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선진국은 다 한다


정부가 지난 한 해 동안 565개 단체에 411억여원을 지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들은 정부의 시민단체 지원으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시민단체의 독립성과 정당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총선연대 활동을 했던 단체에 대한 지원을 근거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 돈을 받고 '낙선운동'을 벌인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비정부단체(NGO) 또는 비영리단체(NPO)를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정부 지원액이 총선연대 활동에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비판을 '근거 없는 왜곡 보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주장과 일부 언론 보도가 국제적인 추세나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에 예산 1%, NGO에 쓰도록 권고...미국도 재정, 세제 지원 팍팍





'시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장병들. 미국에서는 해비타트 운동을 펼칠 경우 정부가 토지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NGO 지원은 세계적 추세=

대부분 선진국에서 정부가 NGO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전체 예산의 1% 이상을 NGO 지원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예산의 0.1%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시민단체들이 재정의 대부분을 정부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 심지어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민간재단에도 지원을 할 정도다. 사회민주당 부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나 과거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PDS가 만든 로자룩셈부르크 재단 등이 그런 사례다. 또 종교세 등을 정부가 걷어 종교 관련 단체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자금 모금 활동을 대행해 줄 정도다. 영국도 정부가 직접 NGO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정부 지원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예를 들어, 해비타트 운동을 펼칠 경우 미국 정부가 토지를 제공하고 상하수시설이나 도로 등을 지어주기도 한다. 미국은 정부나 정치권보다 시민사회가 매우 활발하고 이에 따라 NGO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가량이 NGO활동에 의한 것이다. 다만 미국은 백악관 직속기구를 구성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민간재단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또 NGO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30(법인세)~50%(소득세) 정도로 폭 넓게 적용하고 있다. 감면 대상에는 정파적 노선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개혁 운동을 포함, 거의 모든 NGO가 해당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재단으로 등록된 NGO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 추천과 재경부 장관 승인 등을 거치는 복잡한 방식을 거쳐야 소득세의 10%, 법인세의 5%정도를 감면받을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 박원순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NGO와 NPO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기보다는 시민단체가 용역을 받아 수행하는 사업이 훨씬 효과 있는 경우들이 많다"며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슨 흑막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적 흐름을 보거나 정부와 시민사회간 관계에 대한 식견이 있다면 이런 주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보도와 주장으로 시민단체가 억울하게 입는 상처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단체에 직접 주는 방식 아닌 프로젝트에 지원


"과거 관변단체 동원처럼 봐선 안돼"

▼ 단체 직접 지원 아닌 프로젝트 지원=

'시민 없는 시민운동'으로 비판받는 시민단체들은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정부의 지원에 많이 기대는 것이 사실이다. 각종 복지사업이나 소비자 활동 등 공익사업 등 할 일들은 많지만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단체들도 적지 않다. 그런 단체들에게 정부의 지원 사업은 요긴한 경우가 많다.이들 사업의 대부분은 시민단체가 지원을 신청한 '공익성 사업'을 대상으로 외부 위원회가 심사해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행자부의 민간단체 지원금은 2000년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해 프로젝트를 공개모집하고,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집행된다. 집행 뒤에도 사업시행 결과 보고 및 감사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특히 이들 사업은 법에 근거해 시민단체를 지원하도록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 공모 사업이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원 사업,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 외교부의 국제협력단(KOICA) 지원 사업,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한 여성부의 여성단체 지원 사업 등 상당수 지원 사업들이 그렇다. 이런 사업들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의 동의 없이는 입법화되기 힘들었던 사업이었다. 특히 이들 사업 가운데 소비자 단체나 여성단체 지원 사업의 상당 부분은 한나라당이 여당이던 김영삼 정부 때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이인경 사무국장은 "유엔의 국가인권정책권고안은 인권의 신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적극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관변단체를 만들어 동원 수단으로 사용하던 때의 시각으로 정부와 NGO관계를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성공회대 NGO학과 조효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정부 용역에 기업과 NGO가 함께 경쟁입찰에 참여해 경쟁력을 평가받는 쪽에서 프로젝트를 받는다"며 "NGO가 정부 용역을 땄다고 해서 NGO가 정부에 유착돼 있다고 보는 시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심각한 명예훼손...법적 조치 취하겠다"
민간단체 지원, 한나라당 여당일 때 시작...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2004년 총선시민연대 회원들이 17대 총선 낙선대상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시민단체 편향성 논란=

한나라당은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참여한 단체들이 대거 정부의 지원을 받았으므로 편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다. 물론 그럴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총선연대에 가입한 200여 시민단체는 우리 나라 주요 시민단체를 거의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와 중복이 안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 단체가 그 단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마치 정부의 예산이 총선연대 가입단체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 짜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단체쪽 주장이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총선연대에 소속됐던 시민단체가 지원 받은 돈 가운데 한 푼도 총선연대 사업으로 쓴 돈이 없다"며 "정부가 프로젝트별로 개별 시민단체에 나눠준 돈이 마치 낙선운동에 쓰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왜곡보도이자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연대를 사실상 주도했던 참여연대는 96년 이후 정부 지원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 김기식 처장은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어서이지 시민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잘못돼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로 자주 맞부딪히는 경실련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도 정부의 지원은 받고 있지 않다.

아이러니인 것은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 사업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덕룡 의원이 정무장관으로 있던 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됐다. 김 처장은 "자신들이 시작한 일을 마치 새로운 일인 듯 모른 척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자신들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 지원을 받으면 편향성을 띤다고 바로 연결하는 식이라면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는 모든 언론기관은 친정부 매체냐"고 반문했다.

