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디지털정치로 큰 그림 그린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꼬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서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한다면 문명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인터넷 문화에 가장 취약한 정당으로 여겨져온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형오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21일 당의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온라인에서 선출하는 방안 등 혁신적인 디지털 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3일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사무총장실에서 미디어다음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문화를 '현대판 콜로세움', 노무현 대통령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등으로 평가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까지 디지털로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정당이 되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당의 젊은 386들이 튀는 것도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라고 말했다.김총장은 김혁규 총리설과 관련,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총장은 김 전 지사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합법적인 틀 내에서 모든 반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부적격성과 비도덕성을 알려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는 여론을 끌어내겠다"며 "충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게도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철새 정치인'들을 영입한 것)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나중에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했다.그는 또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며 "이인제 의원이 검찰 수사를 안 받으려고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고 비판했다.김총장은 지역감정 해소 방안과 관련,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당내에 지역화합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지역감정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검토한 결과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지털정치는 문명사의 흐름, 우리가 앞장서겠다"






-얼마 전 총장께서 한나라당을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도대체 뭐가 디지털정당인가.

뭐가 디지털정당이냐는 답이 없다. 교과서에도, 매뉴얼에도, 사전에도 안 나온다. 학자들도 단편적으로 얘기한다. 한나라당이 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디지털정당이 되는 셈이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겠다는 거다. 그럼 디지털정당이 뭐냐. 인터넷상에 정당이 하나 들어가 있는 거다. 여기서 인터넷은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디지털정당이 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디지털정당은 디지털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도 하게 한다. 대국민 홍보도 하면서 여론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원과 일반 지지자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일어나 정당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은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이 현상이 뭘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젊은 네티즌들은 밤늦게까지 채팅이나 하고 동호회에서 취미활동이나 하는 줄 알았다. 이 현상의 메시지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자여, 광장으로 모여라'는 것이었다. 700만이 한꺼번에 광장으로 몰려나온, 세계사에 남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둔감했다. '젊은애들 무섭구나,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알아야겠구나'하는 정도였지 세계정치가 변하는 진원지가 서울이라는 걸 몰랐다. 옛날에는 말과 창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쇠가 결정됐지만 이제는 노트북과 인터넷, 휴대폰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것의 종합판이 2002년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사이버 공간의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의 주역이 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정몽준이 탈당한다니까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밤새도록 연락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된 거다. 이제 인터넷이 젊은 사람들의 유희물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해 6월 대표 경선 뒤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두 달도 못가 사표를 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조금 뜯어고치고 컴퓨터나 좀 새 걸로 바꾸고, 사이버팀에 사람 조금 더 늘리고 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 하기 위해 삼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원 십수명을 모아놓을 필요가 뭐 있었나. 오히려 망신하겠다 싶어 그만 뒀다. 그 뒤 박 대표가 총선 앞두고 대표가 된 뒤 내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도 했다.

선거 끝난 뒤에도 나는 오프라인 매체는 안 가고 다음과 네이버, 네이트 등 온라인매체만 방문했다. 이틀간 우리 당 연찬회에서도 '왜 디지털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하게 했고 그 뒤에도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여섯 차례나 실시했다. 아무리 인프라를 잘 갖춰놔도 디지털 마인드가 확산되지 않으면 디지털정당은 안 된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겠다.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네티즌들에게 한나라당이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은 반성해야 하겠지만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니다.

-박근혜대표가 '디지털정당화'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박 대표가 나보다도 더 앞서가고, 빨리 가고 있다. 사이월드에 박근혜대표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알지 않나. 박 대표는 2년간 자원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몸 담았던 사람이다. 본인이 전자공학도라 정치인들 어느 누구보다 그런 면에서는 앞서 있다.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박 대표가 오히려 왜 더 빨리 안 되느냐고 채근할 정도다. 그 때문에 일 하기가 쉬우면서 한편으로 압박감도 많이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디지털정당으로 붙어보자"


"디지털정당 되면 리더십도 달라진다"





-디지털정당의 핵심이 뭔가.

모든 것을 디지털식으로 바꾼다는 거다. 링컨 식으로 말하면 디지털의,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에 의한 정당운영을 목표로 한다. 우선 당의 최고 집행기관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선출된다. 당 운영의 견제기관인 운영위원도 마찬가지다. 대표 선출 때도 인터넷 투표가 20%를 차지하게 된다. 디지털을 기본 축으로 해서 중앙당을 슬림화한다. 당원,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한다. 웹진을 매일 또는 격일로 발행하고 CRM(Customer Relations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인트라넷도 활성화한다. 지속적인 디지털 교육도 시키고 디지털연수원도 만든다. 전 의원들에게도 서버를 무료지원하고 신당사의 디지털 인프라는 최고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의원 평가제도도 디지털 지수를 계량화해 반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디지털 마인드가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네티즌들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낼 수 있겠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 실행할 수 있겠나.

재정적 어려움도 있고,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조직체계상의 어려움도 있다. 특히 이 작업은 중앙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게 시대적인 대세라고나 할까. 이걸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으로 와버렸다.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준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뒤떨어진 것은 디지털 마인드와 이를 정치, 사회적으로 운용하는 것, 그리고 컨텐츠 등이다. 밤을 새가며 컴퓨터에 빠져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몇 되나. 좋든 나쁘든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할 수밖에 없고 해내야 한다. 박대표 체제때 못 해내면 나중에 누군가 하긴 하겠지만 형식적으로 해버리면 성공을 못한다.

이런 식으로 끌어가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당에도 튀는 사람들 있지 않나. 튀는 것, 끼의 발산이 디지털 문화다. 젊은 386들이 튀는 것은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발산할 수 있는 그루터기를 만들어주고 사라지겠다. 국회 들어온 이래 이 방면에 천착해온 내가 이런 장을 펼쳐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뒤쳐져 있는 이유는 뭔가. 다른 당보다 앞설 수 있겠나.

