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예산안을 보면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난해보다 26% 증액편성된 24.7조원 규모의 SOC사업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처럼 대규모로 추진되는 많은 건설토목사업들이 정말 거액의 예산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들일까?

결론은 잠시 유보해두고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국제종합전시장(킨텍스, KINTEX) 건립 사업을 한 번 살펴보자. 2005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들어선 킨텍스 건립에는 총사업비 2,315억원이 투입됐다. 고양시에 따르면 킨텍스에서는 올해 1~9월 동안 모두 328건의 전시회와 컨벤션 행사가 열려 평균 가동율 약 5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시회 시설 설치 및 해체 기간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가동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또한 대부분의 전시는 세미나나 심포지엄, 워크샵, 대학이나 기업의 내부행사 등 굳이 컨벤션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전시였다. 이렇게 공간을 놀리다 보니 킨텍스는 몇 년째 여름에는 간이물놀이 수영장, 겨울에는 인공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킨텍스 제1전시장조차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국비와 도비의 지원을 받아 모두 3591억원(2009년 고양시 전체 예산(1조1483억여원)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이 드는 같은 면적의 제2전시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 수준의 국제컨벤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만㎡ 이상의 전시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구나 제2전시장 건립사업은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만 참여한 가운데 업체들간 담합이 기정사실화된 턴키(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돼 총사업비의 30% 정도를 불필요하게 건설업체에 안겨주었다.

이 같은 건설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하더라도 투입비용을 상회하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제1전시관 가동 현황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킨텍스 제2전시장 건립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 비율이 0.92로, 예상 경제적 효과가 투입한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다.

사실 이 같은 대형 컨벤션시설 조성이나 확충 움직임은 고양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천시는 2017년까지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에 전시시설만 20만㎡가 넘는 ‘영종전시복합단지’를 건립할 계획이고, 서울시도 잠실종합운동장~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코엑스 등을 잇는 컨벤션 벨트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가 모두 대규모 컨벤션센터 짓기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아무리 컨벤션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서만 이 같은 대규모 컨벤션 시설을 모두 채울 수요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킨텍스와 대각선 방향으로 불과 수백m 떨어진 고양시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이 운동장에는 약 1,2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연간 운영예산은 22억 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실업 축구팀인 고양국민은행의 홈 경기가 연간 10여 차례 열리지만 관중은 거의 없고, 국제경기 대회 등의 일부 예선전이 연간 두세 차례 열릴 뿐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잔디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평소에 시민들이 축구경기장 안에 들어가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도 없다. 1,200억 원의 예산을 탕진했지만 사실상 고양시민들에게 주는 효용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대부분 지자체에 공통되는 현상으로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돈 쓸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지 비용 등 한국의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총액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고, 한국의 교육비 지출은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에 머물고 있다. 반면 건설업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토건형 국가다.

한국의 사회복지 및 교육, 문화 인프라는 경제력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현 정권은 ‘747공약’을 내세우지만, 현실에서는 단돈 몇 만원의 지원이 아쉬운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정작 서민들을 지원하는 복지 인프라와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교육 및 문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는 스크루지영감처럼 인색하다. 그러면서도 ‘서민을 위한 경기부양책’이라며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을 남발하고 있다.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가는 경기 부양인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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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5. 10:58

각종 건설부양책과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떡칠된 내년도 예산안이 여당의 강행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같은 강행 통과를 마치 국가 경제 살리기를 위한 치적이라도 삼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 조기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12월 15일 수출 4000억달러 달성을 기념해 수출업계 대표들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 “금융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는 것이 관건으로, 그 집행의 결과가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직자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내년 전체 예산 가운데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돈을 빨리 풀어 극심한 내수 침체를 해소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 발표 내용만 보면 내년 상반기에 시중에 정부 재정이 상당히 풀릴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같은 정부 발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쑈쑈쑈’에 불과하다.

 

물론 서민들 생계 지원 형태의 예산은 빨리 풀 수 있다면 빨리 풀수록 좋다. 하지만 장애인과 독거노인, 빈곤층 등 대부분의 복지 지원 대상자들에게는 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지원금이 지급될 뿐이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나 동사무소까지 빨리 내려보내는 것일 뿐 실제 정부 지원이 필요한 현장에 돈이 빨리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정부 예산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토목사업 예산의 현실을 살펴보면 기가 차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2008~2009년에 걸쳐 2000억원짜리 공사를 한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했다고 치자. 이 공사를 수주한 대형 건설업체는 정부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예산조기 집행 방침에 따라 연차별로 공사할 금액의 절반을 선급금으로 받는다. 이렇게 받은 선급금 가운데 60~70% 가량은 아예 처음부터 선급금으로 지급할 대상이 아니다. 일단 자재비는 거래관행상 미리 안 준다. 정부에서 미리 준다고 자신들도 자재대금을 미리 주는 원도급업체들이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직원급료도 미리 안 준다. 대기업이 정부에서 돈을 미리 받았다고 직원들 월급을 미리 당겨주겠는가?

 

결국 건설 대기업이 정부에서 받은 돈을 조기집행할 수 있는 돈은 기껏 하도급 업체들에게 주는 공사대금 뿐이다. 이는 정부 예산 집행액에서 겨우 30~4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실제 집행해야 하는 액수의 보통 3분의 1 밖에 집행을 안 한다.

 

철도공사를 하청하는 한 기업의 사례를 보자. 이 업체는 원도급업체가 정부로부터 공사대금 선급금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원도급업체는 정부에서 공사대금을 받은 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15일 이내에 자기가 정부에서 받은 같은 비율만큼 하청업체에 줘야 한다. 하지만 원도급업체는 2008년 공사물량이 원래 100억원이라면 50억원어치 공사만 하는 것처럼 축소하고, 선급금 적용 비율도 최대한 줄였다. 이런 방법으로 이 업체는 원래 받아야 할 돈의 30% 수준밖에 못 받았다. 예산 집행액의 30~40% 가운데 다시 원래 받아야 할 돈의 30% 수준밖에 못 받았다. 에산 집행액의 30~40% 가운데 다시 원래 받아야 할 돈의 30% 수준만 하도급업체에 전달됐으니 결국 이 업체에는 정부예산 집행액의 9~12%만 전달됐다. 이런 양상이 이 업체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인 양상이다.

 

이런 식이면 정작 돈이 필요한 하도급업체에는 돈이 내려가지 않고, 대기업에만 머물러 있게 된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한다고 하는데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중소건설업체들과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최근 몇 년간 부동산붐으로 배룰 잔뜩 불렸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재벌건설업체들의 호주머니로만 들어갈 뿐이다.

 

이렇게 해서야 무슨 경기부양 효과가 있겠는가? 정부가 예산을 조기 집행했으면 제대로 줬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하지만 각 해당 부처는 대기업에만 돈을 줬으면 예산을 집행했다고 기획재정부(과거에는 기획예산처)에 통보하고, 기획예산처는 이를 ‘실적’으로 잡아 예산 집행 계획을 달성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부가 혈세를 들여 정책을 실시했다면 실제로 현장에까지 내려가는지, 그래서 정책적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매련 이런 정책을 쓰면서도 정부는 한 번도 제대로 실태를 조사해 평가한 적이 없다. 무조건 대형건설업체에 돈만 갖다 안긴다고 정책 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정부관료들은 앞뒤 재지 않고 경기가 안 좋다는 소리가 나오면 ‘조기 예산 집행’을 입버릇처럼 외고 있다.

 

이런 조기 예산 집행은 결국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대형 건설업체에게 현금 다발만 안기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각종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신용경색 때문에 돈 구경하기 어려운데 왜 대형건설업체들은 직접 시공하지도 않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백억~수천억 원의 현금을 미리 받아챙기는 엉터리 같은 일이 매년 벌어지는 것인가? 과연 공공사업을 진행하기도 전에 정부가 돈을 막 퍼주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치고 어디 있을까? 더구나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예산을 조기 집행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정부는 거기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반기에 60%를 조기 집행한다는 것은 40%를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조기 집행을 하면 일자리가 더 늘어나고, 경제 성장률 향상에 도움이 될 것처럼 주장한다. 상반기에 50% 쓰일 것이 60%가 쓰이면 정부가 주장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런 효과가 생기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예산의 40%를 집행하게 되는 하반기에는 어떻게 되는가? 원래 쓰여야 할 예산보다 덜 집행되니 그만큼 경기는 더 가라앉을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조삼모사일 뿐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지능 수준을 원숭이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광고라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경제위기가 심화돼 하반기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가서 또 온갖 핑계를 대면서 쓸데 없는 건설토목사업으로 가득한 추경예산을 다시 편성해 여당 단독으로 밀어붙일 작정이 아니겠는가?