정부, 시민단체 통제 욕심 버려야


우익 성향 단체 거액 지원받는 사실 눈 감는 행태도 이상

▼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통제 의도 버려야"=

하지만 일부 단체 지원예산은 정치적 논란이 없지 않다. 특히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두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들 단체의 진정한 의도를 떠난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이들 단체의 주장이 큰 틀에서 정부여당의 언론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적지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두 단체의 경우에도 자신들의 주장이 현 정권의 주장방향과 큰 틀에서 맞아떨어진 것이지 현 정권을 의도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그러나 문제는 시민단체보다는 시민단체를 통제하거나 동원하려는 정부나 정치권의 의도다. 정부나 정치권이 시민단체를 끊임없이 '자신들 편'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는 게 더 문제라는 것. 특히 정부는 정치적 형평성 시비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이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우익 성향의 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본부 등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된 사실에 눈 감는 것 또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태도다.시민단체 경영컨설팅사인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데서 그쳐야지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많이 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간에 적당한 선의 타협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보도 메뉴...'의도' 의심
정부-시민단체 오해 소지 줄이는 노력해야


▼ 오해 없도록 개선 필요=

이번 보도와 관련,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또냐. 정말 지겹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당시부터 한나라당이 거의 비슷한 내용의 자료를 내놓고 일부 언론이 이를 되풀이 보도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일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계속돼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의도'를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초래됐다.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이 같은 오해를 불식하는 한편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공익재단이나 기금이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요청에 오히려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라기보다는 공무원들이 '밥그릇'을 놓기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하지만 계속 되풀이되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스스로도 노력할 부분이 있다. 좀더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시민운동을 펼쳐 회비만으로도 건전한 재정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시민단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욱 충실히 견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는 "미국과 같은 기부문화가 확산돼 있지 않은데다 시민단체의 모금능력이 취약하다 보니 국내 단체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로 정부 의도에 순응하는 단체는 드물겠지만 그럴 개연성이 없지는 않은 만큼 자체적인 모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54

KDI 주택정책 보고서 보도, 작성자 그게 아닌데


"집값 억지로 누르면 더 튄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주택정책 관련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각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면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므로 정부가 경기 억제책을 쓰지 말아야 할 것처럼 오인하게 한다. 실제로 일부 신문은 이 보도를 근거로 정부가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을 취하지 말고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는 사설과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내용은 KDI 보고서 내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다음이 기사에 인용된 '주택시장 분석과 정책과제 연구'라는 보고서를 검토한 뒤 보고서 주무 작성자인 차문중 연구위원과 통화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진작시키거나 억제하려는 정책의 효과는 계량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 쉽게 말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가 '정책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좀더 일관성 있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세 가지로 해석했다. 첫째는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으로 내용이 부적절해 경기 억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두번째는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잃어 경제 주체들은 경기 억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경기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정부 정책이 철회될 것이라 믿고 강남 등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경우다. 세번째는 정부가 사태를 진단하고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 경기가 한 주기를 지나 다시 회복 시점에 들어설 때 정책이 실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10.29 대책' 이후 한동안 동결됐던 주택시장이 강남 일부 재건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반등할 기미를 보인 사실도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나치게 위축된 부동산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의 형성이 최근 강남 일부 재건축대상지역의 부동산 값 상승을 가져왔다"며 "결국 경제 주체들의 정책 신뢰도가 아주 낮음을 보여주는 두번째의 일례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현상에 대한 인지와 진단, 대책 수립과 시행 등에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정책 시행의 적기를 놓치는 것은 심각한 '정부 실패'의 하나"라며 "소기의 정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합한 정책을 적기에 실시하고, 그것이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는 믿음을 경제 주체에게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국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던 측면이 크므로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부동산정책, 경기 조절용으로 일관성 없이 사용돼"

"일관성 없는 정부정책이 그릇된 기대 심어줘"

이 같은 사실은 차문중 연구위원과의 통화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언론의 기사 내용이 보고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며 "내게 기사 제목을 뽑으라고 했다면 '정부 주택정책 일관성 가져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보고서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은 부동산 대책이 집값 상승을 되레 부추겼다는 것이 아니라 안정화 정책이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리 등 기초 시장 변수가 주택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다른 시장 변수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쪽으로 나타날 때 정부가 억제정책을 쓴다고 해서 시장변수의 움직임을 다 꺾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은 언제든지 바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 억제 정책을 다시 진작 정책으로 바꿀 테니 정부가 억제 정책을 쓸 때 부동산을 사두면 나중에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그릇된 기대를 형성하게 한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어디서 반발한다고 해서 정책을 그때마다 바꾸면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꼬집었다.그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의 공공적 측면을 고려해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장 왜곡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쓰야 하며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의 세제 개선안은 그 방향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정책은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일관성 없이 사용돼 왔고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사용돼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비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7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입니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보도방송 전문 채널인 YTN 노조는 현 정권의 ‘낙하산 사장’에 의한 인사
전횡을 인정할 수 없다며 5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를 이끌고 있는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1일 만났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를 YTN 노조사무실에서 만나 최근 YTN 사태에 대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며 “그런 것을 볼 때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씨는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YTN 민영화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속도로 정부가 YTN 주식을 시장에 매각한다면 특정 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데만 4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YTN 노조에 대한 정권의) 압박용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며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정권과 기득권 신문들의 ‘작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케이블 방송 정착 당시 공적 보도전문 채널로서 YTN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공기업이 다수의 YTN 지분을 소유하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큰 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가을에 있을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며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며 ‘공정방송 사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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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YTN 사태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설명해 달라.

