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수십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미래는 더욱 달라질 것이다. 20~30년 전 교실에서 배웠던 지식을 정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부모들이 얼마나 있을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나도 안다. 돈으로 승패가 갈리는 승자독식 교육구조에서 형편이 자라는 한 사교육을 많이 하는 게 보답이 될 거라는 불안한 마음을.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그런 표준화된 정답을 찾는데만 익숙한 사람의 문제해결능력이 오히려 굉장히 떨어지는 시대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다이얼식 전화기가 집집마다 보급되지도 않았을 때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생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들고다닌다. 기술 진보의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각종 바이오산업부터 로봇, IoT(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차, 3D프린팅, 인공지능 등등. 이런 기술들이 10년전 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10~20년 안에 많은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접하는 현실이 될 것이다. 


미래기술이 바뀐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바뀌고, 산업이 바뀐다는 것이고, 미래에 필요한 직업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자리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교육은 지금처럼 시험 잘 보는 공부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오면 모든 일을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서 진행해야 하는데, 혼자 문제 풀게하는 공부로 일관해선 안 된다. 팀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고,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들로 만들어야 한다.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그런 경험들을 다 죽이는 교육과정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런 한편 학부모들은 근시안적으로 자녀들을 조금이나마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고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다. 부모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쓰며 미래에 필요한 자질은 다 죽이는 공부를 밤낮으로 시키고 있다. 소모적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와 그 아이들이 만들 우리 사화의 미래를 망친다는 점에서 파괴적인 투자다. 


사교육비를 줄여서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대신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게 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게 하고, 여행을 더 많이 하게 하고, 책을 더 많이 읽게 하라. 그것이 길게 보면 아이들의 미래를 더 밝게, 더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다. 모든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고, 자기 삶을 반성해볼 수도 있고, 엉뚱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런 상상력을 글로, 연극으로 옮겨보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도 만들어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라야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사람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도 만들고 사업도 운영할 수 있다. 


그게 우리 학교 현실에서 어렵다면 가정에서부터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교육비가 전반적으로 확 줄어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더 잘 준비하고, 부모들의 노후도 훨씬 더 잘 준비할 수 있다. 이걸 빨리 하는 부모들일수록 노후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고, 아이들과 더 화목하게 지낼 수 있다. ‘제2의 기계시대’로 표현되는 미래는 우리 아이들이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같은 기계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그런 기계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과 통찰, 창의성과 협동정신을 키우는 것이다. 인간다움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이들을 ‘시험 보는 기계’로 키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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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6. 2. 24. 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