 

 

지난 몇 년간 건설업체들은 신문 광고와 홍보성 기사 등을 통해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겨가며 터무니없는 고분양가로 엄청난 폭리를 취해왔다. 그같은 부동산 거품에 취해 과욕과 무리한 경영판단으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미분양 물량으로 지금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일 때 폭리를 취한 것을 모두 자신들이 차지했듯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생겨나는 모든 손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의 세금까지 포함된 막대한 건설토목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모자라 예산 조기집행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퍼붓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경기 부양을 위해 예산 조기집행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감춰진 속내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재벌건설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쇼’일 뿐이다. 말 끝마다 서민을 외치지만, 그들에게 서민은 뒷전이다. 건설족의 수괴인 MB를 비롯한 현 정권 눈에 보이는 것은 지금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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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12. 16. 10:33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피해가 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택 선분양제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잘 모르고 있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된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자가 떠안아야 한다. 물론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주 지연으로 인한 분양자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 등은 상당 부분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택업체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인한 주택 보증사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에 보증사고가 난 세대 수만 7,000 가구에 사고금액은 1조5,877억 원에 이른다. 올 들어 11월까지 발생한 보증사고 세대수의 80%와 사고금액의 68%에 이를 정도다.

 

 

또 선분양제 하에서는 주택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높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므로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할 때는 분양만 받으면 몇 억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청약에 나섰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자들이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만일 극심한 청약열풍이 불었던 판교신도시 주택을 지금쯤 후분양제로 공급했다면 2~3년 전과 같은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가계가 얼마나 있었을까? 결국 주택업체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분양자들만 자산가치 급락과 엄청난 부채 부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곳곳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는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 빚은 감당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입주 예정 아파트나 기존 주택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마비되면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아파트든 전세로 돌려 최대한 금전적 손실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함께 빚어지는 것이다. 만약 후분양제였다면 이처럼 극심한 입주지연과 역전세난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선분양제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한 주택사업이 일어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주택업체들은 3년 후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 하지 않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떴다방’이든 무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의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판단으로 택지를 매입해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죽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미분양 15만7241가구 가운데 4만 436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분양제였다면 생겨나지도 않았을 미분양 물량이 11만7000여 가구에 이른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서 한국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경우는 없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돈이 묶인 탓이 크다. 또한 2006년 이후 과도한 PF사업 확대로 건설사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의 부실화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급증한 미분양 물량 탓이 크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가계의 부동산담보 대출과 PF사업 대출, 건설/부동산업 대출을 증폭시키는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로 하자.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도리어 ‘8.21 부동산 대책’에서 ‘후분양제 보완’이라는 식의 편법으로 민간 주택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후분양제와 선분양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무력화시켰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11월초 ‘건설사들이 조기 분양에 나서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목으로 재건축 후분양제를 폐지했다. 이명박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응변적 처방과 건설업계 특혜 주기에 골몰하는 정부가 현 경제 위기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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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12. 15. 11:06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최근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완연해지고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인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거품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 대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인 소위 ‘8·21대책’부터, 9·1 감세안, 9·19 주택 500만 호 주택공급대책, 9·22 종합부동산세제(이하 종부세) 개편안 등이 잇따랐습니다.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자면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및 사실상의 후분양제 폐지 △최저가낙찰제 확대 적용 연기 △지방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 매입 △ 수도권 전매 완화 △ 정부 예산 120조 원을 동원한 주택 공급 △뉴타운 및 신도시 추가 지정 △재개발 재건축 사업 촉진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담 및 상속세 부담 완화 △부유층 중심의 소득세 완화 △종부세의 유명무실화 △분당신도시 16배 크기의 그린벨트 해제 등입니다.


이들 대책의 공통점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입니다.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과 ‘집값 거품 떠받치기’로 일관한 정책들입니다. 더구나 정부가 이들 대책을 내놓는 속도와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괜찮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지만, 속으로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해 극심하게 걱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정책이 아니어도 같은 정책 의도를 가진 게 많습니다. 정부가 향후 5년 간 56조 원을 투입하는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56조원 사업 가운데 53조원 가량이 이미 포화상태인 항만과 공항, 산업단지, 도로 건설 등에 들어가게 됩니다. 정부가 새만금개발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신속히 허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정부가 군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암 DMC초고층 빌딩이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서울과 수도권에서 민간이 추진하는 등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는 많습니다. 하지만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입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다릅니다. 롯데그룹은 현재 상황에서도 비교적 풍부한 현금 동원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부사장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건설경기를 살리려면 당장 돈을 풀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데서는 지금 같은 신용 경색기에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수조원의 현금을 바로 동원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롯데그룹은 정부에도 같은 논리를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구조를 볼 때 현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도 버블 붕괴를 막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를 제외하고 웬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지만 부동산시장이 꿈쩍도 않는 게 그 증거입니다. 버블 세븐의 집값은 최근 16개월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금융기관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매물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버블 세븐 지역에서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가격대가 깨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대출 규제가 풀린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구조적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이 과거처럼 선뜻 대출을 해줄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높은 집값, 극심한 거래 부진으로 표현되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저금리와 달러 유동성 급팽창에 기인했던 전세계적 부동산 버블의 동시 붕괴 현상, 수도권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표현되는 공급 과잉, 투자 수익률의 저하와 투기 심리의 위축,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시중의 신용 수축과 금리의 지속적 상승, 이미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재개발과 뉴타운 등등 집값 거품 붕괴를 부르는 시장 압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버블 붕괴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버블 붕괴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우선, ‘삽질경제학’의 대가이자, 건설족의 우두머리 출신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경제대통령’으로 포장했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국가 정책의 틀을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될 리 없죠.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추진해도 어려운 문제인데, 반칙과 편법, 부정이 판치던 개발경제 시대의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는 개념조차 없을 테니까요.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등 자산경제가 지나치게 부푼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확충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전시행정과 단기 눈속임 성과주의의 귀재인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이나 정부 정책을 보면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확충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대통령 같습니다. 결국 자신의 전공 분야이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개발 사업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하면 각 지역에도 선심을 쓰는 격이니 정치적으로도 득이 되는 일입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매우 깊은 속병을 가진 구조적 위기이지, 단기적 위기가 아닙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내수 침체, 자산 및 소득 양극화, 성장 잠재력 고갈, 막대한 가계 부채 급증 등이 부동산 버블을 고리로 지난 10년간 확대 재생산돼온 상황입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위기는 오히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구조적 위기입니다. 그런데 정부도 내심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그것이 가져올 신용 위축 사태가 우려되겠지요. 그래서 각종 개발사업과 전매제한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시장에 돈이 돌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해소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들인 소비 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고물가 고비용 구조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됩니다. 토지 비용의 상승으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폐해를 낳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부동산 등 자산 경제의 영역과 생산경제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자원이 부동산에 편중되도록 집값 거품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7~8년을 지속해왔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집값 거품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에다 지금 대규모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종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개발 사업들이 막대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각종 개발사업들을 또 벌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개발사업들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 말도 안 하겠습니다. 당장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계획만 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예를 들면, 대구, 구미, 포항, 광주·전남, 서천 등 5곳에 새로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에 형성된 산업단지와 과학기술테크노파크 등의 사업과 뭐가 다른지 의문입니다. 문제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부지 제공이 아닙니다. 기존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기술과 지식,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 ‘연계 혁신(connected innovation)이 일어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현재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첨단산업클러스터를 통한 경제성장 방식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결국 개발사업입니다. 산업단지가 제대로 된 의미의 클러스터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부동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입주기업들에게 땅장사를 하게 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얼마 전 KBS스페셜에도 나왔지만, 지방 및 수도권의 제조기업들은 오히려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산업용 부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데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거기에 얼마나 들어설까요?


동남권역에 조성하겠다는 ‘동북아 제2허브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강원도 양양과 경북 울진, 전남 무안 등 지방 공항들이 페쇄되거나 이용객들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경남 김해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새로 공항을 짓는다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까요? 마산∼거제 연륙교를 지어 해양관광을 활성화한다거나, 대경권에 3대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을 한다는 사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전 정부에서 앞다투어 나섰던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들 중에 지금 성공한 것이 있습니까?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했을 뿐, 이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지금의 정부관료들입니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사는 일산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확인은 안 해봤지만, 두 곳 모두 짓는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는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는 일년 중 제대로 행사가 열리는 날이 아마 10일 안쪽일 겁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그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을까요?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1,2억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쓰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를 멈춰야 합니다.