4월부터 MB캠프에서 방송 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5월에 사장 공모를 하자, 구본홍씨가 접수했다. 2주정도 후 사장추천위에서 구씨를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5월30일 이사회에서 구씨를 신임 이사로 추천했다. 우려했던 상황대로 진행되자 우리 노조원들은 7월14일 주주총회에 개최 저지에 나섰다. 그런데 이사회측이 노조와 협상을 벌여서 주주총회를 개회한 것으로 해주면 바로 폐회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줬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 말려든 것이었다. 한 번 주총 개회를 하면 연기회를 바로 열 수 있는데, 바로 7월17일 2차 주총이 외부에서 열렸다. 우리 노조원들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사회측에서 1차 주총 때도 수십 명의 용역을 동원했는데, 2차 때도 수백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막았다. 우리는 ‘날치기 주총’으로 규정했지만, 회사측은 적법 절차를 거친 사장 선임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법적으로는 구씨가 사장에 선임된 것이다.

노조는 2차 주총 다음날인 7월 18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그때부터 오늘(9월1일)까지 46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구씨는 왔다가 쫓겨 가기도 하고 사장실에 잠입해 2박3일간 문 걸어 잠그고 숙박도 했다. 그 과정에서 사측과 타협하고 합의하려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7월말 전임 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제가 새로 위원장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구본홍사장이 부장 및 팀장 인사를 단행했다. 지금 보도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부국장 대행 체제인데, 보도국장도 없는 상태에서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구씨 본인 입으로 ‘보도국 일은 보도국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바로 다음날 인사를 했다. 이어 구씨는 평사원 인사까지 단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사원 인사까지 단행하면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므로, 이미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구씨는 인사를 단행하고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까지 하겠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재민 문화관광부 차관이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YTN 지분을 처분하는 등 정권 차원의 전방위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사측은 무슨 명목으로 노조원들에 대해 내부 징계와 사법처리를 한다는 것인가?

노조원들이 사장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에서 농성을 한 것이라든지, 인사위원회 개최를 저지한다든지, 신임 부서장들의 보도국 회의와 업무를 저지한 행위들을 업무방해로 걸어 징계도 하고 사법처리도 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곧 평사원 인사 발령을 내면 바로 파업으로 가는 것인가?

인사 발령이 나면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가결됐다고 해도 바로 파업으로 갈 수도 있고, 우리가 사측에 일정한 조건과 일정을 제시하고 그 같은 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 파업으로 가는 식이 될 수도 있다.

-노조원들의 결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되나?

투쟁이 길어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 출근 저지 투쟁을 하려면 아침 7시에 집결해야 하고 수시로 저녁 집회도 해야 한다. 노조원 수가 400명 정도로 다른 언론사에 비해 적다. 더구나 노조 전임자는 2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24시간 방송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가 모이면 많이 모이는 것이다. 40명 정도로 구씨의 출근 길목을 모두 지키는 게 쉽지가 않다. 더구나 경찰을 앞세워 밀고 들어오면 불가항력이다. 이런 상태로 40일을 넘으니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극심하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옳아도 노조원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때 전임 노조집행부가 사측과 대화시도를 해 잠정 합의안을 갖고 왔지만, 부결돼 내부 분란만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사원들의 공정 방송 사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 더구나 구본홍씨가 그동안 악수(惡手)를 많이 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지가 더욱 결연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월급 문제다. 8월 25일 급여일을 3일 앞둔 22일 금요일에 사측이 월급을 못 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동안 7월 급여와 8월초 수당도 아무런 문제 없이 나왔는데 갑자기 자신이 결재하지 않으면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구씨가 사장 집무실로 진입하려 했다. 내가 10여분동안 구씨와 논쟁을 벌였다. ‘지난달까지 사장 결재 없이도 아무런 문제 없었는데, 이번 달에 갑자기 못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구씨를 사장으로 인정 안 하지만 우리가 일한 노동의 대가는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조의 저지로 구씨가 돌아갔는데, 돌아가면서 ‘노조에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두 시간 후 ‘노조의 집단 업무방해로 월급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사내게시문을 띄웠다. 그때 조합원들이 많이 분노했다. 결국 나중에는 구씨의 결재 없이 월급이 나왔다.

최근 인사도 마찬가지다.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 대상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오히려 사내 징계위원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오늘 일부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추가로 있었는데, 문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 과거에 감사를 받았거나 징계를 받았던 사람들도 포함돼 있다. 구씨가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앉힌다 해도 수긍할까 말까인데, 이구동성으로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저런 자리에 앉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아까 언급했지만,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의 공기업 지분을 팔고 있다며 민영화 추진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2차 주총이 끝나고, YTN의 공기업 지분들이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8월초 구씨가 두 번 사장 집무실에 잠입했는데, 두 번째는 3박4일 동안 사장실에서 문 걸어 잠그고 혼자 농성을 벌였다. 그때 구씨가 ‘지분 매각이 현실화되니 다 같이 긴장해야 한다. 우리은행 주식은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장 통해 매각된다’고 말했다. 우리 노조는 ‘왜 동네방네 소문내며 사원들을 불안하게 하며 분열시키려 하느냐’고 반발했다. 8월 19일 청와대 모 인사가 전화를 해 ‘주식 만 주를 팔았다. 이대로 나가면 곤란하다. 노조가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시 잠잠하다가 며칠 전 신재민 차관이 YTN지분 2만주가 팔렸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부장 및 팀장 인사가 지난주 화요일(8월 26일)에 난 뒤 분노한 노조원들의 투쟁의지가 고조됐다.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인사의 형식, 시기, 내용에 대해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수요일 오후에 조합원 총회에 150명이 모였다. 24시간 방송 체제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사측의 인사 철회와 부장 팀장의 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부장단이 중재에 나섰지만 중재가 깨졌다. 중재가 깨진 바로 다음날 신재민차관이 발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볼 때 회사 지분을 팔겠다는 것은 노조에 대한 협박이다.

