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감사하게도 <일의 미래: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가 출간 일주일만에 교보문고 경제경영 부문 3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제가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책에 실린 <저자의 말>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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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크면서 나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중학교만 들어가도 앞으로 뭘 해야 하고, 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그저 장래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생계 또는 생존 자체를 걱정한다. 물론 지금의 성인들도 청소년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히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겪는 불안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느껴진다. 나만 하더라도 고성장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탓인지 미래를 그렇게 불안해한 적은 없었다. 포도 농사를 짓는 우리 집 살림살이도 계속 좋아졌다. 미래는 현재보다 좋아지는 게 당연했고, 미래에 뭘 해서 먹고살지에 대한 걱정 자체를 그다지 해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일자리를 갖고 생계를 꾸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노년층이 노후 빈곤을 겪는 것을 지켜보는 30~40대가 노후에 대한 예기불안을 겪는 것과 비슷하다. 청소년들조차 주변에서 일자리 불안에 시달리는 어른들을 보면서 일자리에 대한 예기불안에 시달리는 것 같다.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작업을 하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은“고성장기를 거쳐온 부모들과 달리 아이들은 이미 저성장기 모드로 살고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요즘 청소년들은 타고난 디지털 세대이기 때문에‘알파고 사태’와 같은 파장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실제로 2016년에 발표된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이 성인보다 미래에 대해 더 비관적이면서도, 자율주행차와 같은 각종 기술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내다본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거 수십 년간 기성세대가 하던 대로 문제풀이식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말해도 될까. 어른들 스스로 이미 세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아이들은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 에너지, 자원을 엉뚱하게 쓰지 않게 해야 한다. 미래의 기술변화로 우리의 일자리가 어떻게 바뀔지, 그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키워줘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아이들의 아빠로서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최근 몇 년간 기술변화의 양상을 보면서 이것이 우리 산업과 일자리 그리고 삶에 미칠 영향이 심상찮게 느껴졌다. 이런 흐름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해하고 공유하고자 2014년부터 매년 한 차례 선대인경제연구소 주최로 <미래의 기회는 어디 있는가>라는 주제의 대규모 특강을 개최하고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강의를 통해 기술변화의 최신 흐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비할지 알아보는 자리다. 이 특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기술변화를 단순히 자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에게도 곧 닥칠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 가운데 2016년 특강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기술변화의 흐름이 우리의 일자리나 노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좋을지 알려주는 강의도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요청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주제를 맡을 적임자를 찾기 어려웠다. 세부적인 기술 분야의 흐름을 소개할 분들은 있지만, 개인과 가계가 가장 고민하는 일자리와 노후문제와 연관지어 설명할 이를 찾기 어려웠다. 거꾸로, 전통적으로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분들은 기술변화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소 민감도가 떨어지는 듯했다. 기술변화와 일자리 문제가 연결되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비어있다는 느낌이었다. 고심 끝에 부족하더라도 내가 직접 이 주제를 소화하기로 했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강의 후 아쉬움이 컸다. 몇 개월간의 공부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스스로 들었고, 한편으로는 특강 참석자들 말고도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강의 이후 8개월여 동안 더 공부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민에 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처럼 ‘정해진 정답’이나 ‘손쉬운 공식’을 제시할 수 없는 시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 이 책의 내 용이 모두 '정답’이라고 섣불리 자신하지 못한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조망하는데 조그만 참고라도 될 수 있다면 만족이다. 오늘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모쪼록 이 책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 앞에 놓인 일의 미래를 좀 더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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