대신 모두가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 대비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20~30% 수준까지 높여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 거품을 만들지 않는 부동산 세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주택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최근 제가 출간한 책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도 띄웠습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0. 12. 08:36

9월 19일 국토해양부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꼭 필요하다면 다소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땅값과 건축비를 내려 분양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집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싼 가격으로 서민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33개 뉴타운을 무더기로 지정한 탓에 대규모 동시 철거가 이뤄져 서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한 장본인이 아닙니까? 서민 주거에는 관심 없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강북 집값 올리기에 여념 없었던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면 뻔뻔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내놓은 대부분의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계속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정책들입니다.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부동산 버블 붕괴 압력을 높이고 있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이대통령 본인은 전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심리적 갈등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뉴타운 지역의 극심한 전세난을 보면서도 한 번 사과나 반성을 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새로 뉴타운 지정권을 가진 서울시와 협의도 없이 뉴타운을 추가 지정한다니요? 한 마디로 말이야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우지만, 건설업계에 사업물량 퍼주기에 여념이 없는 꼴입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실제 효과나 정책 조합(Policy mix)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개념도 없는 사람입니다. 다만 자신이 느끼기에 점수 딸 수 있다고 느끼면 정반대의 정책 효과를 가져와도 내지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아무 정책이나 듣기에 솔깃하다면 막 질러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 쪽에서는 뉴타운을 통해 서민들을 쫓아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민주택을 만든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나 않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독교 신자라서 ‘한 손이 한 것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엉뚱하게 실천하는 것입니까?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대통령 발언과 국토부 발표의 허구성을 짚고자 합니다.

시계 태엽을 되돌려 2004년 7월로 가봅시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국민임대 주택 공급을 추진합니다. 당시 이슈가 됐던 판교신도시의 경우 공영개발을 통해 100%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주장했습니다. 김광수 소장님은 이 같은 방식의 주택사업이 재무적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이론적 모델까지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판교를 로또 투기판으로 만들어 투기세력에게 먹잇감만 제공했습니다.

정부 스스로 벌린 로또 투기판 때문에 판교발 집값 광풍이 일자, 정부는 전량 국민임대주택을 짓겠다며 해제한 고양 삼송과 남양주 별내 지역의 절반을 분양 물량으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당시 건교부가 내세운 명분은 ‘판교급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집값은 어땠습니까?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해당 지역까지 투기가 극성을 부려 오히려 집값을 치솟게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직접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지역을 예로 들어봅시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대부분 그린벨트 풀어서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가량 됐습니다. 지금 거론되는 서울과 수도권 경계 지역의 그린벨트라고 보상비가 크게 더 적게 들어갈까요? 더구나 황당하게도 아파트 짓는데, 턴키방식(여기에서 길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위 재벌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해주는 발주방식입니다)으로 발주를 해서 엄청난 고분양가 만들었습니다. 후임 오세훈 시장이 똥바가지 뒤집어썼지만, 2006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 들썩이게 만들었죠.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이 평당 700만~800만원이던 시세가 1200만~1300만원으로 수직상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전 치밀한 도시계획 없이 그린벨트 풀어서 급하게 만들었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도로나 학교가 제대로 확보 안 돼 언론에서 욕 엄청 먹었죠? 오세훈 시장이 분양가심의위원회 가동해 분양가를 평균 12%정도 낮춘 덕에 분양은 다 됐는데, 지금 입주율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생활 인프라가 없어서 주민들 불만 대단하고요. 물론, 뉴타운 사업으로 추진됐다는 특수성을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그린벨트 풀어서 집값을 낮췄습니까? 그렇다고 도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주택단지가 들어섰나요? 사람은 그 사람이 해온 과거 행적을 통해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사기꾼이 어느날 갑자기 ‘난 사람 안 속여’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겠습니까


by 선대인 2008. 9. 23. 09:34

9.19일 국토해양부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꼭 필요하다면 다소간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땅값과 건축비를 내려 분양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집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싼 가격으로 서민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33개 뉴타운을 무더기로 지정한 탓에 대규모 동시 철거가 이뤄져 서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한 장본인이 아닙니까? 서민 주거에는 관심 없이 정치적 욕심 때문에 강북 집값 올리기에 여념 없었던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 자신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는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면 뻔뻔스럽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내놓은 대부분의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은 계속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정책들입니다.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이 부동산 버블 붕괴 압력을 높이고 있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정작 이대통령 본인은 전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심리적 갈등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뉴타운 지역의 극심한 전세난을 보면서도 한 번 사과나 반성을 한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새로 뉴타운 지정권을 가진 서울시와 협의도 없이 뉴타운을 추가 지정한다니요? 한 마디로 말이야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우지만, 건설업계에 사업물량 퍼주기에 여념이 없는 꼴입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의 실제 효과나 정책 조합(Policy mix)의 정합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개념도 없는 사람입니다. 다만 자신이 느끼기에 점수 딸 수 있다고 느끼면 정반대의 정책 효과를 가져와도 내지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아무 정책이나 듣기에 솔깃하다면 막 질러대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 쪽에서는 뉴타운을 통해 서민들을 쫓아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민주택을 만든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나 않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독교 신자라서 ‘한 손이 한 것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을 엉뚱하게 실천하는 것입니까?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대통령 발언과 국토부 발표의 허구성을 짚고자 합니다.

시계 태엽을 되돌려 2004년 7월로 가봅시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국민임대 주택 공급을 추진합니다. 당시 이슈가 됐던 판교신도시의 경우 공영개발을 통해 100%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주장했습니다. 김광수 소장님은 이 같은 방식의 주택사업이 재무적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이론적 모델까지 만들어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판교를 로또 투기판으로 만들어 투기세력에게 먹잇감만 제공했습니다.

정부 스스로 벌린 로또 투기판 때문에 판교발 집값 광풍이 일자, 정부는 전량 국민임대주택을 짓겠다며 해제한 고양 삼송과 남양주 별내 지역의 절반을 분양 물량으로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당시 건교부가 내세운 명분은 ‘판교급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집값은 어땠습니까?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해당 지역까지 투기가 극성을 부려 오히려 집값을 치솟게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직접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지역을 예로 들어봅시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대부분 그린벨트 풀어서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가량 됐습니다. 지금 거론되는 서울과 수도권 경계 지역의 그린벨트라고 보상비가 크게 더 적게 들어갈까요? 더구나 황당하게도 아파트 짓는데, 턴키방식(이미 시사경제 회원들에게는 설명드린 바 있지만, 상위 재벌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해주는 발주방식입니다)으로 발주를 해서 엄청난 고분양가 만들었습니다. 후임 오세훈 시장이 똥바가지 뒤집어썼지만, 2006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 들썩이게 만들었죠.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이 평당 700만~800만원이던 시세가 1200만~1300만원으로 수식상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전 치밀한 도시계획 없이 그린벨트 풀어서 급하게 만들었더니 어떻게 됐습니까? 도로나 학교가 제대로 확보 안 돼 언론에서 욕 엄청 먹었죠? 지금 입주 초기여서 그렇지 뉴타운 전체 세대가 다 입주하면 교통대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분양가심의위원회 가동해 분양가를 평균 12%정도 낮춘 덕에 분양은 다 됐는데, 지금 입주율 30% 정도밖에 안 됩니다. 생활 인프라가 없어서 주민들 불만 대단하고요. 물론, 뉴타운 사업으로 추진됐다는 특수성을 어느 정도 감안은 해야겠지만, 그린벨트 풀어서 집값을 낮췄습니까? 그렇다고 도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주택단지가 들어섰나요? 사람은 그 사람이 해온 과거 행적을 통해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사기꾼이 어느날 갑자기 ‘난 사람 안 속여’ 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겠습니까?

지금 한국 주택 문제의 핵심은 국토부 표현대로 ‘괜찮으면서도 저렴한 주택(decent and affordable housing-미국에서 공공 주택 문제와 관련해 관용구처럼 나오는 표현입니다)’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형성된 집값이 너무 높아서 웬만한 고소득자도 빚을 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공급자인 건설업체의 사기적 폭리 분양가와 수요자의 투기 행태가 빚어낸 거품 집값입니다. 정부는 이를 막기는커녕 허황된 ‘시장원리’ 운운하며 실제 건축비보다 약 2배나 높은 표준건축비를 승인해주는 등 거품 집값을 사실상 용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로서는 결국 일반 국민들이 큰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도록 집값을 낮춰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가능하냐고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장기전세’를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장기전세는 주변 전세 시세의 60~80%선에서 공급합니다.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재산세와 취등록세 등 세금 부담도 없고 주거 안정성까지 갖추고 있는 매우 좋은 주거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 들어 미분양이 속출하는 데도 장기전세는 최고 8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매매할 수 있는 분양주택도 아니니 판교분양 때와 같은 투기도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주택을 전체 수도권 주택 재고의 20%까지 채운다고 해보십시오. 기존 매매 수요의 상당수가 장기전세로 이동할 것입니다. 그러면 집값이 얼마나 안정되겠습니까? 이렇게 이미 여러 가지 장점이 입증되고 사람들에게도 매우 인기 있는 장기전세가 이번 500만호 공급계획 중에 겨우 얼마를 차지하는지 아십니까? 전국에 걸쳐 겨우 10만호입니다. 대신 주택정책 목표에 오히려 역행하는 지분형 아파트니 정책 효과가 의심스러운 신혼부부용 아파트니, 노후용 아파트니, 보금자리 아파트니 이름만 사람들이 혹하게 지은 주택 유형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이명박 대통령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어서죠.

