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한마디 한다. 


가계부채와 맞물려 한국경제의 가장 심각한 위기요인이자, 빚 부담으로 소비여력이 줄어 장기 내수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부동산이다. 집값 땅값 오르는 동안 부동산에 돈이 묶여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그래서 일자리도 소득도 늘지 않는 경제가 됐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우리 젊은이들이 연애도 결혼도 마음 놓고 하게 힘들게 됐고,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됐다. 우리 젊은이들 쥐꼬리만큼 번 돈도 월세로 다 나간다. 베이비부머들 정규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직하고 차린 자영업도 임대료 부담에 등골이 휜다. 


지금 한국경제가 이토록 망가진 것을 부동산문제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이 한국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나라는 정부와 정치권을 포함해 토건족의 영향력이 워낙 큰 나라이기에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없다. 국토부 장관들부터가 취임할 때 누구를 만나는지 보라. 매번 건설업자들 단체는 만나는데, 무주택서민들과 만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가. 


물론 많은 이들이 집값이 가계의 소득수준에 맞춰 적절한 수준까지 떨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국경제 전체를 담보로 온갖 집값 부양책으로 떠받치고 전세난을 조장해 "토끼몰이"까지 하니 지치고 고통스러운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동조자가 되지는 마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오래 붙잡혀 있으면 자신의 생명이 인질범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질범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보기에 지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이 넘쳐난다. 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 저금리라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고 나서는 이제는 집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이다. 그리고는 정부가 계속 부양책을 써주기를 노심초사 바라고 있고,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고, 집값이 떨어질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지금 부동산 문제는 이런 지경에까지 왔다. 한국경제만 무너뜨린 게 아니라 한국사회도 망가뜨리고, 사람들의 정신까지 황폐화시켰다. 사람들간의 공동체의식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집값 하나를 두고 누구는 돈 벌었네, 누구는 돈 못 벌었네 하며 탐욕과 탄식이 넘쳐난다. 내 감히 말하는데, 그런 식으로 정신이 썩은 사람들은 정부든 그 누구든 욕할 것 없다. 당신들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가로막고 무주택서민들에게 피눈물 흘리게 하는 세력의 동조자들이기 때문이다.



* <선대인의 빅픽처> 베스트셀러 기념으로 책을 구매하신 분들께는 연구소에서 별도 혜택을 드립니다.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4617



by 선대인 2015. 11. 30.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