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건설 관계자가 평가위원에게 1000만원을 상품권으로 준 것을 해당 평가위원이었던 교수가 폭로한 것을 계기로 턴키입찰 비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왜 이 같은 턴키 입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물론 턴키 입찰 공사는 상위 6개, 좀더 넓게 잡으면 상위 10개 재벌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입찰방식이다. 한 마디로 노나는 공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엄청난 폭리를 취하도록 방치하는 공공발주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떡고물이 있는 곳에는 벌레가 꼬이는 법이다. 상위 재벌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막대한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보니 치열한 탈법, 불법 로비가 펼쳐지고 있다.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사건에서는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12,500만 원의 뇌물이 설계적격심의위원회 평가위원들에게 건네졌다는 게 검찰의 공소 내용이었다. 하지만 밝혀진 내용은 실제 이뤄진 탈법, 불법 로비 양상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것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같은 로비전 실태가 과거에 일부 드러난 적도 있다. 2003년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군장성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한 H건설 간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사내 문서를 보자. 공공부문 입찰업무 분석이라는 문서의 턴키입찰 심의위원 선정방식 개정 현황 및 당사업본부 대응전략이라는 항목에는 구체적인 로비 지침이 정리돼 있다. 기존 학계위원 관리체계를 중심으로 다른 직종의 심의위원까지 담당 지역별로 배분하되,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업계의 경우 공사 수행과 관련해 직접 또는 과거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 로비의 과정에 대해 밀접한 관계 형성 후 심의위원 선정대상 범위 유도→기초확정명단 입수 등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접촉→입찰진행기간 중심의 주관부서와의 관계를 더 밀착관리 등으로 단계별로 언급해놓았다. 턴키공사 수주를 위해 대형 건설업체들이 얼마나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는 지를 보여주는 문건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패 및 비리 구조를 온존 시키는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공정위의 과징금은 이들이 담합해 경쟁을 제한해서 버는 폭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담합을 해서 버는 액수보다 훨씬 적다면 입찰담합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 건 하면 엄청난 부당수익을 올릴 수 있으므로 심사위원들을 향한, 불법도 불사하는 로비 또한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담합을 해도 적발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앞에서 본 지하철 9호선 1단계 공사 가운데, 911공구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가격이 불과 60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담합이 아니고서는 1,300억 원대 공사에서 입찰가격 차이가 0.00005%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담합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도 이 업체들은 공정위에 적발되지 않았다.

 

검찰이나 법원의 처벌 의지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검찰의 공소 형량이나 벌금 자체가 낮은데 재판부는 이마저도 제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예를 들어, 지하철 7호선 공사 담합 사건에 대해 당시 담당 재판부는 업체들간 담합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경쟁업체들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철 7호선의 경우는 약과다. 동남권 유통단지 입찰 관련 1심 재판부는 2008 5 27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혐의자 28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의 주체는 발주자와 발주자의 사용인이거나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과 같은 정도로 건설산업에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인이지만 평가위원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무죄 선고의 이유였다.

 

대통령의 특별사면 남발도 이 같은 부패 구조의 고착화를 조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 업체 등 2006 8월 이전에 이뤄진 입찰 담합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 7호선 입찰 담합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했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발주기관인 행정기관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행정관청은 입낙찰 과정에서 담합이나 뇌물 수수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영업정지와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처분을 취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상에는 행정기관이 1년 이내의 기간 안에서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또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상에는 부정당업체에 대해 최고 2년까지 해당 행정기관의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앙 및 지방정부가 대형 건설업체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는 거의 없다. 지금까지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소위 대부분 피라미 업체들이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업체들은 아예 드러내놓고 담합과 불법 로비를 저지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우건설은 사천시청 신축공사와 아산시, 김해시 하수관거정비 민자유치사업,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 등에서 모두 담합 혐의로 적발됐다.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지하철 9호선 1단계에서 담합혐의로 적발된 현대산업개발이나 두산건설,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에서 담합혐의로 적발된 대림산업,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6개사, 동남권 유통단지 입찰 공사에서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대부분 상위 재벌 업체들이 되풀이해 담합을 저질러 공정위에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은 부당이득에 비해 매우 가벼운 제재를 받고, 지하철 9호선 2단계와 용산 종합행정타운 사업까지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상위 재벌 건설사들에게는 법은 있으나마나 한 상태인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8. 8.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