공공 분양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연구소(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소장님께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권에서 이미 저렴한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이론적 토대는 제공하셨습니다. 사실 소장님 이론을 빌어 제가 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 서울시의 ‘장기전세’ 제도로 현실화됐으니, 현실로도 일정하게 입증된 셈입니다. 사실, 관련 제도만 갖춰지면 현재 장기전세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공공 분양도 똑같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공공이 저렴하게 주택을 짓는 과정은 똑같고 지은 주택을 장기 임대(전세)로 주느냐, 분양하느냐 하는 공급방식만 다를 뿐이니까요.

그래도 의심하는 분들을 위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큰 틀에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주택 공급 과정에서는 엄청난 개발이익이 생겨나는데, 이 개발이익은 땅주인, 거주자, 개발 대행기관(토공, 주공, 각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투기세력 등에 의해 배분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 과정에서 생겨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라는 갈비를 여러 세력들이 돌아가며 뜯어먹어, 결국 수혜자가 돼야 할 서민들은 앙상한 뼈다귀만 핥게 되는 꼴입니다. 그러면 이런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흡수해 그것을 저렴한 장기임대나 공공분양 아파트로 공급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흡수하느냐고요? 현재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가 보통 30~50% 가량 차지하고, 직간접공사비가 40~50%정도로 두 가지가 거의 90%를 차지합니다. 우선, 택지비를 봅시다. 지금은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투기세력이 뛰어들어 땅값을 띄워 놓은 다음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보상을 하므로 개발이익이 땅주인과 거주자, 투기꾼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정부가 개발 계획을 사전에 세워두고 사전 매입 후 개발에 들어가는 식으로 하면 보상비를 얼마든지 아낄 수 있습니다. 물론 도심 지역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판교나 용인, 동탄 정도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부지 확보까지만 정부가 하고 이후 주택 공급과정은 이를 통합해서 관리할 CM(Construction Management)회사나 컨소시엄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해 사업을 맡깁니다. 따라서 택지 조성도 토공이나 주공이 하지 않고 CM회사가 가격 경쟁을 통해 선정한 민간 토목업체가 합니다. CM이 경쟁입찰을 붙여 시공사를 선정하면 실제 건축비도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입니다. 공기도 현재 26~30개월 정도인데 20개월 정도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지금의 분양가보다 절반 아래로 훨씬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묻고 통제하면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공공주택을 비롯한 공공건설사업은 이른 전문 CM이나 PM(Project Manager)들을 통해 얼마든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홍준표의 토지임대부 주택 같은 사기적인 ‘반값아파트’가 아니라 진짜 ‘반값 아파트’ 얼마든지 실현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내에서 책임감리와 비슷한 역할 정도만 하게 하는 CM제도를 CM이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되 공사 전반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CM at full risk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요. 또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강력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모든 권력기관과 관련 정부부처를 동원해 ‘방송장악’에 기울이는 정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이런 사기적 분양가의 거품을 뺄 의지도 없지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들 멋대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도시 기반시설 과부하에 대한 고려는 아랑곳없이 용적률을 올려 겨우 집값의 15% 정도를 낮추겠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이는 사실상 거품 분양가는 그대로 용인하면서 이번 정책을 서민용으로 포장하기 위한 포장술에 불과합니다.

덧붙이자면 제가 제시하는 방법대로라면 지금 같은 방대한 구조의 토공, 주공 필요 없습니다. 토공, 주공은 정부의 기획에 따라 토지 매입하고 CM사 선정해서 정부 계약을 대행하고 계약 이행을 점검하면 됩니다. 또 향후 장기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임대주택 관리 업무 부문을 키우면 됩니다. 이처럼 공기업 개혁이라고 하면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주체로서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점검해 재조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거기에 맞게 조직을 Redesign하고 Restructuring, Reengineering해야 합니다. 그런데 토공과 주공 통폐합 논의에서 보듯 그런 것은 전혀 없고, 그저 무식하게 Downsizing 개념밖에 모르는 게 이 정부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벌이는 공공사업 물량을 봤을 때 토공, 주공의 반발이 심해지면 통폐합도 나중에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설사 통폐합된다 한들 정부의 엉터리 정책 사업들을 계속 받쳐주는 도구일뿐이라면 그게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요?

위에서 봤듯이 공공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사실상 방대한 공기업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공공의 목표를 훨씬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외치는 구호는 온통 통폐합 아니면 민영화밖에 없으니 정말 한심할 따름입니다. 선진국의 정부 개혁이 궁극적으로 경쟁 체제 도입을 통해 국민 전체의 후생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현 정부는 공기업의 영역을 줄이거나, 공공독과점 구조를 민영 독과점 구조로 바꿔 민간재벌기업의 사업 기회를 키워주는 것을 공기업 개혁으로 여기고 있으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개념부터가 엉망인데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정말 서민의 주거안정을 걱정하는 도덕적이고 역량 있는 정부라면 그린벨트 해제 안하고도 얼마든지 집값 안정시키고,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고,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고 개발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든 자기 임기중 생색낼 수 있는 거창한 계획 발표만 하면 된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그는 서울시장 때부터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실제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고위 간부는 “이 대통령은 정책 방향의 큰 틀은 없이 자기가 생색낼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내 추진하고 포장하는 데는 선수”라고 말하겠습니까?


by 선대인 2008. 9. 22. 09:00



정부가 ‘광역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에 향후 5년간 56조원을 투입한다고 하는군요. 이 가운데 53조여원이 도로, 항만, 공항 건설 및 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사업에 들어가는군요. 겨우 2조3000억원이 지식산업 및 첨단기술산업 지원에 투입되는군요.

 

이 계획을 들으면서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이 듭니다.

 

