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오늘자 경향신문 시론으로 기고한 글의 원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시장과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그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오로지 정부의 ‘빚 내서 집 사라’ 정책 기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가계부채는 121조 원 넘게 늘어났다. 사상 최대치로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폭이 컸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부채의 약 60% 가량인 7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더구나 이 같은 증가세가 올해 들어서도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상반기에 늘어난 가계부채액만 54조원이 넘는다. 예년에 한 해 내내 늘어난 금액과 맞먹을 정도다. 



이렇게 앞다퉈 빚을 내 집을 사니 2014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당히 올랐다. 그러자 정부가 올초부터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방은 부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경기 악화와 주택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이 늘었다. 



그런데도 수도권을 중심을 신규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정부가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을 사실상 투기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 분양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 위해 분양자들이 저리로 받는 집단대출은 대출심사 강화 대상에서 제외했고 청약 자격과 분양권 전매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게 됐고, 많은 이들이 나도 이 참에 한 몫 챙기겠다며 분양시장에 뛰어들어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고 있다. 몇 달 만에 몇 천만원을 남길 수 있으니 안 하면 바보되는 분위기다. 재건축시장 과열도 분양시장 열기와 맞물려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신규 분양 예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역시 분양가 상한제 고삐가 풀리고 초과이익환수제도 유예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조합 물량을 사면 청약 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 얼마 전 분양에 들어간 개포주공3단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이 단지 아파트 매수자의 75% 가량이 빚을 내 집을 샀으며, 집을 산 사람들의 90% 이상이 전월세를 끼고 집을 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투기 또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 쏟아지는 사상 최대 분양물량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2018, 2019년까지 입주물량으로 쏟아진다. 2017~2018년 입주 예정 물량만 아파트 78만호를 포함, 100만호에 이른다고 부동산업계가 추산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분양 러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2019년까지 30만~40만 호가 추가된다.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로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는 가파르게 줄어드는 반면 같은 시기 고령인구는 급증한다.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기는 했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한국도 지금보다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엄청난 입주물량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거나 분양받는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까. 특히 소득이 안 되는데 집단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입주 후 개인대출로 전환될 때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2006년말과 비슷해 보인다. 지방 주택시장은 대체로 잠잠해졌는데, 2005년부터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꿈틀대다가 2006년말 ‘버블세븐’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또한 2007년까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추격매수세가 끊어지고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집값이 가라앉았다. ‘오를 곳은 오른다’는 그 ‘오를 곳’이 내릴 때는 가장 가파르게 내렸다. 2008년에는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시장을 더욱 짓눌렀다. 물론 2008년 하반기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정도의 충격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2006년에 비하면 평균 두 배 이상의 빚을 내고, 수십만명씩 늘어나던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시기로 접어들고, 가계소득 증가율은 그 때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과연 괜찮을까.



이처럼 지금 주택시장 상황은 매우 위태롭다. 그런데도 정부는 머뭇거린다. 다른 모든 경기가 다 죽었는데,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며 가까스로 살린 부동산경기마저 죽는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가량 더 빠질 것이다. 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일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내년 대선까지만은 최대한 부동산경기를 살려놓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정권 차원의 사욕(?)때문에 나오는 대책들은 변죽만 울린다. 지금의 주택시장 과열을 다잡으려면 주택대출규제를 다시 조이고,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을 투기판으로 변질되게 한 각종 제도들을 손질해야 한다. 그런데 토지주택공사의 택지공급 물량을 줄이겠다는 엉뚱한 대책들을 내놓고, 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은 상관없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다. 지금 주택시장의 급등세를 강남 재건축 등에 국한된 상황으로 애써 축소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임기 안에만 탈 안 나면 된다는 태도다. 이런 식으로 지금 박근혜정부는 국민경제 전체를 판돈으로 걸고 부동산경기를 따먹으려는 본말이 전도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이런 위험한 도박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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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6. 10. 21. 10:41