그런데 지분 매각 조치가 얼마나 실질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 주식이 모두 4200만주인데 매각설이 나온 지 한달반만에 겨우 2만주를 팔았다. 1대 주주가 되려면 1000만주는 있어야 한다. 하루에 1만주를 주식시장에 산다고 해도 1000일이 걸린다. 주식 거래일수로 따지면 4년은 족히 걸린다. 어떤 매수세력이 YTN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한 번에 지분을 사서 회사 경영을 정착시키려고 하지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 투자자 입장이라면 몰라도 경영하려면 한 번에 매집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더구나 현재 상황에서 누가 우리 주식을 대량으로 선취매할 것인가? 대주주가 된다 해도 방송통신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금은 재회수해야 한다. 또 파는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야 하는데 우리 지분을 소유한 공기업들 입장에서는 지금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정부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더구나 정부가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다. 문광부의 경우 한전 등이 자기네 산하 기관이 아니다. 설사 산하기관이라고 해도 공기업의 자율경영 책임이 있는데, 정부가 마음대로 팔아라, 말아라 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은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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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말 YTN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노조 압박용인가? 또 조중동은 YTN 민영화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이라고 보나?

신문법 개정을 통해 조중동이 실질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매물은 YTN뿐이다. MBC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조중동이 지분을 살 수 있는 돈이 없다. 보도전문 채널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조중동 자금 사정으론 어렵다.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YTN 수준의 매체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는 5년 후 다음 정권 창출기에 여권에 기여할 매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정권 입장에선 조중동에 선물도 주고, 그 보답으로 YTN을 정권 창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니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지분 매각 조치는 압박용일뿐이다. 더구나 야권이 적극적으로 저항할 경우, 신문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부터 우리 회사 주식을 사모으면 나중에 일이 잘못될 때 어디에서 그 돈을 찾느냐? 결국 민영화를 위한 주식 지분 매입을 하더라도 신문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 될 것이다.

-특정 신문사가 YTN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는데.

7월초까지는 중앙(일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왔다. 조중동 가운데 중앙이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중앙이 최근 윤전기 교체 작업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다고 한다. 만약 조선, 동아가 뛰어든다면 타인 자본을 끌어들여서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가 종합편성채널을 염두에 뒀다가 노하우도 없고 새로 시장 진입하기도 어려우니, 정권이 넘겨준다면 YTN를 받아가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돈다.

-동아일보는 광고 매출 등이 급감해 자금여력이 별로 없을 텐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겠지. YTN도 지상파DMB를 갖고 있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갔기 때문에 YTN 자본이 실제로 들어간 것은 얼마 없다. 자금이 없어도 일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돈이 없어도 지분 소유는 가능할 것이다. 향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자산총액 3조원 이하 기업에서 10조원 이하 기업까지 종합방송 및 보도방송 소유가 가능해지면 조중동과 짝짓기할 자본은 무궁무진해진다. 돈은 대기업이 되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문이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자세한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 KDN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 등이 YTN 지분을 다수 소유하고 있는 구조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YTN이 왜 이런 구조를 갖게 됐는지, 이것이 공정방송을 추구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달라.

YTN은 한 번도 공기업이었던 적이 없다. 94년 창립 당시 연합뉴스와 KBS, MBC가 75%의 지분을 보유했다. YTN은 당시 연합뉴스라는 공기업이 만든 자회사일 뿐이었다. 다만 당시 김영삼 정부의 뉴미디어 정책이 실패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선전하며 사업자 선정만 해놓고 기반 시설 설치에는 실패했던 탓이 컸다. 95년 초 가입자 수가 10만 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출발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 회사들이 망할 지경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 때 광고시장이 다 죽으니 케이블TV의 간판 방송인 DCN과 스포츠채널 등의 주인이 모두 바뀌는 파동을 겪었다. YTN도 6개월 동안 월급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뉴미디어환경을 어떻게 정립할까가 98년 이후 화두였다. 상업방송들은 주인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바뀌는 것으로 봉합하고 중계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케이블로 끌어들여 시청가구 수를 700만 가구로 늘렸다. 그리고 케이블과의 경쟁을 막기 위해 위성방송 출범을 늦추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의 대표채널이고 보도전문채널인 YTN을 일반 사기업에 맡기거나 법정관리나 청산 수순을 밟게 하면 뉴미디어 상징이 허물어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정부와 당시 사측이 협의해 다수의 공기업이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YTN의 공적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그때 YTN이 사기업으로 넘어갔다면, 굴곡은 있었지만 이후 10년 동안 YTN의 중립보도 원칙이 견지되지도 못했고, 지금과 같은 위상이 수립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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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서 YTN노조가 지금의 사태를 푸는 해법은 뭐라고 보나?