우선, ‘삽질경제학’의 대가이자, 건설족의 우두머리 출신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경제대통령’으로 포장했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마땅한 방법을 모르겠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국가 정책의 틀을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될 리 없죠.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추진해도 어려운 문제인데, 반칙과 편법, 부정이 판치던 개발경제 시대의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 개념조차 가지고 있을까요?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등 자산경제가 지나치게 부푼 상태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급전직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확충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전시행정과 단기 눈속임 성과주의의 귀재인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언행이나 정부 정책을 보면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확충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대통령 같습니다. 결국 자신의 전공 분야이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개발 사업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하면 각 지역에도 선심을 쓰는 격이니 정치적으로도 득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정부 발표를 보면 정부가 내심으로는 개발사업을 통해 시중유동성을 확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건설업체들에게 사실상 특혜금융을 주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건설업체들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준 ‘8.21 대책’을 비롯하여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 재개발 재건축 완화, 새만금 개발 본격화, 죽어가던 한반도 대운하 되살리기, 그리고 이번 광역경제권 개발 발표 등이 모두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9월 위기설’이 사실상 소멸됐다며 의기양양해 하지만, 원래 9월에 외환을 통한 위기가 바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그보다 훨씬 더 깊은 속병을 가진 구조적 위기이지, 단기적 위기가 아닙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 내수 침체, 자산 및 소득 양극화, 성장 잠재력 고갈, 막대한 가계 부채 급증 등이 부동산 버블을 고리로 지난 10년간 확대 재생산돼온 상황입니다. 한국 경제의 핵심 위기는 오히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구조적 위기입니다. 그런데 정부도 내심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그것이 가져올 신용 위축 사태가 우려되겠지요. 그래서 각종 개발사업과 전매제한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시장에 돈이 돌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라든지, 새만금 개발사업 추진, 한반도 대운하 되살리기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에서 민간이 추진하는 초고층 프로젝트 등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들이 많지만 당장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다릅니다. 롯데그룹 계열사 부사장 한 분은 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기를 살리려면 당장 돈을 풀 수 있어야 하는데, 다른 데는 자금 조달하는 데만 상당한 기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수조원의 현금을 바로 동원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정부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내세워 이번 허가를 땄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정부가 살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말은 물류니, 관광이니 내세우지만 자신들도 제 정신이라면 이게 안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물론 정말 자신들 생각을 믿는다 해도 향후로는 시중 유동성 확대라는 차원에서 진행하려 할 것입니다. 대규모 운하 프로젝트를 통해 외국자본까지 유치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일 테고요. 이번 ‘9월 위기설’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정부 스스로도 잘못하다가는 외환 유동성 위기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고 느꼈을 겁니다. 실제로 건설업계 안에서는 정부가 대운하 되살리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특히 새만금 사업의 경우에도 외국자본의 투자 유치를 통해 외환 유동성을 확충하려는 의도가 상당히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추정에 대해서는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렇게 하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가 해소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들인 소비 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고물가 고비용 구조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또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됩니다. 토지 비용의 상승으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폐해를 낳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부동산 등 자산 경제의 영역과 생산경제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자원이 부동산에 편중되도록 집값 거품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7~8년을 지속해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집값 거품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씁니다. 여기에다 지금 대규모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다 언급할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종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의 개발 사업들이 막대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각종 개발사업들을 또 벌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개발사업들이 모두 필요한 것이라면 말도 안 하겠습니다. 당장 이번에 발표한 계획만 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이 수두룩합니다. 예를 들면, 대구, 구미, 포항, 광주·전남, 서천 등 5곳에 새로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에 형성된 산업단지와 과학기술테크노파크 등의 사업과 뭐가 다른지 의문입니다. 문제는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부지 제공이 아닙니다. 기존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기술과 지식, 정보를 공유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 ‘연계 혁신(connected innovation)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한 클러스터는 부지라는 땅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학교와 연구소 등이 기업들과 강력히 연계된 성장연합을 이뤄갈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첨단산업클러스터를 통한 경제성장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비전 없이 새로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그것은 결국 부동산 개발사업에 불과합니다. 산업단지가 제대로 된 의미의 클러스터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부동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입주기업들에게 땅장사를 하게 하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얼마 전 KBS스페셜에도 나왔지만, 지방 및 수도권의 제조기업들은 오히려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산업용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드는데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하면 거기에 얼마나 들어설까요?

 

동남권역에 조성하겠다는 ‘동북아 제2허브공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강원도 양양과 경북 울진, 전남 무안 등 지방 공항들이 페쇄되거나 이용객들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경남 김해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새로 공항을 짓는다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까요? 마산∼거제 연륙교를 지어 해양관광을 활성화한다거나, 대경권에 3대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을 한다는 사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전 정부에서 앞다투어 나섰던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들 중에 지금 성공한 것이 있습니까?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했을 뿐, 이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안 쓰는 것이 지금의 정부관료들입니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사는 일산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확인은 안 해봤지만, 두 곳 모두 짓는데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대는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는 일년 중 제대로 행사가 열리는 날이 아마 10일 안쪽일 겁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그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을까요?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220가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1,2억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쓰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보스턴은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 대비 5%도 안 되는 공공주택 재고를 20~30% 수준까지 높여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 거품을 만들지 않는 부동산 세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후분양제 확대와 공공부문의 주택 원가 공개 등 소비자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by 선대인 2008. 9. 12. 15:30

부동산 투기자들 손해를 왜 정부가 보상하려 하나






건설교통부가 6일 주택거래신고 대상지역에서 일부 동을 해제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지난 달 19일 강동석 건교부장관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지방 광역시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언한지 20일도 채 안 돼서다. 강장관의 발언 이후 "부동산 투기를 되살리려는 거냐"는 비판이 빗발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더 이상 떨어뜨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강 장관은 지난 달 2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현재 집값 수준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무현대통령도 5일 방영된 MBC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현재 집 값 수준은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은 정확하고 그 대책은 적절한 것일까.

미디어다음은 이 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해 민간 씽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을 지난 달 초에 이어 4일 다시 인터뷰했다. 29일 방영된 'KBS 일요진단'에서 강 장관과 대담을 하기도 한 그는 이번에도 논리적 근거와 배경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다. 김소장은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지난 해 10.29대책을 내놓은 만큼 부동산 거품이 거의 빠지지 않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정상이라고 인식하는 정책당국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건교부의 분양원가 연동제와 관련,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책당국자들이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 분양가를 유지하려다 보니 여론에 밀려 분양원가 연동제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그는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폭등하게 될 때 보유세를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시장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보유세는 집 값 폭등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라고 말했다.김소장은 "건설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8~9%정도로 미미해 보이지만 부동산 투기에 들어간 140~180조원의 돈이 묶이면서 자본경제에 입히는 타격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전체 부동산 투기로 묶인 140~180조원 가량의 돈이 자산경제 전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로 인한 소비 긴축은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심리적 요인으로 소비를 안 한다는 정책당국의 주장에 대해 "정책당국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요인이지 그것이 경제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건교부가 최근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IMF 때 떨어진 것을 만회한 것'이라며 현재 아파트 값을 유지하려는 방침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가란 미래 수익력의 현재 할인가치인데 과거에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학의 가격결정 이론의 기초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라는 것이다.김소장은 "집 값을 떨어뜨리면 상투를 잡은 투기 거래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자기 욕심으로 떼돈을 벌겠다고 한 행위에 대해 왜 대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것도 모자라 책임까지 져줘야 하나. 그런 식이면 집 값이 폭등해서 생긴 성실한 근로소득자의 피해는 정부가 왜 책임지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은행대출을 통해 무리하게 아파트를 산 가계는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고 정부는 부동산 값을 더 떨어뜨려 중산층의 위축된 소비가 풀려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 반시장 정책 아니다"





-지난 해 정부가 내놓은 '10.29 부동산종합대책'의 후퇴조짐이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가 10.29대책이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건데 어떻게 보나.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자본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플로우(flow) 경제다. 자본경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다. 자산경제는 부동산과 외환, 주식, 귀금속 등 자산 스톡(stock) 중심의 경제다. 자본경제는 생산경제로 생산활동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생산과 소비의 경제이고 자산경제는 교환을 통해 가격을 찾는 경제다.

자본경제나 자산경제든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 돌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본경제는 자유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현상이 생기면 시장원리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본경제에서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독점이다. 독점에서는 자유경쟁에 의한 가격 결정이 안 일어난다. 그래서 독점금지법을 만들고 공정거래위를 만들어 강제적으로 독점을 해체한다. 미국은 AT & T를 미국 법원이 독점이라며 회사 분할을 명령했는가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여부를 둘러싼 회사분할 소송은 유명하다. 이처럼 자본경제에서 독점으로 시장원리에 반하는 현상이 생길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독점을 해소해야 한다. 자본경제에서는 투기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일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홍수 등으로 과일값이 급등할 수 있다. 이 때 정부가 개입하게 되지만 흔한 경우가 아니다. 자동차나 컴퓨터 등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투기 목적으로 사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따라서 투기가 가격을 교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동차나 컴퓨터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금방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산경제는 다르다. 자산경제의 대표적인 경우가 증권자산과 부동산 자산이다. 주식시장을 보면 알 수 있듯 자산경제의 특징은 교환시장이다. 삼성전자 총 발행주식을 1억주라고 할 때 1억주가 모두 거래돼서 주가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전체 주식가운데 거래되는 것은 극소수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택 수가 대략 1230만 가구이므로 한 가구당 1억원만 쳐도 1230조원이다. 2억원이라고 치면 2460조다. 상가와 오피스텔 등까지 포함하면 부동산은 3000~4000조원 규모다. 그런데 자산시장에서 부동산이 거래되는 양은 미미하다. 작년에 58만 가구가 공급됐고 한 가구당 가격이 1억원이라고 하면 58조원이다. 2억원이라면 116조다. 이게 시장에서 다 팔렸다고 해도 100조원 안팎이다. 그런가 하면 2001년부터 동원된 부동산 투기자금이라고 해봐야 140~180조원이다. 부동산 투기 붐이 인 기간인 2년 반으로 나눠 봐도 연간 70조원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신규 공급물량과 부동산 투기 물량을 다 합해봐야 일 년에 거래된 금액은 170조원 정도다. 일 년에 실제 거래된 양은 전체 주택자산 총량의 5%밖에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극히 일부만이 투기적으로 거래되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2000조원 이상의 부동산 자산가격이 급등해버린다는 점이다. 극히 일부분의 돈이 들어와서 부동산시장을 교란시켜버리는 것이다. 즉, 자산시장은 구조적으로 투기에 노출되기 쉬우며 그로 인해 자산시장가격 역시 버블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는 버블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하는 경우는 애널리스트가 사기성 보고서를 낸다든지, 내부자거래를 한다든지, 작전이 동원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얼마나 강력히 규제하고 처벌하나. 투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시장 경제의 경쟁적 가격 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로 규정하여 정부의 행정적 규제나 형사적 처벌 등 법적 규제를 동원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도 투기업자들이나 정부정책의 잘못된 시그널 등으로 투기가 발생하면 SEC가 하듯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행위를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10.29 부동산종합대책'은 투기에 의해 일어난 시장 실패를 시정해 시장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 점에서 10.29대책이 시장경제에 반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나 설득력이 없다. "부동산 버블 안 빠졌는데 현재 가격 정상이라니..."

