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총리 정책, 개인 이익과 무관했을까?






국회에 출석한 이헌재 경제부총리[사진제공=연합뉴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 명의의 자신의 땅을 스스로 지역특구로 지정했다는 2일 미디어다음의 보도로 이 부총리가 추진해온 정책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정책 등 이 부총리가 추진한 각종 정책들이 자신의 재산가치 증식 등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이 부총리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추진해온 정책사안들을 살펴보면 이 부총리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부동산 다보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온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자신의 땅을 지역개발특구로 지정한다든지, 자신도 대상에 포함되는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연기라든지, 부동산이 개발 혜택을 볼 수 있는 토지규제 완화 조치 등이 그것이다. 이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건설 경기 부양이나, 지역 개발 등의 명분을 내걸었으나 결과적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거나 기득권층이나 개발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 사례가 많았다. 이 같은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지역개발특구 지정=


이 부총리가 부인 진모씨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의 3만3000여평 땅을 지역개발특구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이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역특구위원회 첫 회의에서 부인 명의의 땅과 처남 땅이 함께 포함된 전북 고창 공음면 일대를 경관농업특구로 지정했다. 특구 지정에 따라 이 사업에는 도로 건설 등에 115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되고 대상 농지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 개발혜택을 누리게 됐다. 재경부가 각종 규제를 조정해 지역의 특화산업 발전 및 국토균형개발을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자신이 결국 첫 수혜자가 된 셈이다. 이는 공직자가 자신의 사익과 관련된 결정을 회피해야 하는 이해충돌 회피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이사장은 "경제수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덕적 해이"라며 "이 부총리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가구 3주택 중과세 연기 주장=

"현재 부동산 투기가 가라앉고 거래가 끊기는 상황이다. 1가구 3주택 중과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들은 내년에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니까 (집을 팔) 기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11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2003년 '10.29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1가구 3주택 중과세 연기를 시사한 발언이다. 양도세 중과세 제도는 1가구 3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팔 때 보유기간과 상관없이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로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 부총리 스스로가 집 3채를 소유해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자였던 것. 그는 현재 서울 한남동 L빌라와 도곡동 J빌라, 역삼동 Y오피스텔 등 모두 3채를 소유하고 있다. 재산 신고가액은 11억3000만원이지만 시세는 17억~21억3000만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남동 L빌라(59평형)의 신고가액이 4억6800여만원이지만 시세가 6억~7억원이며, 신고가액 5억9700여만원인 도독동 J빌라(76평형)의 시세는 10억~13억원에 이른다. 결국 이 제도의 도입이 연기됐다면 그는 많게는 억대의 양도세를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양도세 중과세는 예정대로 시행되게 돼 그가 수혜자가 되는 일은 없어졌다.

농지법 위반해 부동산 투기 의혹...농지 규제 완화


골프장 정책, 부인 명의 땅값에 영향 줄 수도





정부의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 방침이 나온 뒤 많은 산림이 개발바람으로 신음하고 있다. 김준진기자

▲농지 취득조건 완화 등 토지규제 완화=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2004년 6월까지 작성하라." 지난해 2월 20일 이 부총리가 취임 후 첫 경제 관련 장관 회의에서 내놓은 주문이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토지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정부 각 부처는 공동주택 건축 규제 완화, 산지이용규제, 농지이용규제 등을 완화하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일련의 토지규제 완화 조치는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있을까. 정부의 농지법 개정안에 따르면 도시민도 농업경영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전업농 등에게 5년 이상 임대하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규모에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농지는 올해부터 시행된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 빠진다. 올 7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과연 기업의 생산적 투자가 잇따를까.

하지만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들은 농지를 '올해 토지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고 꼽고 있다. "종부세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되고 재산세율도 30% 인하되는 혜택으로 투자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투기세력이 몰린 곳보다는 그동안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던 곳이 비교적 단기에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등등 사실상 투기를 권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농지법이 결국 주택시장에서 토지시장으로 투기의 물꼬를 돌리라는 신호임을 각 언론들이 강력히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토지시장으로 부동산 투기가 몰려 땅값이 오를 경우 '땅부자'인 이부총리의 재산가치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 부총리는 이번에 타겟이 된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의 땅은 판 상태이지만 여전히 전북 고창군에 3만3000여평과 충북 충주시에 1만8000여평의 땅을 갖고 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각종 토지규제 완화 방안들이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고 있다"며 "이 부총리가 광주시 초월면 땅과 관련해 농지법을 위반한 경험 때문인지 기존 농지법의 굴레가 무척 싫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골프장 230개 무더기 인허가 방침=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러 해외로 나가고 있어 국부유출 부작용이 크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7월 20일 느닷없이 골프장 230개 무더기 인허가 방침을 내놓으면서 한 발언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전강수 대구대 교수 등은 "골프장 건설을 한 나라의 공공정책으로 내놓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실제로 미디어다음의 취재 결과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는 경제적 측면이나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경제적 측면에서 재경부의 골프 수요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었고, 해외 골프 여행은 국내에서 어차피 골프를 치기 힘든 겨울철에 집중돼 있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일용직 건설노동자나 골프장 잡부 등으로 양적, 질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