YTN의 공공성이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 구성원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YTN의 공공성을 흔드는 것은 용납 못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넉달여 동안 싸움을 해오면서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쳐왔다. 일부 사측 간부들은 공정방송을 하겠다면 구씨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공정방송을 침해하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씨는 공정 방송이나 민영화 저지 차원에서 신뢰를 줄 어떤 책임있는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언론인으로서 기본 소양이 부족해서 보직 해임되거나, 중징계를 받았던 ‘불량 간부’들 다수가 이번 간부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다. 그런 것을 볼 때 절대 공정방송을 실현할 사람이 아니다.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구씨는 민영화를 막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부가 지분 매각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혀 막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이번 싸움을 이겨서 이 동력으로 신문법 개정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현 정권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한편, MBC PD수첩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방송장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YTN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방송장악 시도를 하려는 것 같은데 에서 현 정권의 의도가 뭐라고 보나?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 KBS 정연주 사장으로 대표되는 현 정권 반대 세력을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제거한다든지, 이병순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미디어포커스나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던 프로들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소한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방해되지 않는 방송으로 만들려 하는 것 같다. YTN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게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현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MBC도 사법처리와 민영화 문제로 양쪽으로 압박하고 있다. 결국 소유구조를 바꿔서 방송을 장악하고 정권에 이롭게 하겠다는 것인데, 내가 볼 때 지금의 KBS나 MBC는 과거 노무현정권에 봉사한 방송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방송들이 자신들에게 훨씬 가혹했다고 생각해서 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손을 보려면 경영진부터 장악해야 하니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 또 민영화를 해 대기업과 신문 자본이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훨씬 누그러진 보도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싸움에서 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지는 것은 생각 안 한다. 지금까지 우리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해왔고, 지금도 승자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싸운 것만 해도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만약 구본홍씨가 노조원들을 사법처리하고 사장자리에 안착한다고 해서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아마 새로운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깨지고 잡혀가도 다시 일어나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다.

-다른 방송 노조나 언론노조 등 외부 단체와 연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KBS나 MBC 등에 서로 사람이 왔다갔다하지만 본격적인 연대는 현재로선 어렵다. 회사마다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이 방송이라는 날개를 달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KBS나 MBC, YTN이 다르지 않다.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신문들은 조중동으로 논조가 편향돼 있다. 신문이 현 정권을 대변하고 정권이 선물로 방송을 주겠다는 상황을 기존의 어떤 방송이 눈 뜨고 보겠느냐? 국민들이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한다면 달게 감수하겠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있기에 당당하다. 신문 자본이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의 특혜를 입어 급속도로 덩치를 키워서 방송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 신문시장에 이어 방송시장마저 현 정권을 옹호하는 색깔로 채워진다고 생각해보라.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단계의 방송 민주화투쟁이 올해 늦가을부터 일어날 것이다.

-KBS는 노조원들의 입장이 분열된 가운데, 현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됐다. KBS는 이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노조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변수는 11월에 있을 KBS 노조 선거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현 정권과 신임 사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쪽이 득세하지 않을까? 국회의 신문법, 방송법 개정 과정과 맞물리면 파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한 방송사의 파업도 언론사의 역사처럼 남아있는데, 만약 방송사간의 연대 파업이 이뤄진다면 정권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 개혁'란에도 띄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토론을 원하시면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인터뷰 내용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주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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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9. 4. 09:08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구본홍 <와이티엔>(YTN) 사장이 9월 1일 단행한 인사발령을 두고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상 총회를 열어 파업에 돌입할 태세입니다. 또한 사원 인사를 받은 노조원들이 기존 소속부서에서 근무를 계속하는, 한국 언론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YTN의 간판 프로그램중 하나인 '돌발영상'이 불방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구본흥 사장이 1일 징계성 사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저께까지 YTN에서 돌발영상을 진행하고 있던 임장혁 '돌발영상팀' 팀장을 뉴스팀 사회 1부로 발령을 냈기 때문입니다. YTN 노조원의 말에 따르면, 임팀장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구사장이 임 팀장을 징계대상으로 삼으면서, 돌발영상까지 폐지하려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이처럼 YTN 상황이 급박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정방송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똘똘 뭉친 ‘정의의 기자들’도 많습니다. 아래에는 이번 YTN사태에서 언론인의 정의와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YTN 기자 세 분의 글을 소개합니다. 먼저 9월 2일 오후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이 ‘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겠냐’는 제목으로 사내게시판에 직접 띄운 글을 소개합니다. 이어 국제부 신웅진기자(베스트셀러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의 저자입니다)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시청에 출입하다 현재 뉴스제작팀에 근무하는 김수진 기자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에 띄운 ‘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김기자의 글은 8월28일에 쓴 것이지만, 그동안 YTN사태의 진행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어 그동안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김기자의 글부터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YTN 돌발영상팀장의 글-'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1. 오늘 아침 상황

 4년 가까이 해오던 대로 오늘 오전 방송분을 편집하고 런다운(*구체적인 방송 내용 시나리오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좀더 잘 아시는 분은 댓글에 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퍼나른이의 주)과 자막 작성을 위해 뉴시스(*통신사 이름이 아니라 YTN사내의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이라고 합니다-퍼나른이의 주)를 열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제 저녁 돌발영상팀에서 사회1부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저녁에 인사 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런다운 작성권을 없애버린 사측의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촉박한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자막을 쓰고 녹화를 해야 했던 제 신세에 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2.지금까지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의 기자가 하루 1꼭지씩을 맡아 3꼭지를 제작해 광고를 붙여 10분 내외의 일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재가 없거나 1명이 휴가 등으로 결원될 경우 2꼭지씩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혹은 시청자들이 머리 속에 넣고 있는 ‘돌발영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3꼭지 프로그램이 아닌, 5년여 전 출범한 3분짜리 단일 돌발영상입니다. 이 3분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 당시 인수인계 과정은 넉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사권자와 돌발영상팀의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쳤고, 이후에도 후배기자들의 인사나 AD,작가들의 신규채용 등도 한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돌발영상팀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 왔습니다.