"보유세 강화는 집값 폭등 막기 위한 제동장치"





-10.29대책이 나온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부가 어떤 근거로 10.29대책을 만들게 됐나.

우리 부동산시장이 2001년 상반기 이후 투기로 단기간에 급등했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국민들의 비난과 여론의 질책도 강해졌다. 자산경제에서의 교란행위가 생산과 소비에 큰 타격을 주고 금융경제에도 부실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만든 것이다. 10.29대책을 보면 위기감으로 가득 차 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정부가 부동산 급등이 버블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주택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에 버블이 발생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낸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현재 가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정책당국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의 대책 가운데는 다소 문제가 있거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정부가 내놓은 분양원가 연동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10.29종합대책안은 말 그대로 급등한 부동산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위해 종합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과거 부동산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0.29대책이 우리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대책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대책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다소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시민단체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하자 정부에서 분양원가 연동제를 하겠다고 한다. 이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10.29종합대책의 목적은 버블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부동산 값을 하향유도하기만 하면 분양원가 연동제든 분양원가 논쟁이든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책당국자들이 잘못된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 분양가를 유지하려다 보니 분양원가 연동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이익환수제도 시장원리에 반한다. 개발이익환수제는 강남처럼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국가가 일부 수익을 환수해서 저소득층에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설득력 없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이다. 가장 땅값 비싼 곳에 임대아파트를 지어 그곳에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조를 해줘야 하나. 그 지역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땅값이 뛸 때마다 외곽 쪽으로 밀려나게 된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라는 일종의 과세 형태로 징수해서 저소득층용 임대주택을 짓는데 보조해주겠다는 것은 일견 그럴 듯 해보이지만 그야말로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반면 보유세는 문제가 없는데도 일부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10.29대책에서 종합토지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거래세는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보유세에 대해 상당수 정책당국자들마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유세야 말로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세금이다. 왜 그럴까.

우선 소득세나 법인세와 같이 자본경제에서는 많이 벌수록 많이 세금을 물리는 누진세를 적용한다. 그런데 자산경제에 대해서는 정액세를 매기고 있다.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에서 조세 형평성이 맞지 않는 셈이다. 자본경제에서처럼 자산경제에서도 자산 크기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다. 이는 조세경제학의 기본이다. 선진국에서는 보유세가 누진세 체계를 갖고 있다.

또 보유세를 누진세 형태로 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 편익의 차이 때문이다. 강남이 가장 땅값이 비싼데, 이는 국민전체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투입해 강남지역에 사회적 편익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적 편익설이다. 강남에서는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CCTV도 다 깔지 않나. 70년대 강남개발부터 시작해서 강남은 계획적으로 키워온 지역이다. 강남 땅값이 오른 것은 그만큼 많은 세금이 투입돼 사회적 편익이 집중된 결과로 토지의 한계생산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 편익을 많이 향유한 대가로 상응한 보유세를 무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보유세는 또 시장의 실패인 투기를 막는 제동장치 역할을 한다. 주택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폭등하게 될 때 보유세를 시장가격에 연동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시장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유세 부담 때문에 이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스톡이지만,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시세차익만 갖고 좋아할 수 없게 되니 부동산을 내놓게 된다.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 집 값이 뛰니까 오히려 갖고 있던 초호화 주택을 팔려고 내놓는 게 바로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보유세가 투기로 인한 집값 급등을 방지하는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즉 같은 동네에서 누군가가 투기를 통해 집 값을 과다하게 올리려 하면 다른 주민들은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므로 이를 견제하게 된다. 그 결과 집 값은 투기에 대해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된다. 합리적인 보유세제가 정착되지 않으면 예컨대 주민들이 반상회 등을 통해 집값 담합을 하는 경우 이를 견제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이처럼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는 게 일부에서 얘기하듯 사회주의의 평등사상에 젖어서 자산가한테 세금을 많이 매긴다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정부나 연구기관조차도 우왕좌왕하니 그로 인해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값 폭등이 생산경제에 엄청난 피해 줘"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일뿐"





-지난 번 KBS 일요진단에서 강동석 건교부장관 말했지만 최근 정부에서는 현재 급등한 집값이 정상적인 것처럼 인식해 이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면서 내수경기 침체는 다른 원인, 즉 국민의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밖에 안 되는데 이것의 부정적 여파를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을 드러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 마디로 경제이론의 ABC를 잘 모르는 소치다. 부동산문제는 자산경제에서 발생한 문제다. 자산경제에서 일부 투기에 의해 발생된 버블이 부동산자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그렇지만 그 투기가 생산과 소비에 미치는 여파는 매우 크다. 자산경제에서 140~180조원의 투기적 자금은 20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체 주택자산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이지만 700조원에 불과한 자본경제 규모에 비하면 거의 4분의 1이나 된다. 투기적 거래를 한 가계는 자산경제에서 주택을 소유하고 거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경제에서 소비활동의 주체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자산경제에서의 투기가 결과적으로 자본경제의 소비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자가 '부동산경제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문제를 침소봉대해서 국민의 심리를 위축시키느냐'고 하는 것은 자본경제와 자산경제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2003년 명목기준으로 자본경제 부문에서 약 390조원 가량의 소비는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한계소비의 증가가 없다는 것이다. 10여조원 증가해야 할 소비가 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가 안 늘어난 이유는 자산경제에서 140조원이상 묶여버려 확정형 금융수지이자가 연간 -13조원이나 되고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가계부문의 소비 긴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자산경제에서 일어난 가계의 투기적 행위때문에 자본경제에서 소비 위축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가계가 참여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일부 언론에 동조해서 소비를 안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정책당국이 그런 주장을 한다면 정책당국의 전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심리는 경제 펀드멘털에 더해지는 플러스 알파요인이지 그것이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집 값 떨어져도 실질적으로 피해 입는 사람들은 투기자들 뿐"

"투기자들 손실을 왜 정부가 보상하려 하나"

"부동산 가격 현실화해야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정부 당국자들은 부동산가격이 지금 수준에서 하락하게 되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돼 결국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데.

정부가 지금 부동산가격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종합대책을 내놓지 말았어야 한다.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당시 부동산 값 상승이 비정상적 폭등이라고 봐서 내놓은 것 아니냐. 정부 당국자가 아파트 값이 폭등한 것을 두고 'IMF 때 떨어진 것을 만회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하필 IMF때 뿐이냐. 70년대 아니, 그 전에 60년대에 상승하지 못한 경우도 찾아서 집 값 상승을 용인해줘야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오늘 주식이 떨어졌다고 내일 주가가 폭등해야 하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자산이라는 것은 자본경제에서 생산요소로서 투입돼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한 권리증(Claim)이다. 예컨대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미래 수익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과거 주가가 낮았기 때문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래시점에서 예상되는 수익에 대한 현재의 할인가치가 오늘의 주가다. 부동산 가격도 기업이나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수익 등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력의 현재 할인가치로 결정된다. IMF사태 이후의 집 값 하락에 대한 보상이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경제학의 가격 결정이론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책당국자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다.

또 현재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수 있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그런 논리라면 지금 내수침체라고 주장을 할 수 없다. 집값이 1억에서 2억으로 뛰었기 때문에 거꾸로 자산가치 증가에 의해 소비가 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소비가 안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정부당국자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집값이 높은 상태이고 정부가 주택가격 하락을 막겠다고 했으니 내수경기가 잘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 설득력이 없다. 자산경제의 규모 수천조원 중에 극히 일부가 준동해 거품이 생겼다. 부동산 값이 20% 떨어진다고 해도 자산경제 전체의 95%가량은 가격 상승때와 마찬가지로 호가만이 가격상승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다만 투기에 참여한 가계들이 30~40조원 정도 손해보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집 한 채 갖고 있는데 이게 값이 오른다고 부자가 되고 내린다고 가난해지지 않는다. 이걸 팔고 다른데 이사 가면 똑같다. 자산경제 전체로는 거의 타격이 없다. 타격이 간다고 해도 투기를 한 사람에게만 간다.

