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로, 선진국엔 없는 발광(發光) 광고의 천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안전 운전을 위협하는 발광광고의 종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디어다음이 25일 보도한 고속도로 상의 '내민 식 가변 정보안내판' 아래 발광(發光) 광고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각종 기업 광고판도 발광 광고인 경우가 많아 안전운행에 큰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많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주변 들판이나 야산 등에 세워놓는 야립(野立) 광고판의 수는 전국에 모두 250여개. 이 가운데 교통 혼잡이 심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수도권에 전체의 50%가량이 몰려 있다. 교통량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광고효과가 높기 때문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설명.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을 비롯, 웬만한 기업들은 다 야립 광고판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야립 광고판의 눈부심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한 자료는 없다. 광고판의 밝기나 규격 등에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들 광고판의 밝기를 측정할 이유가 없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빛의 눈부심 정도를 나타내는 휘도는 천차만별이지만 상당수 광고판은 안전운전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속도로 변에 세워져 있다 뿐이지 고속도로 상의 발광광고판처럼 운전자의 안전 운행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인 셈.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이 고속도로 변 광고판의 불빛때문에 운전에 방해를 받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차모씨(36. 서울 송파구 신천동)는 "야간에 시속 100km이상 과속하다 밝은 불빛의 광고판 때문에 눈이 부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운전자의 시선을 뺐는다고 차 안에 액세서리도 안 붙이는 게 좋다는데 강한 불빛을 내는 광고판들을 고속도로 변에 방치하는 관계 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야립 광고판은 운전자의 시선을 최대한 붙잡기 위해 커브길이나 나들목 부근에 집중적으로 세워져 있어 안전 운전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김모씨(41.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영업)는 "고속도로 안성 부근의 커브 구간에서 멀리 떨어진 광고판의 강한 불빛이 정면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사고를 낼 뻔한 적이 있다"면서 "이런 경우에 사고가 나면 영락없이 운전자 과실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야립 광고판의 철거가 쉽지 않다는 것. 고속도로 상의 발광광고판은 한국도로공사가 그 문제점을 인식,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광고판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립 광고판의 대부분은 월드컵 등 각종 국제경기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특별법 상의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 또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각 지자체가 관리하는 만큼 일일이 각 지자체를 설득해 이들 광고판을 철거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 광고판의 철거가 어렵다면 광고 불빛의 밝기를 조정하는 등 운전자 안전을 위한 다른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교통공학자는 "광고의 철거가 쉽지 않다면 지자체가 야립 광고판 불빛의 밝기를 낮추거나 도로공사가 야립 광고판이 보이는 구간에 방어울타리를 만들어 사고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국도나 지방도로 변의 주유소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불빛도 너무 밝아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관련 당국이 적절한 휘도의 범위를 정해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

선진국에서는 고속도로 상에서는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전광판 등에는 발광 광고뿐만 아니라 일체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도로변 표지판은 운전자의 안전 및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운전자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도로변에는 상업 목적의 광고표지도 금지하고 있다. 예외로 관광산업 육성 목적에 따라 관광지역, 호텔, 음식점 등이 광고표지판을 설치할 경우에는 교통통제장치 단일 매뉴얼(MUTCD) 규정에 맞는 표지판만 설치할 수 있다. 색상은 일반 도로 표지판과 구분해 갈색으로 해야 한다.이 규정들에 따라 주간(Inter-state) 또는 주내(Intra-state) 고속도로의 전광판 등에 광고판을 함께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의 국도에 해당하는 루럴 하이웨이(Rural Highway)에는 광고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발광 광고판은 달 수 없고 광고판 주위에 불을 밝히는 간접조명만 가능토록 하고 있다. 광고판 불빛으로 인한 눈부심 현상은 전혀 없는 셈이다. 야립 광고판의 경우에도 휘도 규정을 두어 불빛이 야간 운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영국의 경우에도 주차 및 속도, 2륜차 운행권, 학교지역 표시 등 안전운행에 필요한 사항 들 외에는 일체의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