3. 지금의 돌발영상

그런데 이번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고 제 자리에 오도록 발령난 다른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며, 저는 런다운 작성권 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거부할 경우(이대로 계속 돌발영상을 만들 경우) 징계할 것이라는 경고만 있을 뿐입니다.

현 상태라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기자가 제 자리에 대신 오더라도, 그 기자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불방사태가 뻔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불방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구씨를 안착시키기위해 인사를 강행한 무책임함에 참으로 개탄합니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했는데, 돌발영상 얘기 밖에 안 하더라”“모 인사가 돌발영상 팬이라더라”“돌발영상은 YTN 간판이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시던 간부 선배들의 말씀이 불과 두세달 전입니다. 그런 분들이 구씨 한 명을 위해 돌발영상 불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돌발영상은 한동안 문을 내려도 문제없을 만큼 YTN 내에서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와 타 언론사에서는 돌발영상을 애청하거나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장에 가려고 집단으로 연차휴가 내서 하루 불방시킨 놈이 무슨 자격으로 불방사태 운운하냐고 비난하실 간부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일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제작권이 침해받는 지금의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돌발영상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몇 달의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리를 기습 교체하고, 몇 시간도 안돼 런다운 작성권을 빼앗고, 인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돌발영상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YTN에 굴러온 돌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고 해석합니다.

 

5. 더 먼 미래의 돌발영상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불방시켰던 보도국장을 거세게 비난하며 돌발팀에 밥 사줍시다라고 외치셨던 한 심의위원님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연차를 내고 돌발영상을 하루 불방시킨 일에 대해 엄한 채찍질을 가하셨던 많은 부장급 선배들께 묻습니다.
-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저는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까?

구본홍씨를 받더라도 공정방송 약속만 확고히 받아내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선후배들께 묻습니다.
-부팀장 인사는 실국 자율에 맡긴다고 한 다음날 부팀장 인사를 단행하고, YTN 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위한다면서 정치, 경제 등 주요 취재부서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돌발영상과 별의별 뉴스 등의 특화코너를 키우겠다면서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인사에게 받은 약속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합니까?

정권과 싸우자는 얘기냐며 노조의 비현실적인 투쟁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사우들께 묻습니다.
-정권과 구씨에게 항복한 뒤,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로 길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구씨의 어떠한 인사횡포와 전횡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적당히, 옆에서 아무리 부당한 일이 일어나도 조용히, '내 일 처럼' 적극적으로 해왔던 뉴스를 이제는 ‘사고없이,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소극적으로...이런 조직이 정권과 싸우는 상황보다 훨씬 나은 걸까요?

돌발영상의 방송을 유지시켜야 할 사측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해 제작거부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는 저는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사측과 선배들의 지시에 의거한다면, 오늘 방송된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회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작한 사규위반 방송이 되며 저의 사규위반 방송을 위해 부조작업을 하신 스탭들과 사규위반 방송을 송출한 주조정실은 본의아니게 사규위반에 동참하신 셈입니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돌발영상팀 3명 전원이 징계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고소장에도 이름이 오른 마당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국제부 신웅진 기자의 글-<나도 처벌하시오 !>

 

6명 고소, 그리고 76명 징계 심의.

나름 전략적으로 선택한 명단이겠지요. 딱 그 숫자만큼만 회사에 항명한 것이라 믿고 싶겠죠.그들만 처벌하면 항복할 것으로 생각했나요? 물론 심의 과정에서 숫자는 더 줄겠죠.

 제 이름이 명단에 빠진 것에 대해서는 일단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신 거니까요. 하지만 그런 혜택(?) 사양하겠습니다. 같은 편이 아니니 저도 잡아가세요. 명석한 분들께서 혹시 실수로 빠뜨린 것은 아니겠죠? 나름대로 채증을 하셨다면 잘 살펴보세요.

저 역시 많은 노조원들과 더불어 주주총회를 저지하려 했고 사장실을 점거한 채 구호도 외쳤으니 말이죠.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는 노조원들은 훨씬 많답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회사편이 될 거라는 착각은 말아주세요.

부당한 인사가 난 뒤 소집된 비상총회에 100명가량이 모였다고요. 그 숫자가 적어 보였나요? 그 숫자가 전부로 보였나요? 그 뒤에 어린 더 크고 많은 분노를 보지 못했나요?

저 자신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밖에서나마 내내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현상과 본질을 동시에 꿰뚫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던 선배들은 다 어디 갔나요? 그나마 보이는 것도 믿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

저 자신 그동안 노조게시판에 눈도장만 찍고 그저 조용히 노조의 지침만 따랐습니다. 하지만 더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머지 조합원 동지들도 이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부팀장 선배들에게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옳은 것을 위해 이제는 제발 행동해 주세요. 달갑지는 않겠지만 누구에게나 퇴직의 순간은 옵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후회할 일을 남기지 말아야죠.