부동산 값 하락으로 금융부분이 부실화되느냐 하는 것도 문제인데 주택대출 담보율이 80%이므로 부동산 값이 20% 정도 떨어져도 은행 채권이 부실화되지 않는다. 그 이상 떨어져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자본경제에서 일정한 소득을 갖고 있으므로 그 정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 금융부분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물론 상투를 잡은 투기 거래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자기 욕심으로 떼돈을 벌겠다고 한 행위에 대해 왜 대다수 국민들이 책임을 져줘야 하나. 그런 식이면 집 값이 폭등해서 생기는 성실한 근로소득자의 피해는 정부가 왜 책임지지 않느냐.

투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나. 우선 내수소비가 안 된다. 무주택서민, 결혼하려는 젊은 세대가 긴축하게 되고 허탈감에 빠진다. 이게 바로 무기력증이다. 참여정부가 마음에 안 들어 무기력한 게 아니다. 다음에 내수경제가 침체하니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겠다면서 모든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그걸 하고 있다. 금리인하니 재정확대니 세금감면이니 하는 것들이 그렇다.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대해 정책당국자들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을 왜 하는가. 정책수단만 고갈되고 재정이 악화될 뿐이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적 대가를 지불하고 있나.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속시켜야 하나. 하루빨리 부동산 가격을 현실화시켜야 한다. 다수 서민들에게는 부동산 값이 호가만 뛰었다 내려오므로 본전이다. 집 값이 올랐다고 서민들은 좋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집 한 채 가진 대다수 서민들은 나중에 자식들 시집장가 보낼 때 자식들 주택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투기한 사람들은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부동산 가격 현실화로 경제는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주택서민들이나 젊은 계층들은 허탈감에 빠지지 않게 되니 긴축을 안 하고 정상적 소비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불필요하게 경기부양책을 할 필요도 없고 재정도 악화될 이유가 없다.





*편집자 주=미디어다음은 아파트 값 폭등이 우리 경제 전반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파트 값 폭등 과정에서 주택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빚에 허덕이고 있거나 결혼을 앞두고 엄청나게 오른 집 값 때문에 한숨짓는 젊은이 등 독자 여러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집 값 폭등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은 media_sdi@hanmail.net 으로 자세한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7:31

집 값 때문에 화병 앓는 당신, 사연은?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 모여든 인파들.
대한민국은 집 때문에 화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뛰는 집값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려고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은행 빚 부담에 시름하는 사람들, 몇 년쯤만 맞벌이하면 집을 장만하겠지 생각했다가 훌쩍 뛰어버린 집값에 허탈한 사람들,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보금자리 마련할 돈이 없어 '연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모두 집 때문에 울화병을 앓는 사람들입니다. 애써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없습니다. 내 가족이, 친척이, 직장동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모두 부동산 거품 때문입니다. 5년전 2억원대이던 강남의 한 아파트는 7억원으로 뛰었습니다. 98년 543만원이던 서울 지역 평당 분양가는 지난 해 1102만원으로 두 배도 넘게 뛰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칼을 뽑아 든 것도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0.29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오르던 아파트 값이 이제야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정부 관리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부동산 값이 떨어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건설 경기 부양'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옵니다. 2000년부터 4년여간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는 제동 한 번 제대로 걸지 않았는데, 집값이 내리기도 전에 정책을 바꾸려고 합니다.심지어 "IMF때 떨어진 집 값을 이제 회복한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값을 그대로 유지하겠답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그렇게 말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입니다. 집 값이 어느 정도 유지돼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입장입니다.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가 홍콩 6.5배, 대만 5.3배, 싱가포르 3.8배인데 비해 서울은 10.3배나 되는데도 말입니다.서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부동산. 집을 산 사람이든, 안 산 사람이든, 또는 앞으로 살 사람이든 부동산 값 폭등으로 겪고 있는 여러분들의 애절하고 한 맺힌 사연을 소개해 주십시오. 집 값 폭등으로 생긴 가정경제의 구체적인 변화상을 알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미디어다음이 여러분들의 사연을 모아 또 다시 기사화하겠습니다. 취재팀 메일로 집값에 얽힌 안타까운 사연을 보내오신 분들의 글을 먼저 소개합니다.

"벌면 뭐 하나. 1년에 수억씩 오르는데..."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해볼까 부동산 정보 뒤져"


"산너머"님의 글

글쎄 저 같은 경우의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제 사연도 참 기구하지요. 97년 성남의 32평 아파트에 입주(분양가1억500만원)했는데 IMF 이후 어려운 사정도 있었지만 꼭 팔아야 할 사정은 아니었는데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교육 여건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없었음)차라리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2001년 1억7000만원에 집을 팔고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으로 이사했습니다. 기존의 1,2단지에 막 입주가 시작된 3단지였는데 38평이 분양가 수준인 1억4000만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집은 주거공간일 뿐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무지몽매한 저는 집을 사는 대신 전세(7000만원)를 들어 이사했지요. 지금 성남의 아파트는 3억 정도, 현재 사는 곳의 38평은 1억8000만원 정도. 그동안 새로 시작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라 현재 재산은 그때보다 5000만원 정도 줄어든 상태네요. 지금도 전에 살던 아파트를 볼 때마다 몰려드는 자괴감과 후회는 어떻게 말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구요.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참기 힘들고요.
 
"탱자"님의 글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입니다. 1983년에 결혼해 1995년 잠원동에 신축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이걸 전세 놓고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인천으로 이주(나의 운명을 바꿔놓은 결정 ㅜㅜ)했습니다. 인천에서 아파트 2개 구입하여 거주하며 한 개 전세를 줬습니다. 1997년 12월 으악~ IMF. 교과서에만 나오는 줄로 알았던 게 현실로...폭락의 쓴 맛을 보았습니다. 반토막난 전세금에도 세입자는 구할 수 없었고, 매스컴에선 연일 비관적인 뉴스만이...생돈을 빼주어 세입자를 내보내고 98년9월까지 버티다가 1억6000에 판 반포아파트가 지금은 6억이더군요. 아이들이 중고생일 때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2002년 10월 사정상 다시 서울로 전세를 오게 되었습니다. 4억이란 가격이 당연히 거품이라 생각했죠...망연자실..조금 빠지면 사야지 했는데 오히려 작년에 2억이 더 올라 6억이 되어버렸습니다. 10.29 조치가 나고서야 지금은 멈춘 상태입니다.(4,5천정도 빠진 급매물만..) 요즘은 매일 잠을 못 잡니다. 전세 만기일은 다가오고...전세로 그냥 있어야 하나..대출받아 사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갈등합니다. 대폭락과 대폭등의 청룡열차를 수십 번 타고,,아직도 내려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남편과 맞벌이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과 퇴직금, 사업이 망한 것도 아닌데 다 물거품이 되었죠. 그리고 바보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푼돈은 벌고 싶지도 않습니다. 벌면 뭐해요. 1년에 며칠사이에 몇천, 몇억이 오르내리니....

"노즈"님의 글


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주부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3년 전에는 31평 아파트를 사려면 저희 전세값 합하면 5000만원 정도 부족하던 것이 지금은 똑같은 아파트가 3년 전보다 저희 재산이 5000만원 늘었지만 3억이 부족한 상태입니다.은행이자 무서워 1~2년 벌어 집 사자고 저희 남편과 약속을 했는데 이젠 아파트 사는 걸 포기했습니다. 여기저기서 2억 벌었니 3억 벌었니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가 정말 바보스러웠고 남편도 무능해 보였습니다. 화병 아닌 화병증세가 있고 결혼 19년 열심히 살았습니다. 은행 저축이 재산 불리는 최선인 줄만 알았는데 살고 있는 집이 이렇게 돈을 벌어 줄 줄이야 가만히 있는 집이 봉급쟁이 평생 만져도 보지 못할 돈을 벌어 주니... 저는 직장 그만 두고 어떻게 한 건 잘 해 볼까 하고 부동산정보를 뒤진답니다. 정말 일할 생각도 없고 세월 10년은 후퇴한 기분입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봅니다.

