면, 상류층인 9분위는 69.2%, 10분위는 61.0%이다.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못 쓰고 있을 뿐 돈이 생기면 생기는 족족 소비하지만, 고소득층은 1000만원이 생기면 그중에 600, 700만원 정도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중동 같은 기득권 언론에서 말하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은 경제적 양극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다. 그렇다면 같은 21조원으로 어느 쪽에 돈을 쓰는 게 경기 부양에 유리할까? 당연히 저소득층에 돈을 쓰는 게 훨씬 효과가 좋다.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와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는 게 이번 감세안보다 훨씬 경기 부양에도 유리할 것이다. 소비 승수효과를 통해 저소득층에 쓸 경우에는 100%씩 모두 지출해 연쇄적인 소비 효과가 일어나겠지만, 고소득층은 60~70%씩의 승수효과밖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한 해 연기됐지만,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투자 의욕 고취도 거의 효과가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율 5%P 인하 시 0.6%P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있고, 10조원 이상의 투자 증가로 18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장밋빛 분칠에 불과하다. 정부가 2003년 기업들에 대해 임시투자 세액공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는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 총액은 거의 변화가 없이 70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실제로 2004년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의향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같은 결론을 내리게 한다. 당시 설문에 대해 내부 유보후 관망(60.0%)과 투자 계획 없음(27.8%) 응답이 88%에 이른 반면 당장 투자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0%, 투자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응답은 11.2%에 불과했다. 이처럼 법인세 인하를 통한 투자 활성화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이미 상위 재벌기업들에 대한 실효 법인세율은 15% 전후에 불과하다. 명목상으로는 25%라고는 하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각종 면세 조치 때문에 실제로는 15% 전후 수준에 불과하다. 이것은 30~40% 수준인 미국, 일본에 비해 한참 낮은 세율이다. 이미 이렇게 법인세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재벌기업들은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갖고서도 말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정권이 아무리 회유와 압박을 가해도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법인세를 더 내려줘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단 말인가? 세율 15%가 높다면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투자에 나선단 말인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더 인하한다면 결국 재벌기업들의 세금 부담만 낮춰, 빈인빈 부익부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이번 정부여당의 감세안은 ‘중저소득층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허울에 불과하다. 당연히 자칭 경제통이라는 이한구 의원의 주장 또한 엉터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이념적인 경제관에 빠져 기본적인 현실조차 오도하는 기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본질은 현재 집권세력인 ‘강부자 패거리’들 자신들과 핵심 지지층인 부유층을 위한 감세안일 뿐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경제현안란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소장님이 쓰신 글이 아니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9. 5.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