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신문들을 받아본 사람들은 주가 폭락, 환율 폭등, 광공업생산 급감 등의 소식을 아마 1면에서 모두 접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올 2월 초 1,2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1,000포인트 근처까지 주저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600원대를 넘보고 있다. 한편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저년 동월 대비 약 25.6% 급감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1월부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폭등과 사상 최악의 광공업생산 급감은 한국경제가 이미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폭등은 한국경제 붕괴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폭등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과다한 외화차입으로 인한 외화 상환 수요와 세계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자산 매각에 따른 외화 수요 등 펀드멘털상의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 출범 초기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환율 기조를 추구한데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등 잘못된 정부 정책이 환율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원달러 환율폭등의 배경을 설명하려는 글이 아니다. 무관해 보이는 광공업생산의 급속한 감소와 GDP성장률의 급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환율 폭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상관관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왜 환율이 폭등하면 제조업생산이 급감할까? 환율이 폭등하는 상태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모두가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기업들은 기존에 확보한 원자재를 활용해서 생산을 하고 있을 뿐, 환율이 폭등한 뒤로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공장을 돌리겠는가? 더욱이 내수가 빠르게 급강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같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생산 정체 현상이 올해 초부터 기업의 본격적인 생산 정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환율 폭등으로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생산을 줄이면 대기업도 납품을 받지 못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하게 되면 원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입원가가 50% 상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업종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원가구조를 보면 원재료비가 70% 정도이고 인건비는 10%, 물류비 등 기타 관리비가 2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40% 이상 오르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전체 원자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은 20% 가량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않는 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도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연쇄도산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원달러 환율폭등은 고유가보다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는 에너지절감 노력이나 원화 강세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유가 상승은 원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금리정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악성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달러 환율 폭등은 수출기업에도 타격을 준다. 달러 수입물가는 2008년부터 20%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달러 수출물가는 10% 수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국내 수출기업이 원자재 달러 수입물가상승을 달러 수출가격 인상에 절반 정도 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제살 깎아먹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달러 수입물가 상승을 달러 수출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실물경기 불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원달러 환율을 정상 궤도로 하루빨리 환원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거품 붕괴를 억지로 막겠다는 일념 하에 저금리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큰 폭의 금리인하를 거듭해온 것은 일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 금융위기는 자산경제에서는 자산 디플레에 따른 투자손실 회피와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빼가려 한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경제에서는 원/달러 환율폭등을 진정시키는 것이 악성 불황을 막는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한국은행이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한 것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더욱 더 돈을 빼가라는 것이며 원/달러 환율 폭등을 부채질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와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을 기준으로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현 국면에서 올바른 정책순서는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를 해소한 다음에 경기부양인 것이다. 나아가 자산시장의 가격조정을 엉터리 정책 남발로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과 혼란만 커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환율폭등과 극도의 경기침체는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막으려는 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증폭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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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3.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