"아이 분유값 아끼며 주택 구입자금 이자 물어..미래가 없다"
"아이 서넛 놓을 나이에 결혼 엄두도 못내"


"연서엄마"님의 글

지난 10.29대책이 나왔을 때 많은 토론이 언론에서 이루어질 때 전문가들은 뭐라고 했냐면, 이 정책들은 투기꾼들을 잡으려는 정책이니 다수의 국민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믿지는 않았지만, 기가 막혀서....갑자기 15만원 내던 세금이 100만원이 되고, 월급은 안 오르고 물가는 하늘을 모르고, 겨우 분양받았던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전세가 빠져야 들어가죠... 이자는 날로 불어가는데 희망은 없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1가구 1주택자들과 투기세력을 구분시켜 줘야지요. 투기꾼들이 차명이나 위장이혼으로 어쩌구 저쩌구라고 언론에서 그러던데, 우리나라 특성상 가장 가계의 돈이 많이 묶여 있는 집이 지금 꼼짝달싹을 못하고 '돈 먹는 하마'가 되어있는데 무슨 부동산 정책을 신경쓴다는 건지...우리나라처럼 사회 안전망이 없는 나라에서, 몇 년 더 다닐지 알 수도 없는 직장에 다니면서 집값이 자꾸 오를까 겁나서 하는 수 없이 대출받아 집을 마련했습니다. 1가구1주택 피땀흘려 내 집 마련한 사람이 왜 투기자고 죽어 마땅한 삶이라고 하는지....부동산이 오르는건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나라에서는 1가구 1주택하면서 모기지론인지뭔지 하면서 잔뜩 빚내서 집사고 허리 휘도록 갚으라고 해놓고선 이젠 집값 떨어뜨리고 니들은 죽어라...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이런 저주받은 나라에는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아이 분유 한 통에 1만5000원이 아까와서 미숫가루로 2만원어치(분유 세 통 분량) 바꿔서 빻아 오면서 눈물이 납디다. 영양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니거든요. 이자가 얼만데. 그럼 맛이 없어서 안 먹을 테니까 빨리 밥으로 줘 버릴려구요. 에미가 자식 입에 들어가는 거 나쁜 걸로 바꿀 때는 죽기만큼 힘들 때란 것만 아세요. 기저귀도 아까와서 웬만하면 자주 안 갈아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집(분양받고도 못 들어가고 있는 집)있다고 우리는 살만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죽으라고요. 이 나라에는 아예 하층민이 되어서 나랏돈 얻어먹고 살아야 차라리 '우리나라 좋은 나라'할 겁니다. 아니면 돈 많아서 해외에 나가 땅 사고 난리쳐도 잡을 능력이 없는 바보 같은 공무원들 덕에 날로 날로 배불리워지는 부자들은 살만하죠. 돈 있으면 국적 쇼핑이 가능한 이 세상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왜 열심히 콩나물 값 아낀 죄밖에 없는 사람은 목을 죄고, 흥청망청 카드들고 까불던 인간들은 이제 빚 갚아준다고 야단인지...자식들한테 뭘 가르칠까요?우리 친구는 공무원이라 충청도에 발령받았는데 경기도에 있는 집 팔아서 거기 집 못 산데요. 수도권이면 다 비싼 게 아닌데 변별하지 않고 다 목을 비틀고 되레 충청도 집값은 왜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가만히 두는지... 왜 집값 챙기겠다면서 거기는 못 챙기고 눈감아주고 계신지... 내신점수가 중요해지면 당연히 학원비 걱정은 우리 몫인데 어찌 살라고요... 미래가 없네요.보통의 아줌마들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 상황들을 좀 알려주세요. 정말 피가 마릅니다. 벌어서 다 이자내는 기분입니다. 그럼, 아예 모기지론인지 뭔지를 없애 버리든지요. 우리 투기한 적 없어요. 더 오르면 정말 집 못살까봐 50% 대출받아 집 산 거고요. 이자는 내지만 아직 집에 못 들어갔어요. 지금 사는 전세집이 안 빠져서 돈을 구할 길이 없어서요. 살려주세요. 제발.
 
"조르징요"님의 글

저의 어머님 얘기 입니다. 고모네 반지하에서 살다가 눈치도 눈치요, 스트레스가 쌓여서 내집 한 번 가져보겠다고 대출을 받아서 25평 아파트로 이사를 왔답니다. 우리나라에 제 집 싫다는 사람 없듯이 어머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고 좋아하셨겠죠. 그런데 1년 전 어머님은 유방암에 걸리셨고 수술 후에도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답니다. 같이 벌어서 생활하고 아파트 대출금 갚고, 이렇게 생각 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고 경기 침체로 아버님의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25평 아파트면 다 장성한 자식을 둔 부모가 아니라 새로 살림을 꾸려서 나오는 신혼부부들에게나 맞는 평수입니다. 그래도 좋다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힘들군요. 옆에서 보기에도요.물론 저도 이제 곧 결혼을 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낳아도 서너 명은 나았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너무 살기 힘들어서 아기 낳고 싶은 생각조차 없답니다. 아무리 봐도 정부는 쓸데 없는 짓거리나 하고 있고 서민들 피 빨아다가 재벌 뒷돈이나 대주는 꼴이니. 제발 좀 아파트 값 올라도 좋으니 쪼가리 단칸방만이라도 값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9

기후변화로 지리산에 대규모 산사태 29곳


지리산이 심하게 앓고 있다. 지리산 줄기 곳곳에 생긴 30곳 가량의 산사태 때문이다. 스키슬로프 자리를 깎아놓은 것 같은 이들 산사태 지역에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가 굴러다닌다. 산사태 현장들은 하늘에서 보면 깨끗한 얼굴에 길게 난 흉터처럼 '민족의 영산'을 곳곳에서 후벼파놓고 있다. 10년전쯤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지리산 산사태는 '환경재앙'의 한 징후처럼 추정된다고 한다. 백두대간의 주요한 축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지리산. '태백산맥' '남부군''지리산' 등 문학작품의 주요한 배경이기도 한 지리산의 능선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산사태의 실상과 원인 등을 현장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스키슬로프 같은 면적에 승용차 크기 바윗돌 뒹굴어...2000년 이후 급증
녹색연합 "기후변화 먼 나라 얘기 아니다"






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산사태로 생겨난 집채만한 바위돌이 계곡을 뒹굴고 있다.[사진=녹색연합제공]

산사태 현황=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녹색연합은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약 1년 4개월간 지리산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사태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사태가 난 곳은 모두 29 곳. 이 중 27곳이 천왕봉을 중심으로 한 지리산 동부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산사태 발생지 중 26곳을 분석한 결과 길이 100m 이하가 12곳(46.2%)으로 가장 많았고, 100∼200m의 산사태가 난 곳이 9곳(34.6%)이었다. 산사태 길이가 400m 이상 되는 곳도 한 군데 확인됐다. 폭은 10~20m가량인 곳이 23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산사태발생지역의 평균경사는 30°이상으로 대부분 급경사 지역에 속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3곳은 올해 1월 이후 확인돼 계속 관찰 중이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0∼15년 전부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산사태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산사태 발생지역이 등산로와 떨어져 있거나 등산로 상에서 잘 보이지 않아 그동안 일반에는 알려지지 못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생태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보전가치가 높은 곳들이다.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 주목 등 고산침엽수림과 사스래나무, 야광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식생을 보이는 곳들이다. 녹지자연도 9등급 이상인 곳이다.

원인=

14개에 이르는 산지형 국립공원 등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수십 개의 주요 산들 가운데 지리산에 이 같은 대형산사태가 집중된 원인은 뭘까. 녹색연합은 지리산이 집중강우를 몰고 오는 태풍의 길목인 남해안 바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비구름 층이 고도 1500m 이상인 지리산의 주능선을 넘을 때 집중적인 강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는 1차적 원인이 강우이며 2차적 원인은 지반 및 지질 상태, 3차적 원인이 지형(경사)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리산 산사태의 원인은 지리산의 지질 및 지형적 특성과 함께 한반도 주변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집중 강우가 자주 발생한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녹색연합의 주장. 산사태가 주로 집중 강우가 발생한 해발 1500m 이상 아고산대 식생지역에서 많이 나타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녹색연합 서재철 생태보전국장은 "자연형 산사태가 30곳 가량이나 발생하는 상황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나타난 징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리산의 지형과 생태계는 온대와 아한대인데 최근 기후는 급속히 아열대성으로 변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라는 것.

향후 대책=

녹색연합은 "지리산 산사태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나라 얘기가 아님을 입증하는 사례로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정부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에 2회 전수 항공조사 및 위성 조사 등을 실시하고 관련 정부부처간 협조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형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조사 및 연구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할퀴어진 산하....녹색연합이 제공한 지리산 산사태 현장 사진들





중봉 칠선계곡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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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 도장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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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봉 대성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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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림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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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 한신계곡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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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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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제석봉 산사태 현장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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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봉 빗점골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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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 뱀사골 산사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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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 한신계곡 산사태 현장
by 선대인 2008. 9.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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