언론인이란 무엇보다 명예를 먹고사는 사람들 아닙니까? 감히 조언합니다. 제가 입사했던 94년,,, 대한민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며 수송동 사옥으로 모여들었던 선배들은 정말 큰 사람들이었죠. 제가 잘못 본 거였나요?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MB 특보출신 구본홍씨를 위해 그동안의 자존심과 신념을 버릴 건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뉴스제작팀 김수진 기자의 글-저희 YTN은 40일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YTN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기자입니다. 저희 회사 노조가 날치기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구본홍 출근 저지에 나선지가 벌써 40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꽤 질기게 버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권이 급해졌는지 참 치졸한 방식으로 협박을 해옵니다. 울화통이 터져서 이 밤중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YTN은 그동안 목숨처럼 지켜온 365일 24시간 생방송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수습 기자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이 '보도는 신속 정확 공정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요.

공정성을 잃으면 기사는 가치를 잃게 됩니다. 언론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국민을 대변해 취재하는 것이고 언제나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배웠고 잘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 그렇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공정방송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더라도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티엔 사원들은 '공정방송' 그 한가지를 지키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몇 백명밖에 안되는 작은 회산데 임명 받고도 이렇게 오래 출근도 못하게 될 줄은 구씨도 몰랐을 겁니다.

이제 저희 투쟁도 기로에 서있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KBS도 이제 정리됐는데 너네도 이제 곧 상황 끝나겠구나. 어차피 주총에서도 통과돼 절차적으로 하자가 없는 사장인데

구본홍을 그냥 받아들이고 공정방송 하겠다는 약속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구본홍씨가 절대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공정방송에도 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지난 40여일간의 투쟁 과정에서 점차 드러나더군요.

구씨는 태생적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라는 한계를 지니고있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하고자 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그 최전선에 설 사람입니다. 신문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방송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보수지에 방송을 먹이로 던져주려 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목표입니다.

물론 보수지는 보수신문으로서의 역할이 있겠죠. 같은 언론인으로서 보수신문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와이티엔이 보수신문에 먹힌다면 더이상 와이티엔은 와이티엔이 아닙니다. 방송은 그나마 지키고 있던 최소한의 중립성마저도 완전히 잃게 됩니다.

사장이 되면 절대로 보도에 관여하지 않고 경영만 하겠다던 구씨는 최근에 보도국의 독립성을 완전히 짓밟는 인사를 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팀장을 싸그리 바꾸는 인사를 낸것이죠. 원래 언론사에서는 보통 보도국장이 부팀장 인사를 합니다. 와이티엔은 현재 보도국장이 공석인데, 그 와중에 바뀐 지 4개월밖에 안 된 부팀장을 모두 바꾼 것이죠.회사 사정도 모르는 구씨가 인사들을 알리 없습니다. 구씨 쪽에 줄을 선 몇몇 간부들 말만 듣고

엉터리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보도국장을 뽑아야 하는데, 완전 허수아비 예스맨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저희 사원들은 인정할 수 없는 구씨가 낸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장의 업무 지시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냥 부장을 무시하고 알아서 일하고 있죠. 이제 곧 사원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사원 인사 역시 우리가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징계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징계를 하면 저희를 와해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며칠 전에는 회사에 출근을 못하게 해서 월급 결재를 못했으니 월급을 못 받아도 원망하지 말라는 황당한 소리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출근 저지 투쟁은 40일이 넘었지만 지난 달에도 구씨가 회사에 못 들어왔어도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왔습니다. '월급 장난'에 화가난 노조원들이 더 똘똘 뭉치자 이번에는 공중파 수준으로 월급을 올려주겠다고 당근을 내밀더군요. 저희도 생활인인데 가끔 그런 말에 솔깃할 때도 있죠. 그러나 돈만을 바란다면 그냥 샐러리맨을 했지 왜 기자가 됐겠습니까. 구본홍이 그만한 돈을 벌어올 인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건 오직 공정한 보도를 위한 환경 뿐입니다.

구본홍씨는 자기 권력욕에 눈이 벌개서 이런 온갖 치사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리에 앉고 싶은 생각 뿐이지 공정방송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당연히 정권의 입김에 맞서서 외압을 막아줄 리 없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만약 회사가 사원 인사를 내고 이걸 빌미로 징계절차에 들어가면 와이티엔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을 겁니다. 93년에 회사가 세워진 이후로 저희는 단 한 차례도 파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외환 위기때 육개월동안이나 월급을 못 받았어도 바보처럼 참으면서 버틴 선배들이 살린 게 와이티엔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외환위기때 사실상 사측이 경영을 포기했을 때 생겨나 '경영하는 노조'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동안 임단협 등에서 임금 인상등을 이유로 파업하거나 파업을 조건으로 건 적 조차 없습니다.

지난 15년동안 일년 365일 중 단 하루도, 아니 일분 일초도 생방송을 멈춘 적 없는 그런 저희가, 매일 출근 저지한다고 새벽부터 회사에 모여 집회하면서도 생방송을 멈추지 않기 위해 기술 스텝들은 돌아가면서 집회에 나오고, 기자들은 집회하는 틈틈이 출입처 나가고 기사쓰고, 일하면서 투쟁하면서 그렇게 목숨처럼 지켜온 24시간 뉴스를 멈출지도 모릅니다.

