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결국 미국 금리는 일단 동결됐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공개한 성명을 읽어보면 미 연준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대략 알 수 있다.
고용지표는 일정한 취약점이 있지만 금리 인상을 주저할 요인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최근의 금융시장 쇼크 등 세계 경기 하강이 단기적으로 물가수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이 역시 중장기적 전망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의 원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저물가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에 금리 인상을 동결한 주요인은 결국 '차이나 쇼크' 등을 계기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이라고 본다. 금리 인상 연기를 요구하는 금융시장의 압박에 약간은 휘둘린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이번에 동결함으로써 연내 인상을 단행할 명분을 축적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 당신들이 하도 요구하니 이번에는 동결한다. 하지만 이제 이 정도면 우리도 할 만큼 한 것 아냐' 이런 식의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옐런 연준 의장이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금리 인상이)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한 발언 등이 그런 점을 시사했다고 본다. 연준 관계자 대부분이 올 연말 이전에 금리 인상을 전망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어쨌거나 금리는 동결됐고, 금융시장은 대략 1~3개월 정도의 시간을 더 벌게 됐다. 금리 인상이라는 아예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부 나오지만 내년까지 넘어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판단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잠시 멈추겠지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올초와 같은 상승 랠리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사람들은 금리 인상이 연기됐다고 계속 이 상태로 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안이하게 생각지 말고 열심히 부채 다이어트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주택시장에 미칠 금리 인상의 파장 역시 1~3개월 늦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원리금균등분할 조건의 대출 제도 시행과 사상 최대의 분양물량 압력을 생각할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10월 사상 최대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지금 털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건설사들의 판단 때문이다. 그걸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금의 분양 물량을 받는 것은 바가지를 쓰는 격이다.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사는 어떤 식으로 선동해서든 물량을 털어내면 끝이지만, 2년 여 후 입주물량 충격으로 가격 하락 부담을 떠안는 건 수분양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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