그가 말했던 효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으로 촉발된 부작용은 확실했다. 그의 발언 이후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 건설 붐이 일면서 주민과 개발업자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정부는 구체적으로 산지 및 농지의 골프장 입지를 완화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임야나 농지의 경우 실제 거래되는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개발업자에게 보상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부총리는 이 조치를 통해서도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부인 진모씨 명의로 충북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 산 44, 45 일대에도 약 1만9000여평의 임야를 갖고 있다. 진씨가 85년 구입한 땅이다. 그 동안 이 곳의 땅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부근에 골프장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어 향후 주변 땅값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투기억제규제 완화"발언으로 강남, 판교 집값 상승 촉발

시민단체 "이부총리 정책과 개인 이익 무관하지 않아"

개발이익 환수제 연기 시사=

"재건축 규제와 투기 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 등 투기억제제도는 직접 규제를 줄이고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부총리가 1월7일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대부분 언론은 '부동산 투기 억제 제도를 대폭 완화할 방침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부총리의 발언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강남구와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가 몇 주 사이에 3000만~5000만원이 올랐다. 이부총리 발언으로 촉발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의 집값 상승이 '판교 로또' 열풍과 겹치면서 부동산 값이 전반적인 재상승 움직임을 탔다. 강남구에만 두 채의 집을 가진 이 부총리의 재산 가치 증식에는 이로운 흐름이었다.이 같은 집값 급반등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의 우려가 잇따르자 재경부와 건교부는 2월 17일 부랴부랴 미봉책으로 판교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이 부총리 자신의 발언으로 빚어진 부동산 값 상승의 불씨를 뒤늦게 스스로 다시 꺼야 했던 셈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및 개발사업=


이외에도 이 부총리 취임 이후 정책 방향은 건설 경기 부양과 부동산 규제 완화의 연속이었다. 각종 토지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말과 12월의 주택거래신고 지역 해제, 강북 및 신도시 재개발 사업 추진 가속화,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 민간 SOC사업 확대 등이 그가 추진한 정책이었다. 이들 정책을 추진하며 내세운 명분은 대부분 건설경기 부양과 기업 투자 촉진 등이었다. 서민들의 집값 안정 염원에는 민감하지 않았던 그가 건설업계 등 기업의 요구나 땅부자, 집부자들의 이해관계에는 매우 민감했던 셈이다.물론 그가 자신의 재산을 늘리기 위해서만 이 같은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가 펼친 정책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방향이었음 또한 사실이다. 경실련과 YMCA, 환경정의 등 18개 단체로 구성된 토지정의시민연대는 2월 28일 "이 부총리는 경기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개혁적 입법이라고 평가되는 1가구 3주택 중과세 및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대해 끊임없이 반대해 왔다"며 "이런 일련의 주장이 자신의 사적 이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에 주목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을 통한 성장?=

이 부총리의 정책이 순전히 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문제는 많다. 그 같은 규제완화나 각종 개발사업 등이 기술혁신 등을 통한 질적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설산업의 엄청난 비효율과 땅값 상승을 통한 폭리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건설산업 부양을 통한 개발연대식의 성장 방식을 탈피하지 못한 셈이다.경실련 김헌동 본부장은 "각종 공공공사의 예산을 절감하고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를 통한 자유경쟁이 가장 절실한 곳이 건설산업"이라며 "그런데도 그는 정작 우리 사회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핵심인 건설산업은 가만 둔 채 오히려 건설산업과 소수 부동산 투기자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을 펼쳐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 부총리 취임 이후 도입된 정책들은 하나같이 과거 개발독재정권들이 사용했던 개발지상주의정책이었다"며 "하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 보좌진들은 이들 정책이 우리 경제와 서민생활에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 조차도 모른다"고 공격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헌재식 부동산 부양 정책이 사실은 부동산에 돈을 옭아매 소비를 위축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범임을 대통령이 깨닫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이 부총리는 지난해 2월 11일 취임사에서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이 용납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잘 몰랐거나 스스로를 기만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깨지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억지나 불장난'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 투기이기 때문. 김 본부장은 "이 부총리는 스스로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 사회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과 발언을 그 동안 숱하게 해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