내가 당선되는데 디지털 방식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의원들이 그런 계산으로 디지털을 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주 지지층인 50,60대에게 디지털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나도 목이 빠지라고 디지털을 떠들어봐야 내 지역구에서도 별로 도움 안 된다. 나는 정보통신위에서 가장 밥그릇을 오래 먹은 사람인데 내가 안 하면 안 된다. 다른 정치인들 입장에서야 표도 안 되는데 왜 노력을 기울이겠나. 96년에 하이텔 등에서 정치토론을 세 번이나 했는데 선거 때 그것 봤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의원 선거에서는 크게 도움 안 된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노 대통령이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2007년 대선 때 인터넷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튀면 열린우리당도 가만 안 있을 것이다. 좋다. 서로 경쟁하자 이거다. 저쪽도 좋은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내가 당의 1,2급 비밀을 왜 털어놓느냐. 인터넷 시대에 비밀이라는 게 고작 3개월 간다. 새로운 휴대폰 모델도 3개월이면 나오지 않나.


"김혁규 총리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의원 빼내기가 한나라당 대선 패배의 한 요인"

"이인제, '프로판 가스 정치'하려고 금배지 달았나"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 당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나.

DR(김덕룡)이 지난 번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인)노회찬씨도 적절히 지적했더라. 그 분 말대로 남의 집 여자를 뺏어간 뒤 화해하자고 하면 말이 되느냐. 인간이 자칫 잘못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지식이 커진 시대다. 20년전 국가 권력보다 삼성이 가진 정보권력이 훨씬 막강했다면 20년전 삼성의 정보권력보다 지금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한 개인의 정보가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도덕성, 극기와 자제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 김혁규 지사 건도 그렇지. 책략적이고 정략적인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서글프다. '한나라당이 세 번 공천을 줬기에 인품과 능력이 검증된 것 아니냐'고 여권에서 말하던데 답답하다.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김 전 지사를 잘 알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청와대가 김혁규 총리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져야 한다.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반대를 다하겠다. (임명동의안 처리 때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것도 포함되고, 청문회를 혹독하게 해서 그 사람이 부적격자이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능력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여론을 이끌어내겠다. 충분히 자신 있다. (과거와 같은 장외투쟁도 하느냐고 묻자) 현재로선 장외 투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우세할 때 많은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 옮겨갔고 한나라당은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잘못한 것 아닌가.

그때도 나는 이회창 후보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다른 사람들이 '김형오는 나이브하다. 선거라는 게 세 싸움인데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덕적으로 결여된 것이니 국민들로부터 환영 못 받는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한나라당은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우리가 집권을 하더라도 안 된다. 물론 이념적인 성향을 찾아간다든지, 있던 당에서 핍박을 받아 있을 수 없어 새로운 목표를 다지기 위한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자민련 강창희의원이 자민련에서 축출돼 온 것은 환영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걸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한 거라든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대통령당' 가서 총리 자리까지 앉는 건 안 된다. 정말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백의종군 하는 게 도덕성도 입증되는 거지. 우리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 교과서에서 배운 걸 안하고 있어서 그렇지. 국민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하자는 거다. 이인제 의원이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

"지역 화합 위원회 구성 검토하겠다"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중대선거구제 반대...선거구획정위가 내놓으면 수용 가능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이 입증됐다. 한나라당이 지역감정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이 있느냐.

우리는 지역감정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남권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가져왔다. 그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찍겠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꾸 그런 게 약해진다. 영남 의원들은 억울한 게 우리는 나름대로 인물이 나아서 됐다고 생각하는데 지역감정 때문에 됐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 부분 당이 수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두 번 진 것도 영남당으로 몰린 때문 아니냐. 억울한 것은 영남은 3대7이 나오는데 호남은 9대 1이 나와도 영남 지역감정만 이야기하느냐 하는 거다. 물론 우리 당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당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이번 보궐선거다. 이번에도 우리가 전남 지사 후보를 못 냈는데 가슴 아프다. 호남에 후보도 못 내는 정당이라 하면 뭐라 하겠나. 호남 홀대한다, 무시한다 그러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후보로 안 나오려 한다. (격이) 좀 떨어지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또 '호남을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 한다. 이번에도 후보를 냈을 경우와 안 냈을 경우를 두고 무지하게 고민했다. 지역감정의 골이 아직은 깊다. 우리가 호남에 왜 한나라당 안 찍느냐 안 한다.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겠다. 제도적으로도 보완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지역감정 개선책은 법적, 제도적인 문제와 인사정책상 문제, 예산 집행의 문제 등이 다 있다. 법적, 제도적 문제는 여야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 집행의 합리성은 정부, 여당이 해야 하는 거다. 그럼, 한나라당은 뭘 하느냐. 마음 열고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지역화합을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할 거다.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상당수 학자들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한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의 피해자라면 굳이 왜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나.

여권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여당이 호남과 충청 등 6개 시도를 싹쓸이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기대치만큼 의석이 안 나왔다고 소선거구제가 문제 있다고 한다.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중대선거구를 반대하는 것은 이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돈을 적게 쓰는 제도인지 검증이 안 됐다. 많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이 정한 방침이 있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위는 100% 민간인으로 하겠다는 거다. 거기에 따르면 된다.

-그럼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말인가.

만약의 경우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말을 잠시 흐린 뒤) 민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여 획정을 하게 된다. 거기서 (다음 선거) 이 년 전쯤에 이런 이런 제도를 하라고 하면 해야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도 받아들이겠다는 거냐고 다시 묻자) 선거구획정위가 가져온 안 이라면 수용하겠다.
by 선대인 2008. 9. 4.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