파업을 하면 사측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니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원들을 사법 처리하겠다는 수순을 밟겠죠. 공정방송하겠다는 기자들을 감옥에 쳐넣어서라도 자기네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만들겠다는게 이 정부의 본색입니다.

써놓고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됩니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본 회원 여러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와이티엔을 응원해 주신다면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사족: 잠시 저희 회사의 소유 구조 설명을 위해 덧붙이자면 오늘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까지 갑자기 뜬금없이 와이티엔 주식 매각을 언급했더군요. 사실 차관이 우리 회사 얘기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웃기죠. 신차관은 YTN 사장에 대해서 와이티엔은 주식회사니까 이사회에 물어보라고 했었는데 자기 말을 뒤집고 또 말을 꺼낸겁니다. YTN 대주주는 한전 KDN, KT&G,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미래에셋 등이고 이들 주식이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이 공기업이니 간접적으로 공기업 성격이 있지만 주인은 없는 게 YTN이고 그래서 그나마 그동안 공정방송을 지키려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 차관은 정부가 YTN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할 것이며 이미 일부를 시장에서 팔았다고 말했습니다. 공기업 협박해서 저희 회사를 민영화 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인 거죠.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by 선대인 2008. 9. 3. 12:05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중동 3개 신문사가 지난 1일 인터넷 포털인 미디어다음에 제공하던 뉴스공급을 오는 5일 중단하겠다고 구두 통보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번 조치가 다음과 조중동에 가져올 충격에 대해서만 짧게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다음에 미칠 충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충격 미미, 중장기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음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네이버와 다음에 뉴스 컨텐츠를 공급하는 CP(컨텐츠 프로바이더)는 60~70개 내외입니다. 이 가운데 3개 신문이 전체 조회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지 않을 겁니다.

3개 신문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채울 컨텐츠가 부족하지는 않을 겁니다.따라서 조중동 기사 공급 중단으로 주는 조회수 비중은 기껏해야 전체의 1~2%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좁게는 인터넷 포털간 대응, 그중 네이버와 다음의 대응, 그리고 조중동의 향후 대응, 이를 둘러싼 언론 및 정치 사회적 환경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겁니다.

예를 들어, 당장 다음에서 조중동 컨텐츠가 빠질 경우, 어쨌든 '뉴스 백화점'으로서 뉴스 포털의 위상 측면에서는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열세에 놓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을 고루 접하려는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네이버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중동의 컨텐츠 공급 중단을 계기로 다음과 네이버의 사용자층이 정치성향별로 상당히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포털들은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치색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 사태로 아고라 등을 통해 다음에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 사용자층이 늘게 된 상황이 조중동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확대 증폭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조중동이 다음에만 기사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일반 사용자들에게 다음과 네이버의 성향을 구분짓게 만들어 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국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네티즌들의 개혁성이 강화되고, 이들이 다음으로 몰린다면 다음에게 유리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종합하면,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조중동의 기사 공급 중단 조치 그 자체만으로는 다음이 극복하기 힘든 충격을 겪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조중동은 이번 조치로 오히려 영향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조중동은 정치성향의 차별화는 이루었지만, 기사 품질의 차별화는 거의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조중동 기사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소비된다고 보면 됩니다. 과거 신문이 뉴스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전부 맡았지만, 이제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에 이전됐기 때문이죠.
얼마전 한국언론재단 조사 자료를 보니 96년 70%에 이르던 신문 구독률이 올해 34%대로 떨어졌더군요. 그만큼 종이 신문 형태의 뉴스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뉴스 포털 시장에서 점유율이 40%가 넘는 다음을 포기할 경우 조중동의 대중 접점은 그만큼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대중 전달력과 비례한다고 할 때 조중동의 이같은 조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보나마나 그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겁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조중동이 한 순간 열 받아서 화풀이식으로 저지른 자충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상대에 주는 피해보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피해가 돌아오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말이죠.

비유하자면, 옆을 지나간 위압적인 덤프트럭에 화가 난 티코 운전자가 홧김에 덤프트럭 뒤를 들이받는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중동은 어느 순간 피해를 실감하게 되겠지요. 이런 때에 다음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이용, 어느 한 신문의 컨텐츠만 꽤 비싼 값으로 사겠다고 제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비교적 손쉽게 조중동 동맹을 깨뜨릴 수도 있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라면 해피하겠지만, 문제는 조중동의 압박과 위협이 여기에서 끝이 안날 것 같다는 겁니다. 정권과 유착돼 있는 이들 신문이 '시장의 힘'과 상관없이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등을 동원해 다음 등 포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들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럴 경우 다음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굴복, 타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럴 경우엔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군요.

다만 다음이 정부와 조중동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는 일정 부분 네티즌들의 대응에도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다음이 지금까지 지적돼온 일부 부정적 측면은 극복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더라도 기득권 언론과 정부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온라인 여론 광장’을 지키고 잘 가꾸는 것 또한 민주 시민의 책무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태의 진전을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 짧게 쓴다고 해놓고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참고로, 얼마 전 메이저 신문사에 있는 한 선배를 만나 들어보니 광고 매출이 연초 대비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클 텐데, '조중동 광고 기업 압박 운동'이 어쨌든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를 마련해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광고주 압박 운동을 벌이는 네티즌들을 '좌파' '빨갱이 무리' 등으로 욕하더군요. 예전에는 꽤 합리적인 선배였는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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