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중동 3개 신문사가 지난 1일 인터넷 포털인 미디어다음에 제공하던 뉴스공급을 오는 5일 중단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번 조치가 다음과 조중동에 가져올 충격에 대해서만 짧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에 미칠 충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충격 미미,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음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네이버와 다음에 뉴스 컨텐츠를 공급하는 CP(컨텐츠 프로바이더)는 60~70개 내외입니다. 이 가운데 3개 신문이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을 겁니다.

3개 신문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채울 컨텐츠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따라서 조중동 기사 공급 중단으로 주는 조회수 비중은 기껏해야 전체의 1~2%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좁게는 인터넷 포털간 대응, 그중 네이버와 다음의 대응, 그리고 조중동의 향후 대응, 이를 둘러싼 언론 및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겁니다.

예를 들어, 당장 다음에서 조중동 컨텐츠가 빠질 경우, 어쨌든 '뉴스 백화점'으로서 뉴스 포털의 위상 측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열세에 놓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을 고루 접하려는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네이버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중동의 컨텐츠 공급 중단을 계기로 다음과 네이버의 사용자층이 정치성향별로 상당히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포털들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 사태로 아고라 등을 통해 다음에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 사용자층이 늘게 된 상황이 조중동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확대 증폭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중동이 다음에만 기사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반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네이버의 성향을 구분짓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국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네티즌들의 개혁성이 강화되고, 이들이 다음으로 몰린다면 다음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종합하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 조치 그 자체만으로는 다음이 극복하기 힘든 충격을 겪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조중동은 이번 조치로 오히려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조중동은 정치성향의 차별화는 이루었지만, 기사 품질의 차별화는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조중동 기사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소비된다고 보면 됩니다. 과거 신문이 뉴스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전부 맡았지만, 이제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에 이전됐기 때문이죠.
얼마전 한국언론재단 조사 자료를 보니 96년 70%에 이르던 신문 구독률이 올해 34%대로 떨어졌더군요. 그만큼 종이 신문 형태의 뉴스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뉴스 포털 시장에서 점유율이 40%가 넘는 다음을 포기할 경우 조중동의 대중 접점은 그만큼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대중 전달력과 비례한다고 할 때 조중동의 이같은 조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나마나 그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겁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중동이 한 순간 열 받아서 화풀이식으로 저지른 자충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상대에 주는 피해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돌아오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말이죠.

비유하자면, 옆을 지나간 위압적인 덤프트럭에 화가 난 티코 운전자가 홧김에 덤프트럭 뒤를 들이받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중동은 어느 순간 피해를 실감하게 되겠지요. 이런 때에 다음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이용, 어느 한 신문의 컨텐츠만 꽤 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제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비교적 손쉽게 조중동 동맹을 깨뜨릴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라면 해피하겠지만, 문제는 조중동의 압박과 위협이 여기에서 끝이 안날 것 같다는 겁니다. 정권과 유착돼 있는 이들 신문이 '시장의 힘'과 상관없이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등을 동원해 다음 등 포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들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럴 경우 다음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 타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경우엔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다만 다음이 정부와 조중동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는 일정 부분 네티즌들의 대응에도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다음이 지금까지 지적돼온 일부 부정적 측면은 극복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더라도 기득권 언론과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온라인 여론 광장’을 지키고 잘 가꾸는 것 또한 민주 시민의 책무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태의 진전을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짧게 쓴다고 해놓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참고로, 얼마 전 메이저 신문사에 있는 한 선배를 만나 들어보니 광고 매출이 연초 대비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클 텐데, '조중동 광고 기업 압박 운동'이 어쨌든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마련해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좌파' '빨갱이 무리' 등으로 욕하더군요. 예전에는 꽤 합리적인 선배였는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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